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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13일 서울 대치동 포스코센터 서관에서 열린 '제47회 정기주주총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취임 2년차인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거대한 암초를 만났다.
권오준 회장은 최근 경영진을 개편하는 등 '권오준식 포스코'를 만들기 위해 온힘을 쏟고 있다. 2년차를 맞아 구조조정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포스코건설 비자금으로 촉발된 검찰수사가 포스코 전체로 확대될 조짐을 보이면서 권 회장이 계획했던 일들이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권 회장이 진두지휘하고 있는 구조조정은 물론이고 해외사업에도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커졌다.
◆ 권오준의 경영진 재편 타격입나
권 회장은 최근 윤동준 경영인프라본부장(부사장)을 포스코 대표이사에 선임하고 6명을 부사장으로 승진시켰다.
권 회장은 이 과정에서 계열사의 핵심전략을 수립하고 구조조정을 담당하는 조청명 가치경영실장과 자동차강판 마케팅을 책임질 오인환 철강본부장을 승진시키는 등 권오준 체제를 더욱 강화했다.
하지만 포스코 대표이사 3명 가운데 2명이 권 회장 취임 전 정준양 전 회장 시절부터 포스코에서 요직을 두루 거친 인물들이라 이번 검찰수사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게 됐다.
이번에 대표이사로 승진한 윤동준 부사장은 2007년 포스코 경영지원부문 경영혁신실 실장 상무와 2010년 포스코건설 경영기획본부 본부장, 2013년 포스코 경영전략2실 실장 등을 맡았다.
김진일 사장도 정준양 전 회장 시절부터 회사에서 굵직굵직한 결정을 같이 하던 인물이다. 김진일 사장은 권오준 회장과 함께 포스코 회장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검찰은 정준양 전 회장을 비롯한 포스코 전현직 경영진 20여 명에게 출국금지 조치를 내렸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권오준 회장 체제에서도 주요 보직을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의 수사 칼끝이 이들을 겨냥할 경우 권 회장은 자칫 2년차를 맞아 구축한 인사구도가 무너질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취임 2년차에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실적을 내려는 구상도 엉클어지게 된다.
지난해 포스코건설 비자금 사건이 처음 드러났을 무렵 관련 임직원을 인사조치하는 데 그쳤던 점도 권 회장에게 큰 부담이다.
포스코건설은 지난해 7월 내부감사를 통해 비자금 조성을 적발했다. 그러나 이들을 검찰에 고발하는 대신 보직해임하는 것으로 사건을 종결했다.
이 때문에 포스코가 포스코건설의 비자금 조성과 횡령사실을 알고도 은폐하고 축소하려고 했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이 경우 권오준 회장도 책임론을 피할 수 없다.
◆ 칼 들이댄 포스코플랜텍은 어떻게 되나
검찰 수사로 권 회장이 지난해부터 의욕적으로 추진중인 포스코의 구조조정 작업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
특히 포스코플랜텍이 주목받고 있다. 포스코플랜텍은 포스코 계열사 가운데 대표적 부실기업인 데다 인수과정도 석연치 않기 때문이다.
포스코는 2010년 플랜트 설비 제조업체인 성진지오텍을 인수해 2013년 자회사인 포스코플랜텍과 합쳤다. 인수 당시 성진지오텍은 2천억 원 가까운 대규모 손실을 기록하고 부채비율이 1613%가 넘는 등 경영상황이 악화해 있었다. 하지만 포스코는 시가보다 비싸게 성진지오텍을 인수했다.
포스코플랜텍은 성진지오텍과 합병한 뒤 더욱 실적이 악화했다. 지난해 역대 최악의 실적을 거뒀다.
권 회장은 현재 포스코플랜텍에 칼을 빼든 상황이다.
포스코플랜텍은 지난달 창사 이래 처음으로 명예퇴직도 실시했다. 권 회장은 지난해 말 포스코플랜텍 유상증자에 참여한 뒤 1월부터 기획과 재무분야 전문가를 투입해 직접 챙기고 있다.
권 회장은 포스코 기업설명회에서도 “포스코플랜텍의 손실폭을 줄이고 내후년 영업이익을 낼 수 있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며 의욕을 내비쳤다.
포스코플랜텍뿐이 아니다. 권 회장은 지난해 30여 건의 구조조정 계획 가운데 10여 건을 완료했고 올해 나머지 20여 건을 진행하기로 했다.
권 회장은 또 취임 1주년을 맞이해 계열사 간 이동을 자유롭게 하고 제각각이었던 계열사의 직위와 직책도 통일하는 등 인사제도의 개혁도 강하게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포스코가 검찰수사 대상에 오르면서 안팎으로 뒤숭숭한 분위기가 계속되면 이런 권 회장의 계획은 추진동력을 잃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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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2014년 3월14일 포스코 정기주주총회'에서 대표이사로 선임된 뒤 기자회견하고 있다. |
◆ 해외사업도 차질 빚나
이번 검찰수사로 권 회장의 가장 큰 성과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중동사업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권 회장은 최근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인 ‘퍼블릭인베스트먼트펀드’ 총재를 만나 건설과 자동차 등 여러 산업분야에서 포괄적 협력관계를 구축하는 내용의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권 회장은 퍼블릭인베스트먼트펀드와 포스코, 포스코건설이 지분을 투자해 건설, 자동차 등 전방위사업을 함께 하기 위한 합작회사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권 회장은 지난주 주주총회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와 추진중인 합작사업이 이달 안에 성사될 것이라고 밝혔다. 퍼블릭인베스트먼트펀드는 현재 1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해 포스코건설 지분 40%를 인수하기 위한 협상도 진행하고 있다.
포스코는 또 대우인터내셔널을 통해 사우디의 국영 자동차회사 지분 일부를 인수하고, 포스코가 이 회사에 자동차강판을 공급하기로 했다.
하지만 검찰이 포스코건설 비자금 수사에 착수하면서 사우디국부펀드가 지분 인수를 재검토하거나 미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지분을 예상대로 인수하더라도 비자금과 관련한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지분 가치가 낮아져 투자금액이 예상보다 줄어들 수 있다.
◆ 권오준 “경영에 미치는 영향 최소화하겠다”
권오준 회장은 검찰수사와 관련해 성실하게 협조해 의혹을 해소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에 따르면 권 회장은 16일 열린 임원회의에서 이번 사태에 대한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권 회장은 이 자리에서 “국민과 주주들에게 심려를 끼쳐 유감”이라며 “조기에 의혹을 해소해 경영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고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포스코건설 압수수색 이후 관련 부서는 휴일도 반납한 채 비상근무에 들어갔다. 아직까지 포스코에 검찰의 수사협조 요청은 들어오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날 포스코건설의 비자금 조성 의혹에 연루된 포스코 전현직 임직원을 차례로 불러 조사에 들어갔다.
현재 검찰이 보고 있는 비자금 규모는 100억 원대지만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소환대상은 전직 포스코건설 동남아사업단장 등 당시 재무나 해외사업 실무를 담당했던 임직원들이다.
검찰은 당시 포스코건설 대표이사 사장을 지낸 정동화 전 포스코건설 부회장도 조사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수사가 확대될 움직임을 보이면서 관련 주가도 급락했다. 이날 포스코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2.45% 하락한 25만9천 원에 장을 마쳤다.
포스코 계열사 주가도 일제히 떨어졌다. 포스코ICT는 전 거래일보다 7.58%, 포스코플랜텍은 8.62% 하락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