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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산업 헐값매각 우려, 불거지는 홍기택 책임론

조은아 기자 euna@businesspost.co.kr 2015-05-27 21:2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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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호산업 헐값매각 우려, 불거지는 홍기택 책임론  
▲ 홍기택 KDB 산업은행장이 지난 1월28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에서 열린 2015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답변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뉴시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금호산업을 품고 그룹을 재건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홍기택 KDB산업은행 회장이 궁지에 몰릴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박 회장에 대한 특혜시비와 금호산업 헐값매각에 따른 책임론이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다.

홍기택 회장은 최근 미래에셋자산운용에게 금호산업 매각과정에서 가격협상의 공을 넘기는 등 한발 빼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금호산업이 헐값에 매각되고 채권단의 손실이 커질 경우 금호산업의 구조조정과 매각과정을 주도한 산업은행은 책임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산업은행은 손실이 나면 세금으로 메워야 하는 국책은행이다.

◆ 가격협상 주체로 미래에셋 내세우는 산업은행

27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금호산업 채권단은 미래에셋자산운용을 내세워 오는 7월 박삼구 회장과 가격협상에 나선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금호산업 지분 8.48%를 보유하고 있는 최대주주다.

산업은행이 금호산업 주채권은행으로서 그동안 매각과정을 주도했던 것과 달리 이번 협상에 미래에셋자산운용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홍기택 회장은 공개적 자리에서 협상주체로 미래에셋을 내세우며 한발 뒤로 물러섰다.

홍 회장은 최근 금호산업 매각과 관련해 “자본주의시장에서 지분율대로 목소리를 내는 것이 당연하다”며 “미래에셋이 지분이 제일 많기 때문에 주도적으로 협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놓고 산업은행이 앞으로 불거질 수 있는 책임론에 대비하고 나선 것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오는 7월부터 진행될 가격협상에서 채권단이 원하는 금액보다 낮은 금액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지자 이에 따른 책임논란에서 산업은행이 벗어나려 한다는 것이다.

최근 산업은행이 금호산업의 수의계약이 결렬될 경우 금호산업을 조기에 워크아웃에서 졸업시킬 수 있다는 뜻을 내비치면서 책임회피 논란이 더욱 거세졌다.

워크아웃에서 졸업할 경우 채권금융기관협의회가 주주협의회로 전환되고 매각실패의 책임의 소재도 달라진다. 워크아웃 중 주채권은행이 주요 책임을 지지만 주주협의회에서 의결권 순으로 책임을 지게 되기 때문이다.

산업은행은 금호산업 지분을 4.38% 보유한 주채권은행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단일주주 가운데 가장 많은 8.48%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채권단 의결권 기준으로 14.7%다.

하지만 산업은행의 자회사인 KDB대우증권도 금호산업 지분을 3.84% 보유하고 있다. 산업은행과 대우증권의 지분을 합하면 8.22%로 미래에셋자산운용과 비슷한 수준이다.

금호산업 본입찰이 유찰되면서 금호산업 인수전은 박삼구 회장에게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금호산업 채권단은 박삼구 회장과 수의계약을 통해 금호산업을 직접 매각하기로 했다.

채권단이 원금을 회수하려면 최소 1조 원 이상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박 회장의 자금력이나 시장의 여론 등을 감안할 때 1조 원 이상을 받기는 어려울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금호산업 헐값매각 우려, 불거지는 홍기택 책임론  
▲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 박삼구 회장에 끌려다녔다는 비판


산업은행은 그동안 금호아시아나그룹의 구조조정을 진두지휘했다. 또 이번 금호산업 매각과정에서도 매각주관사로 참여해 대부분의 의사결정을 주도했다.

하지만 호반건설이 본입찰에 단독으로 응찰하면서 금호산업 인수전은 흥행에 실패했다. 호반건설이 6007억 원이라는 가격을 제시하면서 앞으로 금호산업의 가격을 크게 올리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채권단은 그 뒤 공개입찰을 포기하면서 협상과정에서 주도권을 잡을 수 있는 기회도 놓쳤다.

이런 과정에서 산업은행은 주채권은행으로서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채권단이 주도권을 잡을 수 있는 상황에서도 박삼구 회장과 김상열 회장 사이에서 중심을 잡지 못한 채 끌려다녔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채권단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이 금호고속의 인수주체로 금호산업을 내세워 금호산업의 가치가 훼손될 수 있는 상황이 벌어졌을 때도 제때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 

금호산업 본입찰이 실패로 돌아가자 채권단 일부에서 산업은행이 이번 매각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였다는 불만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은행이 금호산업의 적당한 매각가격 등 실사자료를 공개하지 않으면서 주요 정보를 모른 채 의사결정 과정에서 산업은행에 끌려 다녔다는 것이다.

하지만 산업은행은 매각주관사 입장에서 가격에 대해 공개적으로 논의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 산업은행, 원죄에서 자유로울 수 있나

산업은행은 박삼구 회장의 복귀 등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중요한 의사결정에도 개입해 왔다.

산업은행은 박삼구 회장에게 경영권을 위임하고 일부 계열사의 우선매수청구권을 부여했다.

금호타이어의 경우 우리은행이 박 회장에게 경영권과 우선매수청구권을 부여할 법적 근거가 없다며 반대했지만 산업은행이 밀어붙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호산업은 또 워크아웃 과정에서 세 차례나 상장폐지 위기를 겪었다.

가장 큰 이유로 과도한 빚과 PF(프로젝트파이낸싱) 손실이 꼽히지만 채권단의 경영정상화 방안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금호산업이 채무를 가려 위기를 넘기려고만 하는 상황에서 채권단이 이에 휘둘려 장기적 계획을 세우지 못했다는 것이다.

산업은행은 구조조정의 가장 기본적 목적을 달성하는 데도 실패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재무상태가 부실한 기업을 안정적으로 만든 뒤 새출발할 수 있게 해 주는 것이 구조조정의 목적인데 박 회장이 빚을 얻어 기업을 되찾으면 그 부담이 다시 고스란히 기업에 전가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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