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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4일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인 퍼블릭인베스트먼트펀드(PIF)와 건설, 자동차를 포함한 전 산업 분야에 걸쳐 포괄적으로 협력하는 양해각서(MOU)를 맺고 있다. |
박근혜 대통령의 중동 4개국 순방으로 제2의 중동 붐이 불고 있다. 다시 한 번 중동에서 성장동력을 찾으려는 기업들이 많다.
세계적으로 경제성장이 둔화한 상황에서 대규모 투자가 가능한 곳은 중동뿐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유가하락의 피해를 보고 있다고 하지만 수십년 동안 축적한 오일머니의 위력은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올해 처음으로 국제통화기금(IMF)이 발표하는 통계에 외환보유고를 공개했는데 7324억 달러로 중국과 일본에 이어 3위에 올랐다. 우리나라(3622억 달러)의 두 배다.
하지만 중동으로 향하는 길목이 탄탄대로인 것만은 아니다. 중동이라는 지역의 특수성에 기인한 위험이 발목을 잡는 경우도 많다.
당장 시리아와 이라크는 이슬람국가(IS)와 내전을 치르고 있다. 유가하락으로 재정이 어려워져 예정된 프로젝트가 지연되거나 취소되는 일도 있다.
현지인 의무고용 정책과 신뢰할 수 없는 현지 하도급업체들 때문에 공사 원가율이 예기치 못하게 올라가 부담을 안게 된 사례도 많다.
단순히 대형 프로젝트를 수주했다고 중동에서 성장의 발판을 마련했다고 보기 어려운 이유다. 전문가들은 기업들이 중동시장을 공략하려면 장기적 전략과 투자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 권오준과 권오갑, 중동에서 전기 마련할까
중동공략에 가장 적극적인 곳 가운데 하나가 포스코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이번 박 대통령 순방에 동행해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 총재를 만났다.
권 회장은 4일 압둘라만 알 모파디 사우디 국부펀드 퍼블릭인베스트먼트펀드(PIF) 총재를 만나 건설, 자동차 등 여러 산업분야에서 포괄적 협력관계를 구축하는 내용의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권 회장은 대우인터내셔널을 통해 국부펀드가 주도하는 사우디아라비아 국민차사업에 참여하기로 했다.
또 국부펀드가 포스코건설 지분을 10억 달러 이상 사들이고 포스코건설이 사우디아라비아 사회간접자본 개발에 동참하기로 했다. 포스코건설은 이를 통해 앞으로 중동지역 전체 건설시장을 노린다는 계획을 세웠다.
권 회장은 지난해 6월 국부펀드와 포괄적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그뒤 지금까지 포스코건설 지분매각과 현지 자동차공장 건설 등 다양한 협력방안을 모색해 왔다. 이번에 직접 권 회장이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하면서 둘 사이의 협력관계가 탄탄해지게 됐다.
포스코는 1970년~1980년대 중동 건설붐이 중동1.0시대, 1990년~2000년대 설계시공구매를 총괄하는 프로젝트사업이 중동2.0시대였다면 포스코와 국부펀드의 합작과 협력사업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중동3.0시대를 열 것이라고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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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 |
권오갑 사장도 현대중공업을 통해 공격적으로 중동공략에 나서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대우건설, 미국 플루어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쿠웨이트 국영석유회사의 정유공장 건설사업 입찰에 참여했다.
현대중공업 컨소시엄은 다섯 개 패키지 가운데 두 개 패키지에 최저가를 써내며 수주 가능성을 높였다.
현대중공업 컨소시엄은 하이드로젠과 유황회수시설을 건설하는 2번 패키지에 28억3천만 달러를, 동력과 간접시설을 짓는 3번 패키지에 33억600만 달러를 제시해 경쟁사들보다 유리한 고지를 점령했다.
현대중공업이 2,3번 패키지를 낙찰받을 경우 현대중공업 지분은 약 20억 달러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지난해 1년 동안 플랜트 수주액보다 많다.
