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2심 판결을 앞두고 있어 공천기회를 잃을 가능성이 높은 데다 당내 정치신인 신보라 의원의 도전도 거세다.
▲ 홍일표 자유한국당 의원(왼쪽)과 신보라 자유한국당 의원.
6일 정치권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홍 의원은 정치자금법 위반과 관련한 2심 재판결과에 따라 지역구인 미추홀갑 출마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당 관계자는 “홍 의원이 미추홀갑에 출마 여부를 두고 아직 명확한 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어 지역의 한국당 예비후보 등 당 관계자들도 홍 의원 출마 여부를 확인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 의원은 2013년 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하지 않은 개인계좌 등을 통해 불법정치자금 4천만 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의원직 상실에 해당하는 벌금 1천만 원을 받았다.
7일 예정된 2심 판결 결과에 따라 홍 의원은 총선 출마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2심에서도 형이 유지된다면 홍 의원은 사실상 공천기회를 잃어버릴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홍 의원은 최근 지역구 내 시장을 방문하는 등 유권자를 만나는 활동을 이어가면서도 예비후보로 등록하거나 출마의사를 공식화하지 않고 재판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2심에서 형량이 낮아지거나 무죄를 받더라도 공천관리위원회에서 걸러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공천관리위는 현역의원 3분의 1을 컷오프(공천 배제)한다는 방침을 세웠는데 이 기준이 3선의 중진인 데다 법적 문제로 논란을 빚은 홍 의원에게 컷오프가 우선적으로 적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홍 의원은 한국당 전신인 새누리당을 탈당했다가 한국당으로 돌아간 이른바 ‘복당파’ 의원으로 이런 탈당 전력 역시 공천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비례대표 초선인 신보라 의원의 도전도 거세다.
신 의원은 광주광역시 출신으로 미추홀갑과 직접적 연고는 없지만 지역구 현역인 홍 의원의 공천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을 고려해 이 지역 출마를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
신 의원은 1983년 태어나 현직 국회의원들 가운데 가장 젊은 축에 속한다. 한국당 청년최고위원과 청년위원장을 맡고 있다.
여성의원이기도 해 공천 과정에서 청년과 여성 가산점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공천관리위는 아직 청년과 여성에 어느 정도 가산점을 줄 지 결론을 내리지는 못했지만 가산점을 부여하는 데는 이견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역의원이라는 점과 청년과 여성의 지지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은 본선 때도 강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추홀갑은 20대 총선 때 보수 후보인 홍일표 의원이 당선된 지역이지만 4월 치러지는 21대 총선에서 보수 후보가 고전할 가능성이 높은 곳이기도 하다.
20대 총선 때 새누리당 소속 홍 의원은 44.83%의 득표율을 보이며 35.5%를 얻은 허종식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19.66%를 얻은 김충래 국민의당 후보를 꺾었다. 당시에도 민주당과 국민의당 표가 분산되지 않았으면 홍 의원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었던 셈이다.
지금은 20대 총선 때보다 민주당 지지율이 더 높아져 한국당 지지율을 더 앞서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 때문에 한국당에서도 미추홀갑에 기존 중진의원보다 참신한 정치신인을 내보내 표심을 끌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한국당 공천관리위원회에서도 호남출신에 여성, 청년인 신 의원에 주목할 수 있다. 중도층과 호남출신 유권자, 여성과 청년 유권자 등으로 지지층을 넓히며 민주당 후보와 겨루기에 유리한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신 의원이 황교안 한국당 대표의 단식투쟁 때 가장 먼저 동조단식에 들어간 점도 당 지도부와 보수성향 지지층의 눈도장을 받으며 공천경쟁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신 의원은 지난해 11월 황 대표가 단식투쟁 8일째 병원으로 옮겨졌을 때 “이제는 내가 황교안이다”며 정미경 한국당 최고위원과 함께 무기한 단식을 시작했다.
신 의원과 정 최고위원 단식 5일째 되던 날 황 대표는 직접 신 의원과 정 최고위원이 단식을 진행하는 천막에 찾아와 “나라를 살리기 위해 몸을 던져 주셔서 감사하다”며 단식을 멈출 것을 권유했고 두 사람은 단식을 마쳤다.
신 의원 외에 이중효 전 한국당 미추홀갑 당협위원장도 예비후보로 한국당 공천에 도전한다. 이 전 당협위원장은 전라남도 영암 출신으로 사업을 하다 정치에 뛰어들었다. 2006년 지방선거 때 열린우리당 소속으로 서울 양천구 4선거구에서 구의원에 당선됐다.
이후 새누리당으로 당적을 바꾼 뒤 2014년 6월 지방선거에서 전라남도지사에, 같은 해 7월 재보궐선거에서 전남 담양‧함평‧영광‧장성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했지만 모두 낙선했다.
이 전 당협위원장은 홍일표 의원이 새누리당을 탈당했던 시기에 공석이 된 미추홀갑 당협위원장을 맡아 지역활동을 하며 미추홀갑 지역구와 인연을 맺었다.[비즈니스포스트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