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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
현대기아차가 글로벌 자동차회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몇 년 전부터 지나치게 복잡한 현대기아차의 임금체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요구를 받아 왔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임금체계를 개편하기로 노사와 합의했지만 통상임금 등을 놓고 입장차이로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
현대차는 노조가 1987년 설립된 이후 3년을 제외하고 매년 파업을 겪었다. 올해도 통상임금 문제와 관련해 노사가 상당한 갈등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자동차회사들이 공세를 펼치는 상황에서 현대차나 기아차가 노조와 관계를 개선하지 않는 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다는 지적은 되풀이되고 있다.
◆ 노사갈등의 불씨, 통상임금 해결 못하나
4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 계열사 노조가 연대파업을 계획하고 있다. 현대차, 기아차 등 현대차그룹 19개 계열사 노조는 연대를 통해 지난달 30일 중앙노동위원회에 통상임금 관련 쟁의조정을 신청했다. 이들은 조만간 파업을 결정한다.
현대차그룹 계열사 노조가 통상임금 문제로 연대파업을 추진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대차 노사의 통상임금 갈등이 좀처럼 해결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결국 노조가 계열사 노조까지 동원해 통상임금 파업에 나서는 것이다. 노조는 회사와 협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겠지만 조정이 안 될 경우 파업도 고려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현대차와 노사는 임금체계 개선을 위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현대차 노사가 구성한 임금체계와 통상임금개선위원회는 지난달 2일 5차 본회의를 연 뒤 개점휴업 상태다.
노사가 서로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으면서 통상임금을 포함한 임금체계 개선 문제는 원래 합의를 끝내기로 했던 3월 말을 넘어 지금까지도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노조는 임금체계 개선에 앞서 통상임금 문제를 먼저 논의하자는 입장에 서 있다.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 산정 기준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현대차는 통상임금을 포함해 임금체계 개선을 논의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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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여철 현대차 노무총괄담당 부회장 |
노조가 상여금, 휴가비 등 6가지 항목을 통상임금에 포함해 달라고 제기한 소송에 대해 서울중앙지법은 “조건 달린 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현대차의 손을 들어줬다. 현대차는 이 법원의 판결을 근거로 노조 주장에 맞서고 있다.
개선위원회에서 외부 전문가 4명으로 구성된 자문위원회는 “통상임금 문제로 비롯된 노사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법원 판결에 의존하기보다 근본적인 임금체계 개선 방향성을 설정해야 한다”는 뜻을 현대차 노사에 전달했다.
그러나 윤여철 현대차 노무총괄담당 부회장은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킬지에 대해 소송결과에 따른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윤 부회장은 지난달 통상임금 문제와 관련해 “우리는 법원 판결에서 이겼다”며 “그러므로 이는 임금협상 대상이 아니다”라고 자문위의 의견을 일축했다.
올해 임금과 단체협상에서 이 문제를 다시 다룰 경우 협상의 난항과 함께 지난해에 이어 노조의 파업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 법과 현실 사이, 불안한 노사관계
현대차가 지난 3년 동안 매년 진행된 파업을 통해 입은 생산손실은 모두 3조6464억 원 가량인 것으로 추산된다.
현대차는 2012년 1조7048억 원(손실대수 8만2088대), 2013년 1조225억 원(5만191대), 2014년 9191억 원(4만2293대)의 손실을 입었다고 밝혔다.
현대차의 지난 1분기 영업이익이 1조5천억 원대인 점을 감안할 때 적지 않은 부담이다.
현대차 노조는 1987년 노조가 설립된 뒤 2009년부터 2011년까지 3년을 제외하고 매년 파업을 해 왔다.
자동차산업의 특성상 노조의 파업은 그 영향력이 더욱 크다. 자동차 생산공정은 라인이 한 번 서면 타격이 순차적으로 발생하는 구조다.
