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이 이명박 전 대통령의 항소심 재판에서 증인으로 나와 이 전 대통령의 국정원 자금 요청 혐의를 부인했다.
원 전 원장은 15일 서울고등법원 형사1부(부장판사 정준영) 심리로 열린 이 전 대통령의 항소심 속행공판에서 “대통령이 국정원에 자금 지원을 요청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 이명박(왼쪽) 전 대통령과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이 15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
이 전 대통령은 2010년 7∼8월 김백준 전 총무기획관으로부터 청와대 특수활동비가 부족하다는 보고를 받고 원 전 원장에게 자금 지원을 요구해 2억 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이 전 대통령은 해외 순방을 앞둔 2011년 9∼10월 원 전 원장에게서 국정원장 자리 보답, 국정원 현안과 관련한 편의 제공 명목 등으로 10만 달러를 받은 혐의도 받는다.
1심 재판부는 2억 원과 관련해 국고손실죄를, 10만 달러에는 뇌물죄를 인정했다.
원 전 원장은 2억 원을 두고 “기조실장이 당시 청와대 기념품 얘기를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청와대에 특활비가 없어 기념품 시계 제작비가 부족하다는 보고를 받고 예산을 지원한 것이라는 취지다.
다만 ‘대통령 지시로 2억 원을 전달했나’라는 변호인의 질문에 “그런 걸 갖고 대통령이 얘기하겠느냐”며 이 전 대통령과의 연관성을 부인했다.
원 전 원장은 이 전 대통령에게 제공한 10만 달러도 “대북 접촉활동 명목으로 준 것”이라며 뇌물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검찰은 반대신문에서 “검찰조사 때는 ‘남북 접촉이든 해외 순방이든 대통령이 필요 업무에 사용하라고 전달한 것이지 실제 어떻게 사용했는지 전혀 모른다’고 진술하지 않았느냐”고 따졌다..
원 전 원장은 “당시는 같은 말을 여러 번 질문 받아 빨리 조사를 끝내고 싶은 마음에서 그렇게 진술한 것 같다”고 말했다.
원 전 원장은 이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일 때 행정1부시장을 지냈다. 이 전 대통령의 취임 뒤 행정안전부 장관과 국정원장을 차례로 지낸 대표적 ‘MB맨’이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