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이 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사고의 정부 조사결과를 목빠지게 기다리고 있다.
LG화학의 에너지저장장치 국내사업은 화재사고 영향으로 사실상 중단됐다. 하지만 정부 조사결과 배터리 자체결함이 아닐 가능성이 커지면서 국내사업 재개에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6월 초 에너지저장장치 화재사고 조사결과를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에너지저장장치에서 원인불명의 화재가 22건이나 발생했다.
30일 정부 조사결과 LG화학이나 삼성SDI 배터리의 자체결함이 아니라는 언론보도가 나오기도 했지만 산업자원부는 즉각 “아직 조사결과는 확정된 바 없고 정부 안전대책도 결정된 바 없다”고 부인했다.
업계에서는 에너지저장장치 화재가 배터리 결함은 아닐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김현수 하나금융투자연구원은 “에너지저장장치 화재사고 관련 합동조사위원회가 ‘최근 화재사고는 냉각장치 제어 및 과전압 감지장치 등이 제기능을 못한 것이 주원인으로 배터리 업체들의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고 말했다.
화재사고의 여파로 LG화학은 올해 1분기 국내에서 에너지저장장치 수주가 전무했다. LG화학은 1분기 전지부문에서 1479억 원의 영업손실을 봤다. 에너지저장장치 화재 발생에 따른 충당금 800억 원, 출하중단에 따른 판매손실만 400억 원으로 알려졌다.
LG화학 관계자는 1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에서 “가동손실 보상을 위해 발생 비용의 100%를 책임진다는 전제로 회계처리를 보수적으로 진행했다”고 말했다.
정부 조사결과 배터리 문제가 아닌 것으로 밝혀지면 다시 국내시장에서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LG화학의 생산라인은 이미 갖춰졌기 때문에 언제든 국내 수요가 늘어나면 생산량을 맞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에너지저장장치 해외사업은 국내 화재사고의 여파없이 견조한 실적을 내고있다.
LG화학은 북미시장 위주로 해외 수주를 늘리고 있다. 업계에서는 세계 에너지저장장치 시장점유율에서 삼성SDI와 LG화학이 80%를 차지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 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세계에너지저장장치시장은 2020년 17조8500억 원에서 2025년 24조319억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성장잠재력이 풍부한만큼 LG화학은 해외사업 확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손지우 SK증권 연구원은 “LG화학은 2020년 중대형배터리 사업에서만 매출 10조 원을 낼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중국업체들이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을 앞세워 국내시장에 들어오고 있는 점은 경계해야 할 대목이다.
유진에너지팜은 4월 중국 전기차배터리업체인 CATL과 에너지저장장치용 배터리 공급계약을 맺었다. 국내 종합상사인 STX는 중국업체 BYD와 손잡고 에너지저장장치시장에 진출한다고 밝혔다.
6월 정부 발표 후 악재가 해소되면 LG화학은 중국산 저가 배터리와 국내시장에서 경쟁해야 한다.
LG화학 관계자는 “정부 조사결과 발표가 어떻게 나올지 몰라서 결과를 예단하기는 힘들다”면서도 "불확실성이 해소되면 국내 수주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석현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