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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화재 노조위원장이 제기한 '골품제' 조직구조는 얼마나 진실인가

조은아 기자 euna@businesspost.co.kr 2020-02-04 16:5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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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화재 노조위원장이 제기한 '골품제' 조직구조는 얼마나 진실인가
▲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에서 열린 '삼성화재 노동조합 출범선언 및 기자회견'에서 오상훈 삼성화재 노조위원장(왼쪽)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삼성화재는 신라시대 골품제처럼 삼성그룹에서 파견된 성골, 삼성화재에 있다가 삼성그룹에 다녀온 진골, 조직에서 성장한 6두품, 나머지 평민으로 나눠져 있다. 5%도 안 되는 성골과 진골이 조직을 지배하고 귀족이 평민을 괴롭히는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

오상훈 삼성화재 노조위원장은 3일 노조 출범식에서 ‘평민을 위한 노조’를 기치로 세우며 이렇게 말했다. 삼성화재에 몸담으면서 조직 내 뿌리깊은 계급제를 느꼈다는 것이다.

오 위원장은 삼성화재 일반사무직 공채 출신으로 오 위원장에 따르면 6두품이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실제 삼성화재에서는 그동안 내부출신보다는 그룹에서 파견된 임원들이 요직을 두루 거쳤다.

역대 대표이사 가운데 현재 대표를 맡고 있는 최영무 사장만 삼성화재의 전신인 안국화재 출신이다. 공채출신 가운데 내부에서 승진해 사장이 된 첫 사례로 선임 당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최근 수치만 살펴봐도 2001년부터 2006년까지 사장을 지낸 이수창 전 사장은 삼성생명에 입사해 제일제당, 삼성중공업 등을 거쳤다. 황태선 전 사장 역시 제일제당에 입사해 20년 가까이 몸담았다. 지대섭 전 사장은 제일모직 출신으로 중간에 삼성전자에서 10년 넘게 근무했다.

뒤를 이어 김창수 전 사장은 삼성물산에 입사해 그룹 비서실과 삼성물산을 거쳐 삼성화재 대표에 올랐으며 안민수 전 사장은 삼성전자 출신으로 삼성생명에서 부사장까지 지내다 삼성화재 대표에 올랐다.

1995~1996년 삼성화재 대표를 지낸 이학수 전 사장은 그룹 비서실 출신으로 이건희 회장의 최측근으로 꼽혔던 인물이다.

과거에는 제일모직, 제일제당, 삼성물산 등 삼성그룹의 모태기업으로 꼽히는 기업 출신들이, 그 뒤로는 주로 삼성생명 부사장들이 삼성화재 대표에 올랐다.

이런 일들이 삼성화재 내부에서 계급 격차를 더욱 와닿게 만들었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화재는 같은 보험계열사이지만 삼성생명과도 다른 대접을 받고 있다. 삼성생명은 규모로 보나 그룹 내 위상으로 보나 ‘맏형’ 대접을 받고 있지만 삼성화재는 그렇지 못하다. 이수창 전 사장과 김창수 전 사장이 삼성화재 대표를 지낸 뒤 삼성생명 대표로 가면서 ‘관문’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사실 삼성그룹 안의 이른바 '계급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최근 몇 년 사이 덜하긴 하지만 과거 삼성그룹 사장단인사의 핵심은 한 마디로 ‘삼성전자’로 정리됐다.

삼성전자의 1등 DNA를 그룹 전체로 확산시킨다는 의미에서 삼성전자 출신을 계열사 곳곳에 배치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부사장이 계열사 대표이사로 이동하는 식이다. 전문성이 필요한 금융계열사 대표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한때 삼성그룹 인사에서 사장단에 새로 이름을 올린 8명의 부사장 가운데 6명이 삼성전자 또는 전자계열사 출신이기도 했다.

현재는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증권, 삼성카드, 삼성자산운용 등 5곳의 대표가 모두 내부 출신 혹은 금융계열사 출신으로 과거보다 나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조직 내부에서 어느 정도의 무력감은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화재가 노조를 설립하면서 노조가 없는 삼성카드가 삼성화재의 뒤를 따를지도 주목된다. 삼성생명과 삼성증권은 이미 노조가 있다.

삼성카드는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증권, 삼성카드 가운데 유일하게 내부 출신이 대표가 아니다. 과거 박근희 전 사장, 최치훈 전 사장, 원기찬 사장, 현 김대환 대표이사 내정자 모두 외부에서 왔다.

부사장 중에서도 내부 출신이 없다보니 대표 역시 외부에서 오는 걸 당연하게 여기는 분위기다. 기존 부사장 2명 모두 외부에서 왔고 최근에 부사장으로 승진한 박경국 부사장도 1990년 삼성물산에 입사해 2005년 삼성카드로 옮겼다. 다만 아직까지 내부적으로 노조 설립 움직임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 설립 배경에 단순히 이른바 계급 격차만 있지는 않다.

삼성그룹 금융계열사 가운데 한 곳에 몸담고 있는 한 직원은 “그룹 출신이 더 대우받는 건 삼성그룹 계열사 어디를 가든 마찬가지로 삼성화재만의 문제는 아니다”며 “그룹에서 인정받는 인력이라는 점에서 승진 등에서도 더 유리한 고지에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직원은 “삼성생명이나 삼성화재는 보험영업 때문에 군대식 문화가 다른 금융계열사와 비교해도 훨씬 강하다”며 “여기에 대한 반작용으로라도 노조가 생길만한 분위기는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그룹의 다른 금융계열사에 몸담고 있는 직원은 “그룹 출신이 더 좋은 대우를 받기보다는 능력이 있는 사람이 그룹에 가게 되고 그 뒤에도 더 좋은 기회를 얻는 차원으로 보고 있다”며 “개인이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다르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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