현대차 노조가 파업할 경우 부품업체들의 하루 손실액도 9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가 파업에 들어갈 경우 그 피해가 330여 개의 1차 협력사와 5000여 개의 2·3차 협력사로 전달된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 정몽구 회장이 노조의 파업으로 불필요한 손실을 보느니 원만한 노사관계를 위해서라도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노조의 통상임금 확대 요구를 수용하는 편이 낫지 않느냐는 말도 나온다.
하지만 현대차는 “법대로 하자”는 원칙을 강조한다. 원칙을 고수하지 않으면 노조에 마냥 끌려 다닐 수밖에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노조의 요구대로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면 현대차의 인건비 부담은 10~15%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될 경우 현대차는 첫해 5조 원(3년 소급분 포함), 매년 2조 원 정도의 추가비용이 드는 것으로 추정된다.
산업연구원은 지난해 법원이 노조의 손을 들어줘 통상임금 범위가 확대될 경우 현대차의 영업이익률이 지금보다 2%포인트 정도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산업연구원은 현대차의 영업이익률이 급락하면 국내투자와 생산량을 줄일 수밖에 없고, 그 여파로 협력사들의 수익성도 악화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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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자동차 윤갑한(왼쪽) 사장과 이경훈 노조위원장이 지난해 10월 현대차 울산공장 아반떼룸에서 열린 2014 임금협상 단체교섭 조인식에서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
◆ 임금체계개선은 어떻게 되고 있나
현대차는 회사의 경쟁력과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임금체계를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인다.
현대차가 글로벌 자동차회사와 어깨를 나란히 하기 위해 지금의 임금제도를 바꿔야 한다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현대차는 기본급보다 수당 비중이 큰 기형적 임금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달 진행된 임금체계 개선위원회 5차 본회의에서 입금체계 개선안을 노조에 제시했다.
현대차는 현재 120여 개에 이르는 각종 수당을 15∼20개로 간소화하고, 개인별 성과와 노력에 따라 기본급 에 차등을 두는 부가급과 직무 난이도 등으로 등급을 세분화하는 직무급을 도입하자고 제안했다.
현대차는 현재 연공서열형 임금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수행하는 업무의 가치나 근로자들의 능력과 관계없이 근속년수에 따라 자동으로 임금이 결정되는 구조다.
현대차 생산라인 근로자는 1년차이든 10년차이든 30년차이든 거의 동일한 일을 수행하지만 근속연수가 높다는 이유로 임금에 차이가 있다. 수당도 연월차, 휴가, 생산성 향상, 직급, 가족수당 등 120여 개에 이른다.
현대차 입장에서 현재 평균연봉이 1억 원에 이르고 있는 데다 실적에 관계없이 임금이 오르는 것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현대차의 임금부담은 상당히 큰 편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매출에서 임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14.3%에 이른다. 삼성전자(6%)나 LG전자(9.4%)는 물론이고 경쟁업체인 한국GM(1.8%)에 비해서도 높다.
현대차 노조도 임금체계 개선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
현대차 노조가 최근 조합원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설문에 응답한 조합원 2800여 명 가운데 66%는 월급제를 도입해 기본급을 비롯한 고정급 비중을 확대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 글로벌회사들은 어떻게 하고 있나
글로벌 자동차회사들은 오래 전부터 직무중심의 임금체계를 도입했다. 수행하는 직무의 난이도에 따라 등급을 구분하고 여기에 맞게 임금을 지불하고 있다.
현대차는 독일의 임금체계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입장을 보인다.
독일식 임금체계는 기본임금인 직무급과 성과급으로 이뤄져 있다. 직무급은 근로자의 업무 내용과 성과에 따라 평가해 결정된다. 근속연수가 아닌 업무의 강도와 고난도에 따라 임금수준이 달라지는 것이다.
토요타나 혼다와 같은 일본 자동차회사들도 근속년수보다 얼마나 직무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가에 따라 급여를 결정한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