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이 디지털 신기술의 전쟁터가 되고 있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 KB금융그룹의 경쟁자로 구글과 아마존, 알리바바를 꼽을 정도다.

윤 회장은 단순히 ‘기존보다 더 빠르고 더 편리한’ 디지털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만족하지 않는다. 그동안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서비스를 통해 디지털금융에서 새로운 생태계를 구축하려 한다.

7일 KB금융지주에 따르면 윤 회장은 국내 금융지주 회장 가운데 처음으로 세계 최대 가전박람회인 ‘CES 2020’에 직접 참석했다.

윤 회장이 CES를 찾는 이유는 새로운 정보통신 기술을 파악하고 글로벌 IT기업과 협업 기회를 찾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지난해 선보인 ‘리브모바일’처럼 기존의 틀을 깬 새로운 융합서비스를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리브모바일은 KB국민은행이 선보인 알뜰폰서비스다. 고객이 유심칩만 넣으면 공인인증서, 애플리케이션 설치 등 복잡한 절차 없이 은행과 통신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리브모바일은 KB금융그룹이 추구하는 디지털 전환의 정점으로 꼽힌다. ‘휴대폰이 곧 은행인 세상에서 어떻게 하면 금융을 더 잘할 수 있을까’에서 출발했다. 지난해 처음 공개돼 본격적으로 서비스를 시작했다면 올해는 더욱 고객 친화적이고 정교하게 다듬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리브모바일의 성패에 따라 앞으로 금융사업자에게 통신사업을 열어주느냐가 달려 있어 그룹 차원에서 리브모바일의 안착에 더욱 심혈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윤 회장은 지난해 10월 말 처음 리브모바일을 공개하며 금융과 통신의 융합으로 진정한 혁신금융의 아이콘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감추지 않았다.

당시 윤 회장은 “IT 회사는 금융상품을 선보이고 은행권에서는 지점을 더 이상 방문하지 않고도 대부분의 금융업무가 가능하게 되는 등 금융과 통신은 매우 밀접한 관계를 맺으면서 상호 발전해나가고 있다”며 “시대적 흐름에 부응하기 위해 이번에 선보이는 리브모바일은 KB금융이 신뢰받는 국민의 든든한 평생 파트너로 거듭나고자 하는 고민의 결과”라고 말했다.

윤 회장은 과거 KT 사외이사를 하던 시절부터 금융과 통신은 떼려야 뗄 수 없다고 보고 둘의 융합을 고민해온 것으로 전해진다.

윤 회장은 다양하고 새로운 디지털금융서비스를 선보일 수 있는 조직을 만드는 데도 공을 들이고 있다.

윤 회장은 디지털 전환을 위해 부서 사이 칸막이를 없앤 ‘애자일조직’을 도입했다. 애자일조직은 기획인력과 개발인력이 소규모 혁신그룹으로 구성돼 빠른 의사결정과 민첩한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KB금융지주는 애자일조직을 통해 비밀번호 및 공인인증서 입력이 필요 없는 ‘빠른 이체’, 미래고객인 2030 세대를 위한 자산관리서비스인 ‘자산관리샵(#)’ 등을 개발하는 성과를 거뒀다. 2018년에는 클라우드 기반의 혁신 플랫폼 ‘클레온’(CLAYON)도 도입했다. 클라우드 기술을 활용해 스타트업처럼 최소 자원을 투입하고 신속하게 금융서비스를 개발하기 위해서다.

KB금융지주는 디지털 기술을 위해 다른 기업과 협업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1월 LG그룹과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다양한 신사업을 추진하기로 했으며 네이버와도 인공지능(AI) 관련 프로젝트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윤 회장은 디지털 전환 과정에서 무엇보다 ‘고객 중심’을 강조하고 있다. 기술 혁신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고객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이해하는 것’으로부터 모든 혁신이 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KB국민은행 역시 올해 디지털금융에서 큰 전환기를 맞는다.

2월 차세대 전산 ‘더케이 프로젝트’를 영업점에 먼저 선보이는 것을 시작으로 그동안 준비해왔던 디지털금융 인프라들을 10월까지 하나씩 선보인다. 상반기 인사부터는 인공지능 기반의 알고리즘에 따라 영업점 이동 및 배치가 시도된다. 상반기 안에는 클라우드 기반의 새 HR 플랫폼을 구축하고 이와 연계해 인사제도도 바꾸기로 했다.

KB국민은행은 지난해 손바닥 정맥으로 은행에서 업무를 볼 수 있는 ‘손으로 출금서비스’도 선보였다. 디지털 특화점포도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허인 KB국민은행장은 KB금융그룹의 디지털혁신부문장을 겸임하고 있다. 부행장이나 부사장 등이 디지털사업을 총괄하는 다른 금융지주와 다른 점이다. 그룹 차원에서 디지털 전환에 얼마만큼의 의지를 지니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