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레버리지 WTI 원유(서부 텍사스산 원유) 선물 ETN(상장지수증권)에 소비자경보 ‘위험’을 발령했다.

금감원은 9일 레버리지 WTI 원유 선물 ETN의 지표가치와 시장가격 괴리율이 크게 높아졌는데도 유가 반등을 기대하는 투자자가 대거 몰려 피해가 예상된다며 소비자경보를 발령했다.
 
금감원, WTI 원유 상장지수증권에 소비자경보 '위험' 첫 발령

▲ 금융감독원 로고.


금감원은 소비자경보 제도를 도입한 2012년 6월 이후 8년 여 만에 처음으로 위험경보를 내렸다. 

소비자경보는 금융소비자 피해를 예방하고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제도로 사안의 심각성을 고려해 ‘주의’, ‘경고’, ‘위험’ 3단계로 나뉜다.

금감원은 “거래소 및 발행회사가 괴리율 상승에 따른 손실위험을 알리고 있지만 위험이 커지고 있다”며 “괴리율이 폭등한 상황에서 투자할 때 투자자가 큰 손실을 볼 수 있어 긴급히 경보를 발령했다”고 설명했다.

최근 국제유가가 폭락하며 유가반등을 기대하는 투자자들이 레버리지 상품에 몰리면서 괴리율이 크게 높아지고 있다. 

괴리율은 시장가격(ETN 가격)과 지표가치(원유선물가치)의 차이를 비율로 표시한 지표로 괴리율이 양수(+)이면 시장가격이 과대평가됐다는 의미다.

8일 기준 삼성증권 레버리지 ETN의 괴리율은 장 마감 기준 95.4%, 신한금융투자 75.9%, NH투자증권 73.4%, 미래에셋대우 35.6% 등으로 집계됐다.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사이 원유 분쟁으로 급락한 원유지수가 다시 상승할 것이라는 투자자의 기대가 큰 상황에서 투자자들의 레버리지 ETN 매수가 크게 증가했다.

하지만 유동성 공급자(LP) 역할을 맡은 증권사의 상장지수증권(ETN) 보유물량이 바닥나면서 괴리율이 크게 올랐다.

개인투자자들은 1월 삼성증권, 신한금융투자, NH투자증권, 미래에셋대우에서 판매한 레버리지 상장지수증권을 278억 원 순매수했다. 

3월 순매수 금액이 3800억 원으로 3522억 원(1266.9%) 증가했다.

금감원은 “관계기관, 상장지수증권 발행사 등과 협의해 빠르게 상장지수증권 시장이 정상화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금융상품과 관련한 이상징후를 지속해서 모니터링해 금융소비자 피해를 유발할 수 있다고 판단되면 소비자경보를 신속하게 발령해 금융소비자가 적절히 대응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고두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