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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해양 현장실사 기한 넘겨, 산업은행 현대중공업 모두 부담

조은아 기자 euna@businesspost.co.kr 2019-06-14 18: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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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해양 현장실사 기한 넘겨, 산업은행 현대중공업 모두 부담
▲ 3일 오후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정문 앞에서 현대중공업 현장실사단이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현장실사가 애초 설정한 기한 안에 이뤄지지 못하면서 현장실사를 건너뛸 가능성이 제기된다.

자칫 졸속매각 논란이 다시 점화될 수 있다.

현대중공업은 14일 옥포조선소 현장실사를 기한 안에 진행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최종결론을 내렸다. 이날은 당초 예정된 현장실사기한의 마지막 날이다.

현대중공업은 우선 국내외 기업결합심사에 집중한다는 방침을 세워뒀다.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마무리하려면 국내에서는 공정거래위원회, 해외에서는 중국, 유럽연합(EU) 등 주요국가의 기업결합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현대중공업은 산업은행과 협의해 올해 안에 현장실사를 다시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정확한 시점을 못박지 않고 마땅한 방안도 내놓지 않으면서 사실상 실사를 건너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시간이 지난다 해도 노조가 봉쇄를 풀고 실사단을 받아들일 가능성은 매우 낮기 때문이다.

대우조선해양 노조는 전날 소식지를 통해 “대우조선해양 매각과 현장실사를 포기하지 않는 한 투쟁을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현장실사를 하지 않아도 절차상에는 문제가 없다.

하지만 그동안 대형 인수합병 거래, 특히 생산 및 제조시설을 갖춘 기업을 사고파는 과정에서 현장실사가 노조의 반발을 무릅쓰고서라도 꼭 이뤄졌다는 점에서 현장실사를 하지 않으면 산업은행과 현대중공업 모두에게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특히 산업은행은 졸속매각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 않아도 이번 매각은 속전속결로 이뤄졌다. 산업은행과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10월부터 대우조선해양 지분의 처리방안을 놓고 본격적으로 논의를 시작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 뒤 산업은행이 처음 매각 계획을 밝힌 건 1월 말, 양쪽이 본계약을 체결한 건 3월 초다. 매각 논의부터 본계약까지 반 년 만에 이뤄진 셈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동걸 회장이 속전속결로 자회사를 매각하고 또 매각하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해묵은 과제를 해결한다는 사실에만 매몰됐다는 비판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며 "안 그래도 지역사회와 노조 등이 매각을 크게 반대하는 상황에서 필요한 절차를 생략하는 건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현장실사가 생략되면 앞으로 있을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심사에서도 불리할 수 있다.

변광용 거제시장은 12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을 만나 “(매각) 중단과 재검토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뜻을 전했다.

추가 부실이 드러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특히 현대중공업 입장에서 계약을 검토할 때 산업은행이 제시한 자료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 현장실사의 중요성은 더욱 크다.

현장실사를 놓고 논란이 길어지면 현대중공업과 산업은행의 갈등도 불거질 수 있다. 2008년 산업은행이 한화그룹에 대우조선해양 매각을 추진했을 때도 실사가 한 달 이상 이뤄지지 못하면서 산업은행과 한과그룹이 서로 네 탓이라며 공방을 이어갔다.

당시 산업은행은 한화그룹이 더 적극적으로 실사를 추진해야 한다고 불만을 보였고 한화그룹은 파는 사람이 더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갈등이 깊어졌다.

이미 둘 사이의 미묘한 입장 차이도 감지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여전히 공식적으로는 반드시 현장실사를 해야한다는 태도를 내보이고 있지만 산업은행은 오랫동안 대우조선해양을 관리했던 만큼 현장실사가 필수는 아니라는 뜻을 전한 것으로 전해진다.

현대중공업은 그동안 회계법인 등을 통한 문서실사, 인터넷을 통한 데이터 열람 등을 해왔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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