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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 대국민 사과는 기정사실, 어떤 내용으로 진정성 담을까

김디모데 기자 Timothy@businesspost.co.kr 2020-04-09 14:4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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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href='https://www.businesspost.co.kr/BP?command=article_view&num=357278' class='human_link' style='text-decoration:underline' target='_blank'>이재용</a> 삼성 대국민 사과는 기정사실, 어떤 내용으로 진정성 담을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대국민 사과를 한 달 미뤘다.

이 부회장은 대국민 사과에 더욱 충실한 내용을 담기 위해 고심할 것으로 보인다. 승계와 노동 문제 등 삼성그룹의 오래된 문제들에 진정성 있는 해결방안을 내놓지 않으면 오히려 역풍이 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9일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삼성그룹이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에 권고안 회신기한 연기를 요청하면서 이재용 부회장의 부담도 더욱 커진 것으로 파악된다.

코로나19를 이유로 앞세우기는 했지만 심도 있는 논의와 다양한 의견을 조율하기에 시간이 부족했음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준법감시위원회는 한 달의 시간을 추가로 부여하면서 “충실한 이행방안을 마련할 수 있는 시간을 갖도록 하는 것이 부득이하다”고 말했다. 삼성그룹은 깊이 있는 숙려와 논의를 통해 구체적이고 실효성이 있는 내용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그룹은 2월 임직원 시민단체 후원내역 무단열람과 관련한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의 권고를 받고 공식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을 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선언적이고 포괄적 수준의 사과로 구체적 내용은 담지 않았다.

이번에는 충분한 시간을 거치는 만큼 이전처럼 포괄적 사과에 그치지는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힘을 얻는다.

특히 이전까지 이재용 부회장의 대국민 사과 여부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이제 사과 자체는 사실상 기정사실로 굳어지고 얼마나 진정성 있는 내용이 담기느냐가 더욱 중요해지게 됐다.

준법감시위원회는 이 부회장에게 승계와 노동, 시민사회 소통문제를 놓고 국민들에게 직접 공표할 것을 권고했다. 

이 부회장은 과거 승계 과정의 준법의무 위반행위를 사과하고 향후 적법하게 경영권을 행사하고 승계하겠다는 약속, 삼성그룹에서 더 이상 무노조 경영 방침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선언, 시민사회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실행방안 등 준법감시위원회가 요구한 모두를 담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이는 최소한의 요구치일 뿐이다. 이 부회장이 대국민 사과에서 진정성을 인정받으려면 권고안 이상의 것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 부회장은 파기환송심에 미칠 영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준법감시위원회가 총수 재판과 관련성에 선을 긋기는 했으나 정작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준법감시위원회의 실효성을 들여다보겠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 부회장은 대국민 사과가 모양새만 갖춘 요식행위가 되지 않도록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이 부회장이 대국민 사과에서 제시할 내용들에는 여러 가지가 꼽힌다. 특히 이 부회장의 대국민 사과의 진정성이 평가받으려면 단순히 말에 그치지 않고 행동으로 이어지는 내용들이 다수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승계와 관련해서 과거 준법의무를 위반한 승계행위를 사과하는 차원에서 어떤 형태로든 사회에 기여하는 방안이 나오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고개를 든다. 또 아직 이건희 회장으로부터 지분 승계가 마무리 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향후 준법의무를 준수하면서 지분을 승계하는 구체적 방안도 나올 수 있다. 

노동과 관련해서는 삼성그룹 노조와해 행위의 피해자를 향한 사과와 보상안이 나올 가능성이 제기된다. 삼성 준법감시위원회가 최근 삼성 해고노동자 문제를 논의하기로 한 점이 고려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늘어나고 있는 삼성계열사 노조와 공생방안, 사회 일각에서 시도되는 ‘낮은 단계의 노동이사제’ 등을 제시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시민사회 소통은 승계·노동 문제보다 상대적으로 덜 민감한 부분인 만큼 더욱 적극성을 띌 가능성이 있다. 과거 시도했던 옴부즈만제도의 실질적 도입과 활성화, 준법감시위와 협력 강화, 시민사회와 정기적 소통방안 등이 거론된다.

이 부회장의 대국민 사과 이후 해당 방안을 어떻게 이행해 나갈지도 관건이다. 여러 대책을 내놓고도 제대로 실행이 되지 않는다면 진정성을 인정받지 못하고 결국 파기환송심 재판을 고려한 면피성 대책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과거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대국민 사과 사례가 이 부회장에게 여러 가지 의미에서 선례로 작용할 수 있다. 

이 회장은 2006년 불법 대선자금 제공과 에버랜드 전환사채(CB) 편법 배정 등과 관련해 사재 8천억 원 사회 환원과 옴부즈만 조직 ‘삼성을 지켜보는 모임(삼지모)’ 운영, 사회공헌 확대 등의 방안을 내놓았다. 2008년에도 차명계좌 의혹으로 특검이 진행되자 차명계좌 실명전환, 전략기획실 해체 등을 약속했다.

하지만 사재출연을 약속한 8천억 원 중 절반가량은 기존에 장학재단에 조성한 돈이었고 차명계좌를 실명으로 전환하기 전에 대부분의 돈을 인출하는 등 이행 과정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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