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산업 매각가격으로 1조 원이 제시된 데 대해 호남지역 일부단체가 강하게 반발하자 채권단이 불편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채권단 관계자들은 호남지역 여론의 배경에 박삼구 금호아시나아그룹 회장이 자리잡고 있을 것이라는 의구심을 내비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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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
5일 업계에 따르면 채권단이 금호산업의 매각가격을 박 회장 측에 통보한 7월23일 이후 호남지역 언론과 재계, 시민단체의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이들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사실상 호남지역의 마지막 대기업이라는 점을 내세우며 금호산업이 박 회장의 품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호남지역 언론들은 줄곧 1조 원이 넘는 가격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진 미래에셋자산운용과 이 가격을 그대로 박 회장에게 통보한 산업은행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최근 한 언론은 사설을 통해 “산업은행이 기업을 상대로 폭리를 취하려는 횡포를 부리고 미래에셋이 돈벌이에만 눈이 멀어 억지를 쓰고 있는 것과 다름없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박 회장이 금호산업을 인수하지 못할 경우 금호아시아나그룹이 공중분해돼 호남지역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논리를 펼치고 있다.
호남지역 경제단체와 종교단체 등도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광주경영자총협회는 7월29일 성명을 통해 “채권단의 과욕이 금호산업의 매각 자체를 무산시키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밝혔다.
광주와 전남북의 기독교회연합회, 성시화운동본부 등 호남의 6개 연합기관도 3일 “매각절차를 받고 있는 금호산업은 향토기업이자 호남의 유일한 대기업인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적정가격에 인수해야 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이 단체들은 “금호산업이 반드시 금호아시아나그룹을 인수할 수 있도록 일부 채권단은 매각 적정가보다 훨씬 높은 1조218억 원을 제안한 것을 철회하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이 단체는 “우리는 박삼구 회장이 제안한 6천억 원이 금호산업의 적정가격이라고 본다”며 “4월 호반건설도 호남 유일의 대기업은 지켜져야 한다는 호남인들의 염원과 기대에 부응해 당초 1조 원대의 입찰가격을 포기하고 6천억 원대를 써냈다”고 덧붙였다.
이들이 한 목소리로 박 회장에게 금호산업을 돌려줘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는 데 대해 정재계 마당발로 소문난 박 회장의 입김이 작용했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박 회장은 지난해 금호산업 인수전에 나서기에 앞서 10년 만에 그룹 부회장직을 신설하고 최측근을 임명하는 등 대외 여론전에 총력에 기울여 왔다.
특히 김성산 부회장은 전남 나주에서 태어나 전남대를 졸업하는 등 호남지역에 연고를 둬 광주를 중심으로 호남지역의 대관업무에 힘을 쏟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런 여론전이 오히려 박 회장의 금호산업 인수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호산업 문제를 너무 지역논리로 접근해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금호산업 매각가격 1조 원이 지나치게 비싸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기 때문에 미래에셋자산운용을 강하게 비난하는 등 채권단을 자극할 필요가 없다는 말도 나온다.
일각에서 미래에셋자산운용처럼 과거 박 회장이 대우건설을 인수할 때 재무적투자자로 참여했던 주주들이 더욱 강경한 입장으로 선회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 회장은 지난해 아시아나항공의 샌프란시스코공항 사고에 대한 국토교통부의 행정처분을 앞두고 구명활동을 강력하게 펼치다 역풍을 맞은 적이 있다.
당시 항공업 관련 민간단체뿐 아니라 미국 교민단체, 정치권 등이 나서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선처를 국토교통부에 요구했다.
그러나 아시아나항공은 국토교통부로부터 예상보다 징계수위가 높은 45일 운항정지 처분을 받아 박 회장의 구명활동은 그다지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