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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만 양현석 박진영의 엔터테인먼트 삼국지

이계원 기자 gwlee@businesspost.co.kr 2014-03-28 16:4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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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수만 양현석 박진영의 엔터테인먼트 삼국지  
▲ 이수만 회장, 양현석 회장, 박진영 이사(왼쪽부터)가 엔터테인먼트 사업의 3대 축을 이끌고 있다.

국내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말 그대로 ‘상전벽해’ 같은 변화를 보이고 있다. 연예인 지망생 100만 명 시대다. 청소년 장래 희망 순위에서 연예인은 교사에 이어 2위다. K팝을 비롯한 한류는 일본과 중국을 휩쓸고 미국과 유럽에 진출하고 있다.

그 중심에 세 사람이 있다. 이수만(62) SM엔터테인먼트 회장, 양현석(44) YG엔터테인먼트 회장, 박진영(42) JYP엔터테인먼트 이사가 그들이다. 마치 삼국지처럼 국내 엔터테인먼트 시장을 삼분하고 있다. ‘딴따라’라 불리던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불모지에서 기업을 일으켜 산업을 키운 증인이자 미래를 이끌어 나갈 주역이기도 하다.

세 회사는 모두 코스닥 시장에 상장돼 있다. 2013년 말 기준으로 코스닥 상장기업의 시가총액은 108조 원 수준이다. 최근 시가 기준으로 양 회장이 1730억 원, 이 회장이 1660억 원, 박 이사는 230억 원 어치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세 사람의 이력은 차이가 크다. 그 차이가 이들이 회사를 이끌고 성장시키는 데도 그대로 녹아난다.

이 회장은 서울대 출신이다. 대학시절 1971년부터 가수 활동을 했다. 1985년 미국 유학을 떠나 캘리포니아대에서 컴퓨터엔지니어링을 공부했다. 한국에 돌아와 그가 선택한 것은 컴퓨터가 아니라 ‘아이돌’이었다. 1995년 SM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해 가수 매니지먼트 사업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양 회장은 공고를 나와 건축 기능사 자격증을 얻어 지도제작회사에서 일했다. 고교시절 함께 춤추던 친구들이 TV에 출연한 것을 보고 직장을 그만뒀다. 댄서이자 안무가로 일하다 ‘서태지와 아이들’ 멤버가 됐다. ‘음악천재’ 서태지 그늘에서 5년 동안 빛을 보지 못했다. 미국 힙합 프로규서 넵튠스의 영향을 받고 우리나라도 가수보다 프로듀서 중심으로 바뀔 것이라고 내다봤다. 1999년 ‘YG패밀리’라는 힙합 기획사를 만들었다. YG엔터테인먼트의 출발이었다.

박 이사는 ‘반항아’ 기질을 타고 났다. 중학교 때부터 싸움박질만 했다. 그러다 고3 때 입시를 얼마 안 남겨놓고 벼락치기로 공부를 해 1990년 연세대에 들어갔다. 대학 때부터 ‘춤 잘 추는 가수’였던 그는 이 회장의 SM엔터테인먼트에 들어가려다 실패하고 1994년 가수로 데뷔했다. 무수한 히트곡을 남기다 2001년 JYP를 세워 프로듀서 일을 시작했다.

그렇게 세 사람은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만났다. 모두 연예인의 길을 걷다 엔터테인먼트 기업의 경영자로 변신해 승부를 겨루고 있다. 세 기업은 이제 더 이상 아이돌 가수 사업만 하는 게 아니라 개그맨과 연기자 사업 등으로 폭을 넓혀 종합 엔터테인먼트로 기업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 3인의 콘텐츠 진검승부, 발굴과 기획 능력은 누가 앞서는가


이 회장은 스케일이 크다. 1990년대부터 아시아 시장의 가능성을 예측하고 공략에 나섰다. 그래서 ‘한류 전도사’라는 별명을 얻었다. 그는 80년대부터 ‘뉴키즈온더블록’같은 외국 스타들에 열광하던 우리의 젊은이들을 보면서 “한국의 콘텐츠나 가수는 왜 외국에서 저렇게 안될까”라고 의문을 품었다. 이런 선견지명이 국내 엔터테인먼트시장을 선점하도록 했고 시장에서 SM엔터테인먼트를 멀찌감치 앞서 가게 했다.

  이수만 양현석 박진영의 엔터테인먼트 삼국지  
▲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회장

이 회장은 1990년대 말부터 H.O.T를 중국시장에 진출시켰다. 이어 동방신기 슈퍼주니어 소녀시대 샤이니 에프엑스 엑소를 글로벌시장을 목표로 키워냈다. 보아와 동방신기는 주로 일본에서 활약했는데, 동방신기의 공연은 지난해 일본에서 85만 명의 관객을 모았다. 보아는 일본에 진출한지 13년이 됐지만 여전히 인기가 식을 줄 모른다. 지난해 10월 발매한 싱글앨범은 오리콘차트 8위를 차지했다.

