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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지주회사인 합병 삼성물산의 경영체질 바꿔낼까

김수정 기자 hallow21@businesspost.co.kr 2015-06-30 19: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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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지주회사인 합병 삼성물산의 경영체질 바꿔낼까  
▲ 제일모직이 30일 서울 영등포구 콘래드호텔에서 긴급 기업설명회를 열었다. 왼쪽부터 김신 삼성물산 상사부문 사장, 윤주화 제일모직 패션부문 사장, 김봉영 제일모직 건설리조트부문 사장.<뉴시스>

삼성그룹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삼성전자 지배력을 높이기 위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추진한다는 사실은 모두가 다 안다.

그러나 삼성그룹은 그동안 두 회사의 합병 시너지만을 강조했다. 엘리엇매니지먼트는 이 틈을 노려 삼성그룹 순환출자 등 지배구조에 대한 공세를 펼치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그룹이 엘리엇매니지먼트 공세에 맞서 정면승부를 선택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법인이 삼성그룹의 지주회사 역할을 할 것이라고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이다. 이는 이번 합병이 삼성그룹에 이재용체제를 열기 위한 조치임을 확인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삼성그룹은 이런 사실을 인정하면서 배수의 진을 쳤다. 합병 외에 어떤 다른 대안도 마련해 놓고 있지 않으며 합병비율도 수정할 뜻이 없다고 강조했다.

삼성그룹은 대신 지주회사가 될 합병 삼성물산에 거버넌스위원회를 설치해 경영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대안을 내놓았다.

삼성그룹은 또 합병법인이 배당을 확대하는 등 주주친화정책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CSR위원회도 발족해 이익의 사회공헌도 확대하겠다고 설명했다.

삼성그룹이 이재용체제를 맞아 지주회사에 걸맞는 경영체제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엘리엇매니지먼트의 속셈을 속단하기 어렵지만 삼성그룹의 오너 경영체제에 작은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그룹의 이런 승부수가 어떤 결과를 낳을지도 주목된다.

◆ 합병 삼성물산, 삼성그룹의 지주회사

제일모직은 30일 긴급 기업설명회를 열었다. 국내외 애널리스트들을 상대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을 공개적으로 설명하는 자리였다.

제일모직 윤주환 패션부문 사장과 김봉영 건설리조트부문 사장, 김신 삼성물산 상사부문 사장 등이 참석했다.

제일모직 윤주화 패션부문 사장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법인에 대해 “삼성그룹의 사실상 지주회사”라고 말했다.

윤 사장은 “합병법인은 핵심경쟁력 결합과 시너지에 따른 성장 기대감, 그룹의 드팩토 홀딩컴퍼니(De facto Holding Company·사실상의 지주회사)”라며 “기존에 보유하고 있는 글로벌 사업역량과 다각화한 사업 플랫폼을 기반으로 헬스케어, 에너지 등 미래사업을 주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용, 지주회사인 합병 삼성물산의 경영체질 바꿔낼까  
▲ 윤주화 제일모직 패션부문 사장.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지난 5월26일 합병계획을 전격 발표하며 합병이유를 '양사 사업 시너지를 통한 초일류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이라고 밝혔다. 삼성그룹은 그 뒤 사업시너지와 미래 주주가치를 높이기 위한 합병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해 왔다.

삼성그룹은 이번 합병이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에 목적이 있다는 사실을 부각시키지 않으려고 무던히 애를 썼다.

이재용 부회장은 제일모직의 대주주다. 삼성물산은 삼성전자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을 합병할 경우 이 부회장은 합병법인의 1대 주주에 올라 합병법인을 통해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을 확보할 수 있다.

이 부회장은 그동안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이 취약해 삼성그룹의 경영권을 승계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삼성그룹은 이번 합병의 이런 목적을 애써 외면하면서 엘리엇매니지먼트의 공격으로 수세에 몰렸다. 엘리엇매니지먼트는 합병에 반대하면서 합병의 진짜 의도를 부각하는 데 주력했다.

윤 사장이 이날 합병법인의 역할을 ‘사실상 삼성그룹의 지주회사’라고 밝히면서 삼성그룹은 엘리엇매니지먼트의 공격에 더욱 적극적으로 반격에 나설 발판을 구축했다.

◆ 정면승부 선언, “플랜B는 없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경영진들은 이날 합병무산 가능성에 대비한 계획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합병의 목적을 분명히 한 이상 배수진을 치고 승부를 펼치겠다는 각오를 보인 것이다.

윤주화 사장은 “합병이 무산됐을 경우 (재합병 추진 등) 플랜B에 대해서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김봉영 리조트건설부문 사장도 “합리적 의사결정이고 법적 문제가 없는 만큼 합병 성사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합병의 기대효과와 주주친화에 대한 커뮤니케이션을 적극적으로 시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신 삼성물산 상사부문 사장은 “대주주 지분율이 높은 제일모직과 달리 삼성물산은 우호지분율이 낮아 제일모직과 같은 주가 모멘텀이 없고 엘리엇매니지먼트와 같은 이슈가 생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삼성물산에서 소위 '디 팩토 홀딩 컴퍼니' 안에 속하게 되면 비즈니스 차원에서 플러스 요인이 더 많겠다는 종합적 판단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김봉영 사장은 합병비율 재산정 요구와 관련해 “합병비율은 합리적 의사결정을 거쳐 산정된 것”이라며 “합병비율 재산정은 법적 문제가 있어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 지주회사에 걸맞는 투명경영 방안 제시

삼성그룹은 합병법인이 삼성그룹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만큼 그에 걸맞은 투명한 경영과 주주가치를 올릴 수 있는 방안을 내놓았다.

