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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의 SK 합병반대, 삼성물산의 합병논리 흔들어

김디모데 기자 Timothy@businesspost.co.kr 2015-06-25 13:0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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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병절차가 적법하다고 해도 주주의 입장에서 볼 때 가치가 훼손된다면 합병에 반대할 수밖에 없다."

국민연금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가 SK와 SKC&C의 합병에 반대결정을 한 데 대해 이런 설명을 내놓았다.

  국민연금의 SK 합병반대, 삼성물산의 합병논리 흔들어  
▲ 국민연금 의결위는 24일 SK와 SKC&C 합병안에 반대하기로 결정했다.
삼성물산은 제일모직과 합병을 추진하면서 적법한 절차에 이뤄졌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그러나 국민연금의 이런 판단은 삼성물산의 합병논리를 정면으로 공박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삼성물산 합병에 대해 국민연금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더욱 주목된다.

김성민 국민연금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 위원장은 25일 “합병가치 평가는 법에 따르는 것이지만 합병비율을 산정하는 데 여러 요소를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합병절차가 아닌 합병시기를 문제삼았다. 합병비율 산정이 적법했지만 그런 합병비율이 나올 수 있도록 합병시기를 조율해 결과적으로 SK 주주가치를 훼손했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합병결정 시점이나 합병비율 측면에서 SK 주주들이 적절한 대우를 받지 못했다”며 “합병시점을 전후로 몇 달 동안 자료를 검토했지만 합병시점이 SK 주주들에게 가장 불리한 때”였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SK는 합병비율 산정에 대한 논란이 제기되자 “합병비율 산정은 자본시장법에 따라 적법하게 이뤄진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김 위원장의 이날 발언은 이런 SK의 논리를 정면으로 공박한 것이기도 하다.

김 위원장은 국민연금의 역할론도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국민연금은 주주의 입장에서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합병비율이 적절하지 않은데도 눈을 감으면 국민연금이 지속적으로 생존할 수 없고 향후 적절하지 않을 때 반대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의 발언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국민연금이 어떤 태도를 보일지를 놓고 시사하는 바가 크다.

삼성그룹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타당성을 설명하기 위해 두 가지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첫 번째는 합병비율 산정이 자본시장법에 따라 적법하게 이뤄진 것이므로 정당하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장기적으로 합병 시너지가 나타나 주주가치가 높아질 것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김 위원장의 발언으로 삼성그룹이 내세우고 있는 합병논리의 한 축은 흔들리게 됐다.

김 위원장의 발언은 결국 삼성그룹을 향해 합병이 적법하게 이뤄졌다고 해도 합병비율이 주주가치를 훼손한다면 합병 자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놓고 합병비율이 삼성물산에 불리하게 산정됐고 그 시기도 조절됐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국민연금이 삼성물산 합병에 대해 어떤 결정을 내릴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국민연금이 SK와 SKC&C 합병에 반대했지만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대해서 반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국민연금이 삼성물산 주주이기도 하지만 제일모직 주주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국민연금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 안에서도 SK와 SKC&C 합병을 놓고 의견이 엇갈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연금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 위원인 오정근 건국대학교 특임교수는 이날 바른사회시민회의 주최로 열린 '행동주의 펀드의 실상과 재벌정책-엘리엇매니지먼트, 삼성 분쟁이 주는 교훈'이라는 주제의 토론회에서 삼성물산 합병을 반대하는 의견에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오 교수는 “소액주주 보호는 지배구조 개선작업 차원에서 해야 할 것”이라며 “투기자본의 힘을 빌리다가 국부유출과 기업투자 위축을 불러올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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