이 회장은 중국시장에서 이미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 지난해 SM엔터테인먼트는 ‘엑소 효과’로 연 매출 300억 원을 거둬들였다. 엑소는 중국인과 한국인이 섞여 있는 12인조 남성 아이돌 그룹이다. 지난해 엑소의 SM엔터테인먼트 매출 기여도는 7% 수준이었는데, 올해는 11%까지 오를 전망이다.

SM엔터테인먼트는 중국에서 삼성전자보다 위상이 높다. 중국의 최대 포털사이트 시나닷컴에 따르면 중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대 기업에 SM엔터테인먼트가 32위를 차지했다. 삼성전자(37위), 북경현대자동차(72위), 신라면세점(96위)보다 높다.

양 회장은 힙합그룹 위주로 승부를 벌여왔다. 이를 통해 YG엔터테인먼트는 ‘개성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심어줬다. 2010년부터 빅뱅 2NE1 지드래곤 등이 독특한 음악성을 인정받았다. 2012년 YG엔터테인먼트는 미국과 홍콩 진출에 나섰다. 그해 7월 싸이가 YG엔터테인먼트로 이적하면서 ‘대박’을 터뜨렸다. 싸이의 ‘강남스타일’은 전 세계를 들었다 놨다. 뮤직비디오가 유튜브에서 10억 이상의 조회 수로 기네스북에 오를 정도였다.

양 회장은 이 기세를 몰아 미국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양 회장은 지난 15일 미국 캘리포니아에 ‘YG랜드’를 설립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YG엔터테인먼트는 “이곳에서 우리 브랜드와 싸이, 빅뱅, 2NE1 등 글로벌 스타들의 다양한 콘텐츠를 현지에 알리면서 미국활동을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 이사는 최근 주춤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08년부터 소녀시대와 함께 국내 가요계 한 축을 담당했던 원더걸스가 결혼과 탈퇴 등으로 해체설이 나도는 등 위력이 에전같지 않다. 2PM이나 미쓰에이의 영향력도 많이 줄었다.

박 이사는 재도약의 발판을 준비하고 있다. 미쓰에이의 멤버인 수지에게 단단히 기대를 걸고 있다. 수지는 JYP엔터테인먼트 계약을 2017년까지 남겨놓고 있다. ‘나홀로’ 광고매출만 100억 원을 기록하고 있다. 수지는 광고 뿐 아니라 영화 드라마를 휩쓸고 있다. 수지는 혼자서 JYP엔터테인먼트의 지난해 매출을 30%나 더 늘렸다.

박 이사는 올해 2~3팀의 아이돌그룹을 더 선보인다. 그동안 돈이 안됐던 미국법인은 지난해 청산했다. 그 대신 태국 출신 닉쿤과 뱀뱀을 앞세워 태국에 새로 법인을 설립하고 새로운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 세 엔터테인먼트 회사의 ‘재무제표’ 속사정

세 사람은 똑같은 고민을 안고 있다. 매출은 늘지만 영업이익은 줄고 있기 때문이다. 엔터테인먼트 기업이 공통적으로 영업이익 감소를 겪는 이유로 전문가들은 ‘몸집불리기’를 꼽는다. 중국 등 해외 진출이 늘면서 수익성이 낮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수만 양현석 박진영의 엔터테인먼트 삼국지  
▲ 박진영 JYP엔터테인먼트 이사

당분간 신규사업이 계속 진행되면서 비용이 증가해 영업이익은 더욱 악화될 것이라는 의견도 만만찮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영업이익률이 낮아진다면 점차 엔터테인먼트 주식에 대한 거품도 빠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SM엔터테인먼트의 지난해 매출액은 YG엔터테인먼트의 2배가 넘는다. 최근 열린 주주총회 결과보고서를 보면 SM엔터테인먼트는 지난해 매출 2689억 원을 기록했다. 2012년보다 11% 가량 늘었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405억 원을 기록해 2012년보다 33%나 줄었다.

이 회장은 올해 자회사인 SM C&C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2012년 4월 인수한 SM C&C는 영상 및 예능 콘텐츠 제작, 여행, 3D홀로그램 사업에 진출하고 있다. 신동엽 강호동 김병만 등이 SM C&C 소속으로 활동 중이다. 업계는 올해 SM C&C가 매출 500억 원, 영업이익 40억 원을 넘길 것으로 전망한다.

YG엔터테인먼트는 지난해 매출이 2012년보다 다소 늘었다. 사업보고서를 보면 YG엔터테인먼트의 지난해 매출은 1059억 원이다. 2012년보다 5%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185억 원으로 2012년 수치와 비슷한 수준이다.

양 회장은 올해 성장을 중심에 둔 전략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상반기에 빅뱅의 일본 콘서트투어 뿐 아니라 싸이의 음반활동이 점쳐지고 있다. 또 하반기에 300억 원이 넘는 자본으로 사옥과 신규사업 통합관리센터를 구축한다. 양 회장은 532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해 판을 키우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JYP엔터테인먼트는 규모가 가장 적다. 지난해 10월 JYP엔터테인먼트는 비상장사 JYP를 합병했는데, 둘의 매출을 합쳐도 350억 원에 불과하다. 지난해 JYP엔터테인먼트만 놓고 볼 때 25억 원의 영업손실을 봤다. 그래도 2012년 37억 원보다는 줄어들었다. JYP엔터테인먼트는 3년째 적자를 보고 있다.

