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산업은행 출범을 뼈대로 한 산업은행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통합 산업은행이 출범하면 산업은행은 명실상부한 정책금융 맏형의 위상을 갖추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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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기택 KDB금융지주 회장 겸 KDB산업은행장 |
국회는 2일 본회의를 열어 통합 산업은행 출범을 골자로하는 산업은행법 개정안을 처리했다.
통합 산업은행 출범으로 2009년 분리된 정책금융공사는 5년 만에 다시 KDB산업은행에 합병된다. 또 KDB산업은행금융지주가 해체되면서 자회사인 KDB대우증권, KDB캐피탈, KDB자산운용, KDB생명 등의 매각도 속도있게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개정안에 ‘정부가 통합 산업은행 지분 51% 이상을 보유해야 한다’는 부대조항을 넣었다. 정부가 통합산업은행의 최대주주 지위를 유지하도록 하면서 민영화 가능성을 원칙적으로 차단하기 위해서다.
이로써 이명박 정부가 추진한 산업은행 민영화 계획은 백지화됐다. 이명박 정부는 산업은행의 정책금융기능과 시중은행기능을 분리해 정책금융기능을 담당하는 정책금융공사를 출범시키는 한편 산업은행을 시중은행으로 민영화해 대형투자은행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 탓에 인수자가 나서지 않아 산업은행 민영화 계획은 번번히 실패로 돌아갔다. 강만수 전 기획재정부 장관이 2011년 KDB금융지주 회장 겸 KDB산업은행장으로 취임해 산업은행 민영화 추진에 열을 올렸지만 이마저도 실패했다.
산업은행 민영화가 지지부진하던 사이 정권이 교체되고 새로 들어선 박근혜 정부는 산업은행 민영화에 회의적 입장을 밝혔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7월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정책금융 기능이 여러 기관에 분산돼 있고 중복돼 있어서 효율도 떨어지고 리스크 관리도 부족하다"며 정책금융체계 개편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금융위원회가 지난해 8월 정책금융 역할 재정립방안을 발표하면서 통합 산업은행 출범에 포문을 열었다.
금융위원회는 애초 올해 7월 통합 산업은행 출범을 목표로 했지만 법안통과가 지연되면서 그 시기가 미뤄지게 됐다. 박근혜정부 공약이었던 정책금융공사 이전을 요구하는 일부 부산지역 국회의원들이 반발했기 때문이었다. 통합 산업은행이 출범하게 되면서 정책금융공사는 합병되고 정책금융공사 부산 이전도 없던 일이 되기 때문이다.
산업은행법 개정안은 올해 2월 정기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했다. 정책금융공사 이전이 무산된 대신 부산에 해운보증기금을 설립하고 해양금융종합센터를 건립하는 방안이 나오면서 여야가 합의했다.
통합 산업은행 출범으로 산업은행은 홍기택 KDB금융지주 회장 겸 KDB산업은행장은 ‘정책금융 맏형’으로서 위상을 되찾게 될 것으로 보인다.
홍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정부의 정책금융 역할 재정립에 따라 산업은행은 정책금융기관으로서 중추적 역할을 다시 부여 받게 됐다”며 “통합 산업은행 출범을 위한 준비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홍 회장은 지난해 4월 취임하면서부터 산업은행의 정책금융 맏형론을 내세우며 통합 산업은행을 대비한 입지 다지기에 열을 올렸다. 그는 취임식에서 “정책금융이 어떤 방향으로 재편되든 산업은행의 정책금융기관 맏형 역할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산업은행이 지난해 1조 원의 적자를 기록하자 통합 산업은행 출범에 차질을 빚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홍 회장은 “연간 정책금융공사의 이자부담이 6천억 원인데 이 부담을 자회사인 KDB금융지주의 배당금으로 해결하고 있다”며 “통합해도 실제 달라질 게 없다”고 말했다. 그의 발언은 산업은행 재무구조의 건전함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홍 회장이 대기업 구조조정에 속도를 높였던 것도 통합 산업은행 출범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산업은행은 그간 주채권은행으로서 현대, 한진, 동부그룹 등 대기업에게 구조조정 속도를 높일 것을 재차 주문해왔다. 현대그룹의 경우 자구계획 이행률이 60%를 상회하면서 산업은행의 기업 구조조정이 성과를 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를 통해 산업은행은 정책금융 맏형으로서 체면을 살릴 수 있게 됐고 통합 산업은행 출범시 영향력 확대를 꾀할 수도 있게 됐다.
산업은행은 현재 운영중인 통합 산업은행 설립추진 태스크포스(TF)를 향후 KDB금융지주와 정책금융공사, 금융위원회까지 참여하는 통합추진단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통합작업에 6개월 정도가 걸리며 올해 안에 통합 산업은행 출범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산업은행 입장에서 통합 산업은행 출범으로 가는 길이 순탄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거대 인력을 통합하는 데 따른 진통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산업은행은 임직원 수가 350여 명에 이르는 정책금융공사와 합병하면서 산업은행 소속 임직원의 고용을 승계한다고 밝혔다. 조직이 과도하게 비대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 2017년까지 신규 채용규모를 축소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인력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정책금융공사 임직원까지 흡수해 통합 산업은행이 출범할 경우 팀장급 이상이 지나치게 많은 기형적 인력구조가 형성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