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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노조 세불리기, 한국노총 산하로 투쟁보다 대화에 무게실어

김디모데 기자 Timothy@businesspost.co.kr 2019-11-18 14:3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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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노조 세불리기, 한국노총 산하로 투쟁보다 대화에 무게실어
▲ 진윤석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위원장이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2019 한국노총 전국노동자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삼성전자 노조가 본격적으로 세 불리기에 나섰다.

삼성전자 노조는 빠르게 1만 명까지 조합원을 모집한 뒤 회사를 상대로 본격 교섭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삼성전자 노조가 이전에 삼성그룹과 대립각을 세워왔던 민주노총이 아닌 한국노총의 손을 잡은 데다 기존 한국노총 산하 노조들의 활동에 비춰볼 때 향후 삼성전자 노조의 노선은 당분간 투쟁보다 대화 중심으로 진행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한국노총 산하 삼성전자 노조는 18일부터 삼성전자 전 사업장에서 선전전을 벌이며 조합원 모집에 나섰다.

삼성전자 노조는 현재 400~500명 규모로 알려졌다. 설립 이후 1차 활동목표를 세 불리기로 잡은 만큼 상당 기간 조합원 확대에 온힘을 쏟을 것으로 전망된다.

고지훈 삼성전자 노조 부위원장은 18일 KBS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 인터뷰에서 “첫 번째 계획은 조합원을 많이 가입시키는 것”이라며 “많은 사람들이 모여야 노조도 힘이 세지고 회사와 교섭에서 협상력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앞서 진윤석 삼성전자 노조위원장도 16일 출범 기자회견에서 “1만 명 가입이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노조 가입률은 10.7% 수준이다. 300명 이상 사업장의 가입률은 57.3%로 이보다 높지만 반세기만에 처음으로 삼성전자에서 노조가 조직되는 만큼 평균 수준의 노조 가입률을 우선 목표로 세운 것으로 분석된다.

노동계에서는 포스코 노조의 사례를 들어 삼성전자 노조가 1차 목표로 설정한 조합원 1만 명 확보가 그리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본다. 

포스코 노조는 9월 포스코 노조재건 추진위원회가 설립된 지 두 달 만에 6500명 가까운 조합원을 확보하고 과반 노조 지위를 얻어 대표교섭권을 확보했다.

삼성전자 노조 가입 대상자가 10만 명에 이르는 만큼 10%인 1만 명의 조합원 확보에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가 이전처럼 노조의 설립 자체를 막기 불가능한 상황이라는 점도 노조의 조직 확대 가능성에 힘을 싣는다. 삼성전자서비스의 노조 와해공작을 벌인 혐의로 삼성전자 임원이 구속기소된 상황이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파기 환송심을 앞두고 있어 여론에도 신경을 써야하기 때문이다.

상급단체인 한국노총은 포스코에 이어 삼성전자 노조 설립에 공을 들인 만큼 조직 확대를 적극 지원할 것으로 보인다.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은 출범 기자회견에 참석해 “삼성노조 출범은 한국 사회에 무노조·반노조 경영이 설 자리가 없다는 뜻”이라고 의미를 부여했고 삼성전자 노조와 함께 한국노총 금속노련에 소속된 SK하이닉스와 LG전자 노조도 함께 자리해 연대의 뜻을 나타냈다.

삼성전자 노조가 양대노총 중 민주노총이 아닌 한국노총 산하로 설립되면서 회사의 부담이 한결 적다는 관측도 나온다. 기존 삼성그룹 계열사 9곳 가운 8곳이 민주노총 산하인데 회사에 강경한 태도로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삼성전자서비스와 삼성물산(옛 삼성에버랜드) 임직원들이 노조활동 방해 혐의로 받고 있는 재판 역시 민주노총 계열 노조와 사이에서 벌어진 일이다. 

삼성전자 노조는 2013년부터 노조 설립을 준비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고민 끝에 한국노총의 손을 잡은 만큼 이제껏 삼성그룹 내 노사 사이에 벌어진 강경대응 노선과는 조금 거리를 두겠다는 의지가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진윤석 위원장은 출범 기자회견에서 ‘상생과 투쟁을 양손에 쥐는 노조’를 표방했다. 강온 양면 전술을 표방하면서도 투쟁보다 상생을 앞자리에 뒀다.

진 위원장은 “무조건적 투쟁보다 대화와 협상을 통해 운영되는 부분이 있다는 점에서 한국노총이 더 좋게 평가됐다”며 “민주적 토론과 협상을 통해 회사의 조직문화를 합리적으로 바꾸고 싶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노조보다 먼저 한국노총 금속노련 산하에서 활동하고 있는 전자업계 노조들의 행보도 비교적 온건한 편이다.

대표적인 곳이 LG전자다. LG전자는 2019년까지 10대 그룹 가운데 최장기인 30년 임단협 무분규 타결을 이어오고 있다.

SK하이닉스 노조는 2019년 초 회사측의 성과급 1700% 지급안에 반발하며 사상 처음으로 대의원투표에서 임단협 잠정합의안을 부결했다. 그러나 회사가 기존 제안에서 물러나지 않자 사흘만에 재투표를 거쳐 임단협을 타결했다.

다만 한국노총이 노조 조직화의 물꼬를 튼 이상 삼성전자에 민주노총 산하 노조가 결성돼 '양대노총 복수노조' 체제가 들어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민주노총 역시 삼성전자 노조 설립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노총 산하 노조가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면 반대급부로 민주노총 산하 노조가 힘을 받을 수도 있다.

최근 금속노련 산하 노조 사업장은 속속 복수노조체제가 들어서고 있다. 지난해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 포스코지회와 LG전자서비스지회, 화섬노조 SK하이닉스지회 등이 설립됐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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