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OEM펀드’를 제재하고 있다.

OEM펀드란 펀드의 판매사가 자산운용사에 직접 펀드 구성을 요청하고 판매사의 지시 내용대로 설정되고 운용되는 펀드를 일컫는데 불법임에도 금융투자 업계에 관행처럼 자리잡은 상태를 바로잡으려는 것으로 보인다.
 

1일 금융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금감원은 OEM펀드 판매와 관련해 NH농협은행을 비롯해 DB금융투자, 한화투자증권, 파인아시아자산운용, 아람자산운용 등을 제재하기 위한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파인아시아자산운용과 아람자산운용은 NH농협은행의 지시에 따라 펀드를 운용했고 DB금융투자와 한화투자증권은 문제가 된 펀드의 자산을 매도, 매수하는데 지원했는데 모두 위법이다.

파인아시아자산운용, 아람자산운용 및 DB금융투자, 한화투자증권 등과 관련된 제재는 6월 금감원의 제재심의위원회를 통과했다.

자산운용사들에는 중징계인 ‘일부 영업정지’, DB금융투자에는 ‘기관주의’, 한화투자증권에는 ‘과태료 부과’ 조치가 내려졌다.

자산운용사와 증권사에 내려진 금감원의 제재 조치는 증권선물위원회과 금융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최종적으로 확정된다. 이번 OEM펀드 판매와 관련해 자산운용사와 증권사에 내려진 제재 조치는 8월 중으로 증권선물위원회의 심의를 거친다.

금감원은 먼저 자산운용사와 증권사의 제재 절차를 진행해 문제가 된 펀드 판매의 위법성이 확정되면 NH농협은행의 제재를 위한 절차도 본격적으로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은 NH농협은행 관련 건 외에도 한국투자증권의 지시를 받아 OEM펀드를 판매한 한국투자신탁운용에도 과태료 등 제재 조치를 내렸다. 한국투자신탁운용에 내려진 제재조치는 7월에 금융위 정례회의를 통과했다.

OEM펀드란 펀드의 판매사가 자산운용사에 직접 펀드 구성을 요청하고 판매사의 지시 내용대로 설정되고 운용되는 펀드다. 제조업에서 ‘주문자상표부착방식(OEM)’과 구조가 비슷해 붙여진 이름이다.

제조업에서는 일반적으로 주문자가 원하는 대로 제품을 제조하는 것이 불법은 아니다.

하지만 자산운용업에서는 자산운용 업무가 인가를 받은 자산운용사의 고유업무인 만큼 펀드의 판매자나 투자자가 자산운용에 간섭하는 것은 자본시장법 위반이다.

인가를 받지 않은 증권사나 투자자 등이 자산운용사의 이름만 빌려 실제로 자산운용을 하는 방식으로 인가를 우회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OEM펀드는 명백하게 불법이지만 현재 금융투자업계에서 관행처럼 자리를 잡았다.

자산운용사 사이에 경쟁이 치열해진 점이 OEM펀드 관행화의 주요 원인으로 지적된다.

2015년에 자산운용사 설립이 완화되면서 자산운용사 수가 크게 늘었다. 국내 자산운용사 수는 2016년 말 79곳에서 2018년 말 169곳으로 증가했다.

자산운용사들은 늘어난 수 만큼 경쟁이 치열지면서 펀드 판매자나 투자자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게 됐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최근 금감원이 OEM펀드를 놓고 적극적 움직임을 보이면서 업계에서는 긴장감이 높아졌다”며 “아무래도 중소형 자산운용사가 영업 과정에서 펀드 판매자나 투자자의 요구를 많이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던 만큼 금감원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