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B하나은행이 파생결합증권(DLS) 사태와 관련해 프라이빗뱅킹부문을 넘어 본점 차원에서 고객의 신뢰를 되찾기 위해 힘쓰고 있다.
지성규 하나은행장 등 고위임원들이 ‘신중모드’에서 벗어나 사태를 수습하기 위한 대외적 행보를 보일 가능성도 나온다.
26일 하나은행에 따르면 프라이빗뱅킹부문에 국한됐던 제도 개선을 전사적 차원으로 확대하는 등 파생결합증권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한 대응책 마련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은행 본점에 '손님투자 분석센터'를 새로 만들어 프라이빗뱅킹 지점의 고객이 투자하는 상품을 본점 차원에서 승인하도록 하고 초고위험 상품의 투자비율도 제한하도록 했다.
그동안 하나은행은 프라이빗뱅커(PB)의 성과지표 개선 등 제한된 사업부문 위주로 사후관리에 힘써왔는데 전체적 시스템 차원으로 범위를 넓힌 것이다.
하나은행은 판매한 파생결합증권상품의 손실이 일부 확정됐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등 금융당국의 압박과 법무법인을 앞세운 투자자들의 움직임도 본격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하나은행이 손실 관련 사태 수습과 별개로 은행 전체적으로 재발 방지시스템을 정비하며 대외 신뢰회복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윤 원장은 23일 은행장과 간담회에서 이번 사태와 관련해 “성과 보상체계와 내부통제시스템을 개선해 다시는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고객의 편에서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반투자자들 역시 법무법인 로고스를 앞세워 하나은행을 상대로 한 소송전을 본격화했다.
지성규 하나은행장 등 고위임원들이 직접 공개석상에 나서 이번 사태와 관련해 고객의 신뢰를 되찾기 위해 대외적으로 목소리를 낼지도 업계의 시선이 몰린다.
지 행장은 23일 진행된 윤 원장과 시중은행장 간담회에 참석하지 않았다. 애초 참석이 예정됐던 것으로 알려졌으나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지 행장은 파생결합증권 사태와 관련해 지금까지 공식적 발언을 내놓지 않았다.
비슷한 상황에 놓인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은행장이 23일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전국 영업본부장을 소집해 펀드손실과 관련해 고통과 어려움을 겪고 있을 고객들께 송구스러운 마음을 나타내고 고객보호를 위해 노력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과 대비된다.
이는 하나금융그룹 고위임원진들이 언론 등 공식석상에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기조와 무관치 않은데 금감원 조사나 소송 등을 염두에 두고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분쟁조정 절차에 적극 협력하고 고객보호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태의 파장이 커지자 은행 등 금융회사의 신뢰회복을 위해 고위 경영진이 직접 나서야 할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더욱이 하나은행 임원진들은 10월 예정된 국정감사에서 이번 파생결합증권상품 사태와 관련한 책임자로서 증인석에 서게 될 가능성이 높다.
국회 정무위원회에 소속된 여당과 야당 의원들은 10월 초 열리는 금감원 국정감사에서 은행장 및 부행장 등 이번 사태와 관련한 실무 책임자들을 증인으로 세우는 방안을 놓고 협의를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하나은행은 그동안 프라이빗뱅킹 등 ‘손님 중심’의 영업기조를 바탕으로 신뢰를 쌓아왔다”며 “경영진이라도 직접 나서 고객의 마음을 되돌리기 위해 힘을 쏟는 등 신뢰회복을 위해 다양한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