박 이사는 올해 JYP와 JYP엔터테인먼트의 합병효과가 나타나 JYP엔터테인먼트 매출이 557억 원, 영업이익은 110억 원을 기록할 것으로 장담하고 있다.

◆ ‘회장님’ ‘이사님’ ’형’의 리더십 차이


엔터테인먼트 기업의 오너는 일반 기업의 경영자와 다르다. 직원들이나 연예인들이 오너를 ‘존경’한다. 그들에게 오너는 ‘성공한 선배’이기 때문이다. 시상식에서 오너들을 향해 감사 인사를 빼먹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사내 분위기도 엄격하다.

  이수만 양현석 박진영의 엔터테인먼트 삼국지  
▲ 양현석 YG엔터테인먼트 회장

YG엔터테인먼트는 상대적으로 ‘가족적인 분위기’로 유명했다. ‘한국의 구글’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개개인을 존중한다. 복지가 탁월해 호텔 수준의 피트니스센터에 고급 요리사를 데려와 레스토랑 수준의 식사를 직원들에게 내놓는다. 소속 연예인들의 충성도를 평가하는 지표인 ‘존속률’이 78%로 경쟁사 중에 가장 높다.

양 회장은 YG엔터테인먼트를 동생 양민석 사장과 함께 공동대표로 이끌고 있다. 세세한 것은 양 사장이 담당한다. 콘텐츠 기획 및 발굴 등은 양 회장이 맡아 한다. 소속 가수들은 그동안 양 회장을 사석에서 ‘형’이라고 불렀다. 그런데 올해부터 그 호칭이 바뀌었다. 이제는 스스로를 ‘회장’이라고 부른다.

양 회장 이렇게 군림하는 리더십으로 바뀌는 데는 SM엔터테인먼트를 향한 경쟁심리가 작용했다는 얘기가 많이 나온다.

최근 이 회장과 양 회장은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대표해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원사가 될 정도로 위상이 높아졌다. 개인 자산에서도 두 사람은 어깨를 나란히 한다. 양 회장은 지난해 이 회장이 12년 동안 지켜온 연예인 주식부자 1위 자리를 차지했다. 업계는 양 회장이 스스로 회장으로 호칭을 변경한 것은 이 회장에 버금가는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YG엔터테인먼트를 키우고자 하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고 본다.

이 회장은 SM엔터테인먼트 소속 가수들로부터 ‘회장님’ 혹은 ‘선생님’으로 불린다. 이 회장은 가부장적 리더로 알려져 있다. 회사 운영에서도 ‘제왕적 리더십’을 보여준다. SM엔테터인먼트는 엘리트를 지향한다. 소속 가수들은 노래와 춤은 물론 어학, 무대매너, 연기와 인터뷰 요령까지 배워야 한다. 이런 혹독한 트레이닝으로 ‘칼군무’로 불리는 소녀시대 안무가 탄생했다.

하지만 10년 이상의 장기계약으로 ‘노예계약’이라는 논란을 부른다. 아이돌그룹의 수익을 착취한다는 비난도 받고 있다. 하지만 이 회장은 도자기공의 예를 들어 “도자기 기술을 배우려면 그 밑에 들어가 지속적으로 배워야 한다”며 엔터테인먼트 사업 속성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말한다.

박 이사는 사내에서 ‘이사님’이란 호칭이 익숙해 있다. 박 이사는 최근 소속 가수들의 느슨한 결속력 때문에 곤혹스런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2PM 멤버 옥택연이 지난 1월 트위터에 JYP엔터테인먼트를 비판하는 글을 실었다. 옥택연은 부당한 승진 사례를 거론하며 “3대 기획사니 뭐니 이름을 중요시하지 말고 내실을 다져야 할 시간”이라고 쓴소리를 했다. 몇 시간 뒤 옥택연의 공개사과로 마무리됐지만 JYP엔터테인먼트가 안고 있는 문제의 속살을 드러낸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JYP엔터테인먼트의 유대감은 많이 떨어지고 있다. JYP엔터테인먼트의 평균 근속연수는 1.3년에 불과하다. SM엔터테인먼트의 3.8년, YG엔터테인먼트의 2.4년에 비하면 눈에 띄게 짧다. 업계 관계자는 “박 이사가 회사의 실적보다 자신의 경영권 방어에 바빠 직원들의 불만이 많다”며 우려했다.

박 이사는 지난해 MBC의 프로그램에 출연해 "1대 주주로 남아있는 건 중요하다"며 "안 그러면 회사 방향이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주주로서 힘이 약해지면 다른 주주들의 압박 때문에 회사의 정체성을 잃을지 모른다는 염려이기도 하지만, 몸집이 커지고 있는데도 단독 플레이를 고집하면 머지않아 한계에 봉착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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