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호 기자 sangho@businesspost.co.kr2019-06-25 15:3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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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원회가 임시방편으로 마련한 각종 금융규제 관련 권고들이 국회 파행에 따른 법안 처리 지연으로 계속 연장되고 있다.
법률적 근거가 부족한 규제 방식이 이어지면서 자칫 금융규제와 관련된 세계적 흐름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 금융위원회.
25일 금융위에 따르면 정책 추진은 고사하고 금융규제를 임시방편으로 이어가야 하는 상황에서 벗어나기 어렵게 됐다.
4월5일부터 80여 일 동안 국회 파행이 이어지면서 주요 법안들의 처리 역시 계류된 상태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대표적 사례로 금융그룹통합감독이 꼽힌다.
금융그룹통합감독제도는 대기업의 금융 계열사의 건전성을 관리하기 위해 2018년 7월 도입된 제도다. 문재인 정부의 100대 국정 과제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금융위는 제도 도입 당시 먼저 모범규준 형태로 제도를 시범운영하면서 2018년 하반기에 제도의 입법화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국회에서 금융그룹감독 법안의 처리가 지연되면서 1년을 시한으로 제정된 모범규준의 만료가 다가왔고 결국 12일 금융위는 정례회의를 통해 모범규준을 연장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융그룹감독 모범규준의 내용은 금융위가 임의로 만든 것이 아니라 국제적으로 확립된 금융감독 규범”이라며 “금융그룹감독법안 2건이 국회에 계류 중인 만큼 입법 노력을 계속할 것이며 국회 논의 과정에서 국제규범과 국내 현실 등과 관련된 다각도의 고려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가상화폐를 이용한 자금세탁 방지를 위한 거래소 규제도 비슷한 상황이다. 법적 근거 없이 금융위의 자체 권고를 통해 규제가 이뤄지고 있다.
금융위는 2018년 1월부터 ‘가상통화 관련 자금세탁방지 가이드라인’을 시행한 뒤 현장점검을 통해 미비점을 보완 개정안을 마련했다. 가이드라인의 개정안은 같은 해 7월10일부터 1년 시한으로 시행됐다.
자금세탁방지를 위한 가상화폐 거래소 규제의 근거법률인 ‘특정 금융거래정보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도 국회에 계류된 상태다. 법률이 통과되면 가이드라인은 자동적으로 실효된다.
모범규준이나 가이드라인 등을 통한 금융규제는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점 자체로도 문제지만 금융규제와 관련된 국제기구의 기준을 맞추지 못하게 될 위험도 크다.
금융그룹통합감독제도는 국제통화기금(IMF)가 2013년 한국 금융부문평가(FSAP)을 통해 제도 개선을 요구한 내용이다.
한국은 올해 다시 금융부문평가를 받고 있으며 국제통화기금은 우리 정부의 이행현황을 점검하고 있다.
자금세탁 방지와 관련된 가상화폐 거래소 규제 요구도 강도가 높아지고 있다.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는 6월 총회를 통해 각국 금융당국이 가상화폐 거래소에 금융회사 수준의 구속력 있는 감독과 제재를 해야 한다는 권고안을 내놨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가 6월 총회를 통해 2020년에 각 나라의 권고안 이행상황을 점검하겠다고 한 만큼 관련 법안 통과가 시급해졌다”며 “곧 열릴 G20 정상회의에서도 가상자산을 통한 자금세탁 방지 문제는 비중있게 논의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로서 국회가 이른 시일 안에 정상화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등 여야3당 교섭단체 원내대표들은 24일 국회 정상화에 합의했다. 그러나 합의문 발표 뒤 두 시간 만에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의원총회에서 합의문 추인을 거부했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시간이 지나면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새로운 협상이 가능할 것이라는 착각은 꿈도 꾸지 말길 바란다”며 “더불어민주당은 국민배신, 의회 민주주의 폭거, 합의정신을 부정하는 어떤 정략에도 타협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도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국회 파행과 관련된 책임은 온전히 자유한국당이 져야 할 몫”이라며 “더는 중재할 내용이 사라졌으므로 바른미래당의 중재자 역할도 여기서 마감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