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KTX 탈선사고를 두고 국민에게 안전에 관해 근본적 불신을 줬다고 질타하자 사고수습에 분골쇄신하겠다던 오영식 한국철도공사 사장이 바로 사퇴했다.
3선 의원 출신으로 문 대통령의 대선캠프 본부장을 거친 오 사장의 사퇴로 국민안전과 직결된 분야를 담당하는 공기업 사장들은 긴장의 고삐를 죄고 있다.
▲ 황창화 한국지역난방공사 사장.
11일 공기업계에 따르면 주요 공기업들은 문 대통령이 철도공사의 안전사고를 질타하면서 근본적 안전대책을 주문하자 긴장하는 기색이 역력한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다.
특히 최근 백석역 열수송관 파열에 따른 사망사고를 겪은 한국지역난방공사는 황창화 사장이 직접 현장 점검 지휘에 나서려고 하는 등 비상이 걸렸다.
더불어민주당에서 활동한 정치인 출신인 황 사장은 5일 백석역 열수송관 파열 사고 현장에서 웃음띤 표정을 지으며 보고를 진행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파열된 열 수송관에서 100도 내외 고온의 물과 증기가 거리 위로 솟구쳐 사망자가 발생한 심각한 사고여서 비난의 목소리가 더 컸다.
지역난방공사는 1월 진행된 내부감사에서 부실한 열 수송관의 하자 관리를 두고 문제가 지적됐음에도 개선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거센 비판을 받았다.
지역난방공사 관계자는 “백석역 열 수송관 파열사고 이후 노후 수송관 긴급점검을 일주일에 걸쳐 실시했다”며 “긴급점검을 토대로 앞으로 한 달 동안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가운데 정밀점검을 실시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황창화 사장이 직접 정밀 현장점검을 지휘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며 극도로 긴장된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한국도로공사는 그동안 여권 중진 정치인 출신인 이강래 사장이 안전을 강조했는데, 최근 공기업에서 안전사고가 잇달아 발생하자 안전 업무와 관련해 내부 기강을 다잡고 있다.
도로공사 관계자는 “그동안 이 사장이 사망사고 줄이기, 졸음운전 방지 등 안전 문제를 중점적으로 챙겨왔다”며 “현재 겨울철 안전을 위해 2019년 3월15일까지 특별 제설대책기간으로 선정해 안전관리에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KTX 탈선사고에 철도공사와 공동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한국철도시설공단은 국회 등으로부터 밀려드는 질의에 긴장한 분위기를 보였다.
철도시설공단 관계자는 “현재 KTX 열차사고와 관련한 국회 등 곳곳에서 현안질의가 잇달아 접수되고 있다”며 “공식적 입장이 정리되는 대로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균 철도시설공단 이사장은 11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출석해 “아직은 항공철도조사위원회의 조사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그 결과를 보고 전체적 대책과 조사를 이어 나가겠다”며 극도로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전력 공기업의 맏형'인 한국전력공사도 잇따른 최근 사고를 반면교사 삼아 안전관리에 힘쓰겠다는 뜻을 내비치며 긴장한 모습을 보였다.
한국전력 관계자는 “전력구설비에 대한 소방방재설비 특별점검을 최근 마무리했고 송·변전설비 방재센터 시범구축과 원격감시시스템을 2019년부터 확대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겨울철 전력설비 점검계획을 수립하고 있다”며 “김종갑 사장을 비롯해 경영진이 참여하는 특별점검도 함께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야권에서는 잇따른 KTX 안전사고와 오영식 전 사장의 사퇴를 두고 비전문가를 임명한 탓이라는 뜻을 보였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11일 국회 원내대책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청와대부터 시작된 공직기강 해이가 우리 사회 전반적으로 국민의 안전에 심대한 위협이 되고 있다”며 “문재인 대통령은 공기업 전반에 적재적소에 제대로 된 사람을 앉혔는지 점검해 연말 인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민단체는 최근 잇달아 벌어진 공기업 관련 안전사고의 원인을 제도적 결함으로 바라봤다.
권오인 경실련 팀장은 “철도 안전사고는 결국 운영와 건설이 분리되면서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진 데 가장 큰 원인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비전문적 인사가 사장으로 가선 안 된다는 야권의 지적을 두고 “정치적으로 논쟁하기보다는 제도적으로 전문인력을 보강하고 노후화된 사회간접자본과 관련한 예산을 확보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