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생명이 금리 인하와 맞물려 채권을 만기보유채권에서 매도가능채권으로 재분류한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금리 인하에 따른 채권평가이익이 늘면서 지급여력비율(RBC)이 높아지는 효과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 신창재 교보생명 대표이사 회장(왼쪽)과 윤열현 교보생명 대표이사 사장. |
25일 생명보험업계에 따르면 교보생명은 금리 인하에 따른 채권평가이익 증가를 통해 재무건전성을 높이고 있다.
매도가능채권은 시가로 평가하기 때문에 금리변동에 따른 평가손익이 발생하지만 만기보유채권은 원가로 평가하기 때문에 가치 변동 위험이 없다.
채권 평가이익은 실제 채권매각을 통해 이익을 실현한 것이 아닌 ‘평가이익’으로 기타포괄손익에 포함돼 자본계정에 쌓인다.
결국 채권 평가이익이 늘어날수록 보험사 건전성 지표인 지급여력비율 높아지는 효과로 이어지는 것이다.
교보생명은 상반기 매도가능금융자산 59조 원 넘게 보유하고 있다. 상반기 기준으로 기타포괄손익에 포함된 매도가능금융자산평가이익은 2조9367억 원으로 1분기 2조1735억 원, 2018년 말 1조5722억 원에서 꾸준히 늘고 있다.
2019년 6월 말 기준 교보생명 지급여력비율(RBC)은 352.6%로 집계됐다. 3월 말보다 30.5%포인트 높아졌다.
신종발행증권이나 후순위채권 발행 등 대규모 자본확충 없이 채권 평가이익을 바탕으로 재무 건전성이 높아지는 효과를 보고 있다.
하반기 한국은행이 추가 기준금리 인하를 고려하고 있는 만큼 채권 평가이익은 더 늘어날 수 있다.
교보생명은 매도가능채권으로 보유하고 있는 채권을 매각해 이익을 실현할 수도 있다.
올해 상반기 교보생명의 매도가능금융자산 처분이익은 1956억 원에 이른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6% 늘었다.
교보생명이 금리 인하의 수혜를 받고 있는 것은 새 국제회계기준 도입에 대비해 2017년 채권 분류방식을 변경했기 때문이다.
교보생명은 2017년 만기보유금융자산으로 보유하고 있던 29조 원가량의 채권을 모두 매도가능금융자산으로 재분류했다.
매도가능채권을 매각한 뒤 만기가 긴 채권을 매입하는 전략을 통해 자산과 부채의 만기 차이(듀레이션 갭)를 줄이기 위해서다.
교보생명은 금리변동에 따른 채권가치 변동 위험보다 중장기적으로 자산운용 탄력성을 높여 재무 건전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생명보험업계 관계자는 “교보생명은 지난해 1~3분기까지 금리 인상으로 3천 억 이상의 평가손실을 보기도 했다”며 “올해 들어 금리 인하 기조로 전환되면서 채권 재분류가 빛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고두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