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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기업의 영구채 발행 놓고 감독수준 높인다

이상호 기자 sangho@businesspost.co.kr 2019-03-22 16:4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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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이 기업들의 영구채 발행을 놓고 감독 수준을 높일 수도 있다.

23일 회계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에 영구채를 부채로 봐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금감원, 기업의 영구채 발행 놓고 감독수준 높인다
▲ 금융감독원.

금감원 관계자는 “공식적 업무절차는 아니었고 국제회계기준위원회에서 관련 규정의 개정 작업을 하면서 의견을 물어온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회계기준위원회는 금융상품 표시 회계기준(IAS32)의 개정 작업을 진행하면서 영구채의 모호성을 놓고 각국 금융당국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회계업계에서는 지난해 하반기 국제회계기준위원회의 IAS32 개정과 관련된 토론 내용을 놓고 영구채가 자본에서 부채로 재분류될 가능성이 커진 것으로 바라본다.

금감원은 그동안 꾸준히 기업과 투자자 모두에 영구채의 위험성을 알려 왔다.

기업에게는 영구채의 거래가 활발하지 않은 만큼 유동성 위험에 노출될 수 있고 실질적으로 기업 재무구조가 개선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지적했다.

투자자에게는 대부분 영구채가 사모로 발행되면서 투자자가 필요한 공시정보를 찾기 어려워 정확한 투자판단 정보를 제공받을 수 없다고 안내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국제회계기준위원회에서의 영구채 관련 논의와는 별도로 영구채가 기업 재무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고려해 관리감독은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구채는 발행회사가 만기를 연장할 수 있는 채권이다. 정해진 만기가 있지만 만기 연장에 제한이 없어 주로 만기 없이 이자만 지급하다 콜옵션을 통해 중도 상환하는 형태로 운영된다. 주식과 채권의 중간성격을 지닌 신종자본증권(하이브리드채권)으로 분류된다.

두산인프라코어가 미국의 중소형 건설장비 제조사인 밥캣(현재 두산밥캣)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부담한 부채를 상환하기 위해 2012년 10월 국내 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두산인프라코어가 5억 달러 규모의 영구채를 발행하겠다고 밝히면서 회계처리 문제를 놓고 자본인지 부채인지 논란이 불붙었다.

영구채 성격 논란은 한국회계기준원의 의뢰로 국제회계기준위원회까지 올라가 2013년 5월 국제회계기준위원회 산하 해석위원회가 영구채를 자본으로 본다고 결정하면서 마무리됐다.

문제는 영구채가 자본으로 인정되면서 국내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영구채를 이용했다는 점이다.

영구채를 이용해 자본을 조달하면 부채비율은 낮추면서도 유상증자와는 달리 지분율에 영향을 주지 않아 경영권을 위협받지 않고 손쉽게 자본 확충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기업이 만기를 연장하게 되면 일반채권보다 이자부담이 크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2018년 3분기 말까지 국내기업 73곳이 모두 30조 원에 이르는 영구채를 발행한 것으로 집계됐다.

국내 기업들의 자본에서 영구채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만약 영구채가 부채로 다시 분류된다면 국내 기업들의 자본 건전성에 미치는 파장도 그만큼 커지게 된다. 

게다가 자본으로 처리된 영구채를 상환하는 것은 일반 부채를 상환하는 것과 달리 자본 건전성에 악영향을 준다.

보통 보유한 현금으로 부채를 갚으면 부채비율은 개선된다.

그러나 영구채는 자본으로 잡혀있어 영구채를 상환하면 돈을 주고 빚을 갚았는데도 건전성이 악화되는 모순에 빠지고 만다. 건전성은 부채총액을 자본으로 나눈 값인 부채비율로 따지기 때문에 자본이 줄어 부채비율이 악화된다는 것이다. 

더구나 만일 기업이 급하게 다른 부채를 끌어와 영구채를 상환하면 새로운 부채가 늘면서 자본은 줄어들어 부채비율은 더 큰 폭으로 악화될 수도 있다.

영구채가 부채로 재분류되면 국내기업의 부채비율은 평균 51.9%포인트 높아질 것으로 추산됐다. 특히 대우조선해양, 대한항공 등은 각각 부채비율이 557.5%포인트, 230.0%포인트 높아질 것으로 추정됐다.

회계업계 관계자는 “국제회계기준위원회의 논의는 현재 초기 단계로 개정작업을 끝낼 때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므로 당장 기업에 큰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다만 영구채 비중이 높은 기업이라면 미리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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