  이재용, 지주회사인 합병 삼성물산의 경영체질 바꿔낼까  
▲ 생각에 잠긴 김신 삼성물산 상사부문 사장.
이는 그동안 오너 경영의 폐해에 대한 사회적 여론을 적극적으로 반영해 합병의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또 이재용체제를 맞아 삼성그룹 지주회사 경영의 다른 모습도 보여 줘 이재용체제 등장에 대한 사회적 동의를 얻는 모습도 보여주려는 것으로 분석된다.

윤주화 사장은 “삼성물산과 합병 이후 주주친화 추진방향으로 배당성향을 확대하고 거버넌스위원회와 CSR위원회를 신설하겠다”고 약속했다.

윤 사장은 “지속적으로 주주와 소통하겠다”면서 “배당성향은 30% 수준을 지향한다”고 강조했다. 윤 사장은 다만 회사의 투자기회 등을 고려해 배당을 점진적으로 올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 사장은 “이사회의 독립운영 방안을 위해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된 거버넌스위원회를 신설해 특수관계인과 거래, 인수합병 등을 심의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윤 사장은 “위원 가운데 1명은 주주이익 보호담당 위원으로 선임해 이사회와 주주 간 소통을 맡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설될 거버넌스위원회는 이사회의 독립운영 강화를 위해 사외이사 3명으로 구성된다. 특수관계인 거래, 인수합병, 주요자산 취득과 처분 등 주주권익에 영향을 미칠 사항을 심의하고 그 결과를 이사회에 제출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삼성그룹이 거버넌스위원회를 만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합병법인이 삼성그룹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게 될 것을 감안해 삼성그룹 전체 경영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윤 사장은 외부 전문가와 사내 전문인력으로 구성된 CSR위원회도 신설하기로 했다. CSR 위원회는 글로벌 선진기업의 배당과 자사주 정책 등 주주환원정책 사례 등을 연구해 반영하는 역할도 수행하게 된다.

삼성그룹은 이날 기업설명회에서 합병법인이 2020년까지 매출 60조 원, 세전이익 4조 원을 달성하겠다는 기존 비전을 거듭 강조했다. 건설 23조6000억 원, 상사 19조6000억 원, 패션 10조 원, 식음·레저 4조2000억 원, 바이오 1조8000억 원 등 부문별 구체적 목표액도 제시했다.

윤 사장은 “합병법인은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위치하게 되며 삼성전자와 삼성생명 등 주요 계열사와  파트너십 강화를 추진할 것”이며 “이를 통해 헬스케어와 에너지 등 미래사업을 주도하겠다”고 미래 청사진을 밝혔다.

  이재용, 지주회사인 합병 삼성물산의 경영체질 바꿔낼까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다급해진 삼성, 투명성 높이는 계기될까


제일모직이 주체가 된 이날 설명회 일정은 예정일보다 하루 앞서 국내 애널리스트들에게 통지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그룹이 이번 합병사안에 대해 그만큼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는 방증으로 보인다.

엘리엇매니지먼트는 삼성물산 지분보유 사실을 공개한 뒤 2건의 가처분 소송을 잇달아 제기하고 여론전의 수위도 갈수록 높이고 있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을 놓고 삼성그룹과 엘리엇매니지먼트의 세대결은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상황이다.

해외 투자자들의 반대 움직임도 심상치 않은 데다 삼성물산 소액주주들도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특히 합병의 열쇠를 쥔 국민연금이 최근 SK와 SKC&C의 합병반대를 결정하면서 삼성그룹의 긴장감은 높아지고 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은 이번 주가 분수령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법원은 7월1일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제기한 주주총회 소집 통지 및 결의금지 가처분과 자사주 처분금지 가처분 신청의 결론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에 대한 ISS의 보고서도 7월2일 나올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삼성그룹은 법원의 결정과 ISS의 보고서를 확실히 삼성그룹 편으로 끌어오기 위해 기업설명회를 통해 삼성그룹 지주회사의 청사진을 제시한 것으로 관측된다.

증권 전문가들은 이번 설명회에서 삼성그룹이 주주가치 증대를 위한 정책과 기업가치 증대 측면에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이 결코 나쁘지 않다는 점을 보여줬다고 평가한다. 제일모직 주가도 이날 그리스 디폴트 악재 속에서도 1.72% 올랐다.

그러나 기존의 입장을 되풀이한 데 그쳐 삼성물산 주주들을 달랠 확실한 명분이 부족했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합병 무산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위기감 속에서 삼성그룹이 총공세를 취한 것”이라며 “하지만 삼성물산 주주들의 불만을 누그러뜨리는 데 얼마나 효과를 발휘할지 미지수”라고 말했다.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반대에 나선 저의를 떠나 결과적으로 재벌의 경영 투명성을 높이는 계기로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취약한 지배구조를 먹잇감으로 노린 '먹튀'세력이라는 지적이 많지만 오너 만을 위한 무소불위의 경영행태를 보이는 국내 재벌기업들에 경종을 울리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평가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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