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4월 총선 때 경상남도 밀양·의령·함안·창녕 지역구에 출마를 결심했다.
이 지역에서 두 번 국회의원에 당선된 경험이 있는 조해진 전 새누리당 의원 등과 한국당 공천을 놓고 경쟁할 것으로 보인다.
홍 전 대표는 15일 부산시청에서 열린 '대학생 리더십 아카데미'에서 "이번 총선에서 고향인 밀양·의령·함안·창녕에 출마하겠다"고 말했다.
애초 홍 전 대표는 대구 동구을과 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 가운데 한 곳을 총선 출마지로 염두에 뒀다.
대구 동구을은 유승민 새로운보수당 의원의 지역구인데 홍 전 대표는 보수통합이 이뤄지지 않으면 대구 동구을에 출마해 유 의원을 꺾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한국당과 새보수당의 통합 논의가 급물살을 타며 홍 전 대표의 대구 동구을 출마 명분은 다소 약해졌다.
설령 총선 전까지 두 당의 통합이 이뤄지지 않는다 하더라도 통합의 동력을 유지할 필요가 있는데 한국당이 유 의원의 지역구에 홍 전 대표를 공천하는 정치적 적대행위를 시도하는 것은 무리수라는 시각도 있었다.
이 때문에 홍 전 대표는 민주당이 지방선거에서 광역단체장을 차지한 경남지역 출마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그는 한 라디오 방송에서 “보수통합이 된다면 부산 울산 경남 지역에서 민주당의 세력을 꺾기 위해 나설 것”이라며 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을 노리는 명분을 설명하기도 했다.
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은 원래 엄용수 전 한국당 의원의 지역구로 엄 전 의원이 불법자금 수수 혐의와 관련해 징역형을 받아 의원직을 잃은 뒤 현역의원 부재상태가 됐다.
홍 전 대표가 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 지역구에 나온다면 조해진 전 새누리당 의원이 가장 막강한 공천 경쟁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조 전 의원은 이 지역에서 두 번이나 국회의원에 당선된 전력이 있어 지역 지지기반이 탄탄한 것으로 평가된다.
조 전 의원은 자유한국당 전신인 새누리당에서 경남도당 위원장과 원내수석부대표를 지내며 지역과 중앙에서 활발히 활동했던 경남 밀양 출신 정치인이다.
새누리당에서 친박근혜계가 당권을 잡던 19대 총선 때 공천에서 배제된 뒤 무소속으로 출마했지만 고배를 마셨다. 무소속으로 출마했지만 38.2%의 득표율로 지역의 지지기반을 입증했다. 당시 1위 엄용수 전 의원의 득표율은 41.6%였다.
조 전 의원은 전부터 한국당 복당을 희망했지만 입당 허용이 계속 미뤄지다가 최근 한국당 입당이 허용됐다. 그는 13일 선거관리위원회에 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 지역구 총선 예비후보로 등록하고 총선 준비를 본격화했다.
홍 전 대표의 고향은 인구 약 6만 여 명인 창녕인 데 반해 조 전 의원의 고향 밀양은 10만 명이 넘는다는 점도 예비경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박상웅 한국당 인재영입위원장도 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에서 공천 경쟁에 나선다. 이미 지난해 12월 이 지역 예비후보 등록을 마쳤다.
이제 막 총선 출마지를 결정한 홍 전 대표나 최근에야 입당이 허용된 조 전 의원보다 앞서 지역구 관리를 활발히 했다는 점은 박 위원장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박 위원장도 조 전 의원과 마찬가지로 밀양 출신이라 밀양 쪽 당원과 주민들이 예비경선에서 어느 쪽에 더 표를 몰아주느냐도 공천경쟁의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한국당 지도부는 홍 전 대표에게 수도권 험지 출마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홍 전 대표는 한 라디오 방송에서 “고향 (놔두고 수도권에) 올라오면 당선될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느냐”며 “(수도권 출마 요구는) 정계 은퇴하라는 소리”라고 한국당 지도부의 의견에 반대하고 있다.
한국당 한 관계자는 “당 지도부에서는 홍 전 대표가 험지에 출마할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홍 전 대표가 워낙 어디로 튈지 모르고 자기 멋대로 하는 사람이라 말을 잘 듣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