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한솔 기자 limhs@businesspost.co.kr2019-12-02 14: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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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인텔의 CPU(중앙처리장치) 위탁생산을 수주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CPU 양대산맥인 AMD와 인텔이 치열하게 경쟁하는 가운데 인텔은 CPU 생산능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고 대만 TSMC가 이미 AMD 물량을 소화하는 데 바쁘다는 점을 고려하면 삼성전자가 인텔 CPU 파운드리 물량을 받게 될 공산이 크다.
▲ 정은승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사장.
2일 외국언론을 종합하면 AMD는 CPU 시장에서 빠르게 시장 점유율을 높여가며 선두인 인텔을 추격하는 데 시동을 걸었다.
IT전문 평가기관 패스마크에 따르면 2019년 3분기 AMD의 CPU 시장 점유율은 31.2%에 이르렀다.
70%에 가까운 점유율로 확고부동한 시장 지배적 사업자인 인텔의 절반 수준에도 못미친다. 하지만 2018년 초에는 20.2%에 그쳤던 점유율이 1년여 사이 10% 이상 높아졌다.
게다가 수요자들은 AMD CPU의 품질에 열광하고 있다.
IT 전문매체 노트북체크 등에 따르면 인터넷쇼핑몰 아마존에서 가장 팔린 CPU 10종 가운데 9종이 AMD 제품으로 집계됐다.
이런 ‘AMD 열풍’은 제품 성능 차이뿐 아니라 인텔의 CPU 공급부족 현상에도 원인이 있다. 인텔은 자체 CPU 생산공장에서 충분한 물량을 생산하지 못해 주요 거래처인 PC 제조기업들의 수요조차 제대로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
인텔이 자체 14나노급 공정을 10나노급으로 전환하는 과정이 지연되면서 현재 인텔 제품군 대부분을 차지하는 14나노급 CPU를 생산할 여력이 부족해진 것으로 파악된다.
세계 CPU시장을 과점한 두 기업 가운데 인텔이 제대로 제품을 공급하지 못하게 되면서 AMD는 자연스럽게 반사이익을 보고 있다. 실제로 AMD의 CPU시장 점유율은 2018년 말 인텔 CPU 공급부족 문제가 대두됐을 때부터 급격하게 높아졌다.
이런 상황이라 시장에서는 인텔이 CPU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삼성전자에 생산을 위탁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인텔이 AMD에 CPU시장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으려면 파운드리를 통해 공급부족 난국을 타개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인텔이 CPU 생산을 맡길 반도체 위탁생산업체(파운드리)가 사실상 삼성전자밖에 없다는 점이 이런 관측에 힘을 싣는다.
AMD는 모든 제품을 파운드리에 맡기는 팹리스기업으로 현재 세계 최대 파운드리인 TSMC와 거래하고 있다. 인텔이 경쟁기업인 AMD 제품을 생산하는 TSMC에 파운드리를 맡기기 어려울뿐더러 당초 TSMC도 AMD의 물량을 소화하기에도 바쁘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인텔 CPU를 대체할 수 있는 AMD CPU 공급도 TSMC의 생산능력 부족으로 원활하지 않다”며 “최근 TSMC 7나노급 공정 제품의 리드 타임(제품 주문일과 인도일 사이 기간)이 2개월에서 6개월 이상 늘어났다”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최근 자체 CPU 개발을 중단한 일이 인텔의 CPU 기술 유출 우려를 해소함으로써 파운드리 일감을 확보하는 데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사업과 다양한 IT 사업을 병행하고 있는데 이는 TSMC가 ‘고객과 경쟁하지 않는다’는 사업방침에 따라 파운드리에만 집중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이런 점이 기술 유출을 걱정하는 고객사를 유치하는 데 방해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CPU 개발중단이 발표되기 이전 “삼정전자 파운드리 공정은 CPU 등 분야에서 상당한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며 “물론 고객과 경쟁하는 삼성전자의 특이한 사업모델상 팹리스 확보가 쉽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물론 인텔이 당장은 CPU 자체생산 방침을 바꾸지 않을 수도 있다. 인텔코리아 관계자는 최근 한 국내 언론에 “인텔은 자체 생산하는 품목 가운데 CPU를 제외한 다른 품목들의 파운드리를 늘리고 CPU 생산 시설을 추가로 확보할 것”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하지만 인텔로서는 CPU 공급부족을 해결하는 일이 다급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자체 생산능력을 늘리는 데 더해 외부 위탁생산을 적극 검토할 가능성이 높다.
자체생산만을 고집하는 것은 시장 수요에 탄력적 대응을 어렵게 만들 수도 있다. AMD가 강력한 경쟁자로 급부상한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AMD와 기술 격차가 벌어지는 가운데 공급 부족까지 이어지면 CPU시장에서 AMD에게 역전당할 수도 있다.
AMD는 최근 CPU ‘라이젠’ 시리즈의 7나노급 최신 제품을 선보였다. 하지만 인텔은 아직 7나노급은커녕 10나노급을 자체생산하는 데 머무른다. 인텔의 7나노급 출시시기는 2021년으로 예정됐지만 이마저도 확실하지 않다.
인텔 CPU 수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상황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경민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2일 “인텔은 지난해 CPU 공급부족을 들면서 미국, 아일랜드, 이스라엘 등의 생산라인에 시설투자 예산을 좀 더 배정하겠다고 발표했으나 여전히 공급부족이 이어지고 있다”며 “인텔의 고객사 HPQ와 Del이 최근 실적 콘퍼런스콜을 통해 CPU 공급부족이 내년에도 이어진다는 내용을 발표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