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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오른쪽에서 두번째)이 지난 7일 경기도 평택시 고덕국제화계획지구에서 열린 삼성전자 반도체 평택단지 기공식에서 박근혜 대통령(가운데), 남경필 경기도지사(오른쪽에서 첫번째) 등 내빈들과 대화하고 있다.왼쪽부터 권오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윤상직 산업통상부 장관.<뉴시스> |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해 5월10일 자택에서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졌다. 그리고 1년이 훌쩍 흘렀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부친의 와병 이후 지난 1년 동안 경영권 승계 후보자로서 불안감을 상당부분 떨치고 독자적 경영스타일을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여전히 승계의 현실적 기반이 미약한 상황이어서 이 부회장이 넘어야 할 산도 많다.
◆ 이재용 승계, 여전히 현재진행형
지난해 5월10일 해외언론들은 일제히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와병 소식을 전했다.
월스리트저널은 이 회장의 심근경색 소식을 홈페이지 메인 화면에 긴급속보로 올리며 “세계 최대의 스마트폰 제조사인 삼성전자의 회장이 심장마비로 현재 서울의 한 병원에 입원해 있다”고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 회장이 지난해 8월에도 폐렴증세를 보였다”며 “이 회장이 아플 때마다 삼성전자가 이 회장의 유일한 아들이자 추정 상속인인 이재용에게로 경영권 승계가 얼마나 준비돼 있는지 관심이 모아졌다”고 진단했다.
블룸버그도 이 회장의 와병소식을 전하며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시나리오가 확정적”이라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삼성그룹이 이재용으로 권력이양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부회장은 이렇게 미처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의 주역으로 떠올랐다. 삼성그룹의 물밑작업도 과거 어느 때보다 빠르게 진행됐다.
이 부회장은 1년 전만 해도 미래진행형이었던 승계자로서 입지를 현실화하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11월 포브스가 선정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순위에 이건희 회장과 함께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박근혜 대통령 46위,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40위보다 앞선 35위를 차지했다.
이 부회장이 순위 안에 이름을 올린 것은 처음이었다. 검증되지 않은 불안한 승계라는 시선을 어느 정도 떨쳐내고 이 부회장만의 경영스타일을 심는 데 일정한 성과를 올렸기 때문인 것으로 평가된다.
삼성그룹은 전자 계열사 CEO들을 대상으로 1주일씩 해외사업장에서 의무적으로 근무하게 하는 글로벌 현장경영을 실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11일 밝혔다. 글로벌기업으로서 현지화에 앞장서려는 상징적 의미를 담은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런 구상에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스타일이 반영돼 있다고 분석한다. 이 부회장이 그동안 글로벌 현장경영을 중시하는 행보를 보였기 때문이다.
이건희 회장의 와병 이후 1년이 흐른 지금 삼성그룹에 이재용 체제가 구축됐다는 데 의문부호를 다는 이는 별로 많지 않다.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를 비롯해 삼성그룹 내부에서 일어난 굵직한 결정들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삼성그룹은 삼성에버랜드가 제일모직 패션부분을 인수한 것을 시작으로 지난해 지배구조를 제일모직→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SDI(삼성카드)로 단순화하는 데 속도를 내왔다.
또 지난해 11월 삼성테크윈과 삼성종합화학 등 화학과 방산계열사 지분을 한화그룹에 넘긴 것도 이 부회장체제 삼성그룹이 나아갈 이정표를 제시한 것으로 평가받았다.
경기 평택 고덕산업단지에 15조6천억 원을 들여 내년 말 완공할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생산공장 역시 이 부회장의 의사결정에 따른 것이다. 삼성전자가 지난달 출시한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S6은 아예 ‘이재용폰’이라는 이름을 얻기도 했다.
◆ 이재용체제의 삼성, 불확실성 해소는 언제쯤일까
그렇지만 이 부회장의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를 비롯해 삼성그룹 내 어느 계열사에도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려놓고 있지 않다.
지분율만 놓고 보면 이 부회장의 경영을 당연시하는 분위기도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 지분을 0.57%밖에 들고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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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
이 때문에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맞물려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한 추측이 끊이지 않고 있다. 현재 시점에서 가장 큰 관심은 이 부회장이 삼성SDS 지분을 활용해 승계의 현실적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다.
이 부회장은 삼성SDI 지분 11.25%를 보유하고 있다. 이달 주가 24만~25만 원 선을 기준으로 이 부회장이 지분 전량을 매각할 경우 약 2조~2조2천억 원을 확보할 수 있다.
이 부회장이 이건희 회장의 지분 상속을 위해 내야 할 상속세는 적게 4조원에서 최대 7조원까지 추산된다.
문제는 시점이다. 삼성SDS 주식은 지난해 말 상장해 오는 14일 6개월의 보호예수기간이 해제된다. 일각에서 이 부회장이 삼성SDS 지분을 매각해 이건희 회장이 보유한 지분의 상속재원으로 삼거나 직접 삼성전자 주식을 매수할 가능성이 제기되지만 어느 쪽이든 분명하지 않다.
일각에서 지주회사체제 전환 가능성도 제기됐으나 삼성그룹은 줄곧 “정해진 것이 없다”고 부인한다.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려면 비용이 많이 드는 만큼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재계 관계자들은 삼성그룹의 앞날과 관련해 여전히 불확실성이 사라지지 않고 있어 어떤 식으로든 경영권 승계 시점을 앞당길 것이란 관측이 많다. 이들은 이 부회장이 올해 안에 회장으로 승진할 것으로 예상하기도 한다.
반면 부친인 이건희 회장의 상태가 불안정한 상황에서 경영권 승계나 회장 취임은 시기상조라는 지적도 나온다. 부친이 생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회장에 취임하면 부친을 밀어내는 인상을 주기 때문에 회장 취임을 결심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일부 관계자들은 이 회장의 의식이 없는 상황에서 본인이 자청해 회장 취임을 결정할 수도 없기 때문에 모친인 홍라희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의 판단을 주목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앞으로 지난 1년보다 훨씬 더 자신있게 경영행보를 넓힐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삼성그룹의 미래를 책임질 승계자로서 이미지를 강화하기 위해 밑그림을 제시하는 데도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점쳐진다.
업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그룹 경영 전반으로 영향력을 넓히기 위해 전자와 금융계열사를 직접 챙기는 한편 헬스케어와 사물인터넷(IoT) 분야를 차세대 성장동력의 두 축으로 삼아 미래 비젼을 제시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