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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 춘천 나주 포항 방사광가속기 유치 과열, 결정권 쥔 과기부 '고심'

이상호 기자 sangho@businesspost.co.kr 2020-05-01 16: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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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 춘천 나주 포항 방사광가속기 유치 과열, 결정권 쥔 과기부 '고심'
▲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11월8일 경상북포 포항시 포스텍 4세대 방사광 가속기 연구소를 방문해 가속기 터널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충청북도 청주, 강원도 춘천, 전라남도 나주, 경상북도 포항이 ‘4세대 다목적 방사광가속기’ 유치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 사이 경쟁이 정치적, 지역적 논쟁까지 불거질 정도로 과열되면서 정부가 입지 결정을 놓고 고심이 깊을 것으로 보인다.

1일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4세대 다목적 방사광 가속기 유치전은 충북 청주, 강원 춘천, 전남 나주, 경북 포항의 4파전으로 치러진다.

지자체 4곳은 계획서 제출 마감시한인 4월29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유치 계획서를 제출했다. 과기부는 6일 각 지자체별 발표평가를 거쳐 7일 지역 현장 확인 뒤 바로 우선협상지역을 발표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시종 충북도지사, 최문순 강원도지사, 김영록 전남도지사, 이철우 경북도지사 등 각 지역의 광역자치단체장들 모두 올해 역점 사업으로 방사광 가속기 유치를 추진하고 있다.

과기부는 각 지자체장이 6일 발표 평가에 직접 발표자로 나설 것을 검토할 정도로 과열양상이 나타나자 발표자를 담당국장으로 지정하는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하지만 각 지역 주민, 학계, 지역언론 등을 비롯해 종교단체에 이르기까지 방사광 가속기 유치에 목소리를 내면서 지자체 사이 경쟁이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각 지역별로 과기부의 평가기준을 문제 삼거나 정치적 배려를 요구하는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여기에 4·15 총선 당선인들도 지역별로 목소리를 내면서 불붙은 경쟁에 기름을 붓고 있다.

호남권 총선 당선인 28명 전원은 4월23일 대정부 건의문을 내고 과기부의 평가기준 가운데 ‘지리적 접근성’ 등 기준이 호남에 불리하다며 “호남권 혁신성장과 국가 균형발전을 위해 방사광 가속기의 호남 구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시민단체와 지역언론 등에서는 평가기준에 ‘국가 균형발전’ 등으로 배점기준을 변경해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호남이 여당인 민주당과 문재인 대통령에 압도적 지지를 보여줬다는 점도 앞세우고 있다.

호남 정치권에서 집단적 움직임을 보이자 민주당 소속 충청권 당선인 19명도 4월29일 대정부 건의문을 내고 호남이 정부 흔들기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충청권 당선인들은 "호남에서 주장하는 균형발전 기준을 적용해도 충북에는 특성화 대학이 없는데다 내륙 지역인 만큼 대규모 산업단지도 없어 오히려 청주시 오창읍에 더 방사광 가속기를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북에서도 이철우 지사와 총선 당선인 13명 등이 4월29일 "포항이 방사광 가속기를 설치할 최적지"라는 성명을 냈다.

경북은 이미 포항과 경주에서 양성자 가속기를 가동하고 있고 부산에 중입자 가속기가 구축중인 만큼 가속기 운영 노하우가 쌓인 지역이라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강원도에서는 ‘물을 줬으니 빛을 달라’는 구호를 통해 상수원 규제로 지금까지 산업시설이 들어서지 못했다는 점을 주장하고 있다. 수도권에 가깝다는 지리적 이점과 함께 춘천 지역에는 1978년 기상청 관측 이후 리히터 규모 2.0 이상의 지진이 없었다는 점도 주장한다.

방사광 가속기를 놓고 이처럼 지자체 사이 경쟁이 과열되자 경쟁 자제와 정부의 합리적 선택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대전 유성구가 지역구인 5선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7일 성명을 통해 “지역별로 정치적 압박이 과도해지고 지역정치 논리에 휘둘리면 궁극적으로 과학기술 발전을 저해하게 될 것”이라며 “과기부는 철저하게 지역정치 논리는 배제하고 국가적 이익만을 고려해 공정하고 투명하게 부지를 선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자체가 방사광 가속기 유치에 열을 올리는 까닭은 파급 경제효과의 규모가 수 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방사광 가속기 건설사업 규모도 1조 원을 웃도는 데다,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KBSI)에 따르면 지역에 6조7천억 원의 생산 유발효과 및 13만7천 명에 이르는 고용 창출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이번에 건설되는 4세대 방사광 가속기는 1천조분의 1 수준으로 물질구조를 분석할 수 있을 정도여서 3세대와 비교해도 월등하게 성능이 뛰어나다는 점도 지자체의 기대를 높이는 요인이다.

새로 지어지는 방사광 가속기의 처리용량도 기존 포항 방사광 가속기의 10배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된다.

한국은 1994년 포항가속기연구소에 처음으로 3세대 방사광 가속기를 준공했다. 2016년에는 4세대 방사광 가속기까지 준공해 미국과 일본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4세대 방사광 가속기 보유국이 됐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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