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홍배 KB국민은행 노조위원장이 임금 및 단체협상 타결을 위해 언제든 논의할 수 있다는 태도를 보였다.
박 위원장은 8일 오전 서울 잠실 학생체육관에서 열린 총파업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투쟁과 교섭을 병행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박홍배 KB국민은행 노조위원장이 7일 오후 서울 잠실 학생체육관에서 열린 KB국민은행 총파업 전야제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
박 위원장은 파업 배경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조직 안에 오래 뿌리내려온 차별의 관행을 없애고 청년과 여성 은행원들을 차별해 온 잘못된 제도를 고치자는 게 우리가 여기 모인 이유”라고 말했다.
성과급 문제는 집중교섭을 통해 어느 정도 정리됐고 회사가 제시한 수정안을 대부분 받아들여 후순위로 밀려났다고 설명했다.
박 위원장은 페이밴드(직급별 기본급 상한제), 과거 비정규직이었던 L0 직원들의 근무경력 인정, 임금피크제 진입시기, 점포장 후선 보임 등을 주요 쟁점으로 꼽았다.
KB국민은행 노조에 따르면 점포장들은 3년째가 되면 바로 후선으로 밀려나 점포장의 직위가 아닌 무소속으로 영업을 해야 하는 직위로 전환된다. 노조는 이들이 지나치게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어 처우 개선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반면 회사는 이들이 조합원이 아닌 만큼 교섭 대상이 아니라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저날인 7일 밤 11시 이 쟁점들을 놓고 협상이 재개됐지만 실무자 교섭에서 양쪽의 입장 차이가 전혀 좁혀지지 않아 대표자 교섭으로 이어지지 않았다고 노조는 설명했다.
박 위원장은 원활한 교섭을 위해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에 사후조정을 신청하겠다는 의사도 내비쳤다.
그는 “언제까지라도, 임단협이 마무리되는 그 시간까지 매일 24시간 교섭할 의사가 있다”며 “지난해 말 종료된 중노위 조정절차에 이어 사후조정 신청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페이밴드를 놓고는 “해당 구성원들이 차별이라고 생각하고 있어 이른 시일 안에 꼭 없애야 한다”고 말했다.
또다른 쟁점인 임금피크제 진입시기와 관련해서 박 위원장은 “산별 합의를 그대로 이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임금피크제 진입시기가 다른 일이 아주 예외적이지 않은데 무조건 하나로 통일할 필요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네 가지 쟁점이 파업의 명분이 될 수 있는지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을 놓고 박 위원장은 “단순히 쟁점 때문에 파업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지난 3개월 동안 회사가 실적만 중시하고 직원을 존중하지 않는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줘 실망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2차 파업 계획을 세워두긴 했지만 교섭과 투쟁을 병행할 것”이라며 “교섭 방법은 집중교섭, 사후조정 신청, 한국노총 등이 중재자로 나서는 방법 등을 시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네 가지 쟁점이 노조의 주장대로 관철되지 않으면 끝까지 파업할 것이냐는 질문에도 “그렇지 않다”며 “충분히 논의할 의사가 있다”고 대답했다.
회사가 파업에 참가하는 직원들의 근태를 ‘파업 참가’로 등록할 것을 지시하는 등 부당노동행위와 관련해 박 위원장은 “9일 많은 제보가 올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파업의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에는 “2000년 파업하고는 좀 다를 것”이라면서도 “꼭 은행 창구를 가야하는 일들이 아직은 있는데 고객이 겪을 불편과 관련해서는 다시 한 번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날 파업에는 노조 추산 9천여 명, 회사 추산 5500여 명이 참가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