현대중공업이 이 플랜트를 수주할 경우 권 사장이 추진하고 있는 현대중공업 경영정상화는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중공업의 플랜트 수주는 2012년과 2013년 2년 연속 40억 달러를 넘겼지만 지난해 13억 달러로 쪼그라들었다. 기존 사업장의 부진한 실적 때문에 신규 수주량도 줄어들었다.
유가하락으로 해양플랜트 시장이 불황에 빠져있지만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11월 아부다비 해상유전 운영회사와 2조1천억 원 규모의 해상플랜트 건설사업을 수주하기도 했다.
포스코와 현대중공업은 수익성 악화와 불황으로 경영이 위기에 처해있다. 재무부실을 털어내고 새로운 성장동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 기업 역량만으로 극복하기 어려운 중동 리스크
그러나 중동시장에 대해 부정적 전망도 적지 않다. 특히 최근 유가하락으로 중동지역에서 적지 않은 손실을 입은 경우가 많다. 중동지역 투자의 원천이 오일머니인 만큼 유가 불확실성은 중동지역 프로젝트 진행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국내 6개 주요 건설사의 해외건설부문 순이익률은 2011년 4.6%였으나 지난해 4분기 0%까지 떨어졌다. 해외현장에서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유가하락으로 사우디아라비아와 쿠웨이트 등 산유국 재정이 타격을 입으며 건설공사가 지연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과거 과잉경쟁에 따른 저가수주 물량이 건설사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유가하락으로 플랜트 발주 자체도 줄어들고 있지만 기존 프로젝트 공사가 지연되는 경우가 많아 건설사마다 충당금 쌓기에 바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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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영식 대우건설 사장 |
중동시장의 보이지 않는 장벽도 있다. 중동 최대시장인 사우디아라비아가 펼치고 있는 자국민 의무고용 정책이 대표적이다.
사우디아라비아는 건설현장마다 자국민을 15% 이상 강제 고용하도록 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현지 숙련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의무적으로 인원을 채우다보니 생산성이 떨어지고 인건비는 상승했다.
대림산업은 지난해 3분기와 4분기 해외공사현장에서 3364억 원, 3907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대림산업 관계자는 “경험과 생산성이 떨어지는 현지 인력에 인건비를 2배 이상을 주게 되면서 비용이 4배 이상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신용이 떨어지는 현지 하도급업체와 거래, 발주처와 관계 등 선진국과 다른 현지 사업환경도 위험요인이다. 대립산업의 경우 발주처가 기존 하도급업체를 승인 취소하고 다른 곳으로 변경하면서 추가비용과 공사지연이 발생했다.
기업의 노력으로 극복할 수 없는 천재지변이나 다름없는 일도 있다. 종교문제로 따른 내전이 그것이다. 지난해 시리아와 이라크 일부지역에서 테러단체인 이슬람국가(IS)가 세력을 확장하면서 일부 사업에 차질을 빚었다.
대우건설은 최근 5600억 원 규모의 이라크 주바이르 유전 가스-오일 분리 플랜트 공사의 계약을 해지했다. 발주처인 이탈리아 석유회사 에니가 이라크 내전으로 사업진행이 지체되자 프로젝트 자체를 유보한 것이다.
본격적 공사에 착수하지 않아 대우건설의 손실은 거의 없으나 대우건설 매출의 6.38%를 차지하는 대규모 플랜트 공사가 취소된 것은 아쉬움을 남겼다.
업계 관계자는 “중동 리스크는 현지에 직접 가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경우가 많다”며 “여러 예상치 못한 요인이 발생해 프로젝트를 계획된 기간 안에 계획된 비용으로 끝내기가 쉽지 않은 구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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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지난해 12월 이라크 비스마야 건설현장을 찾아 현지근로자를 격려하고 있다. |
◆ 김승연은 어떻게 이라크에서 기반을 닦았나
중동에서 가장 성공적 실적을 내고 있는 기업으로 한화건설이 꼽힌다.
한화건설은 2012년부터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 프로젝트를 총괄하며 꾸준한 매출을 올리고 있다. 한화건설의 비스마야 프로젝트는 80억 달러 규모의 거대 프로젝트로 2019년까지 진행된다.
비스마야 프로젝트는 김승연 회장이 각별한 관심을 쏟고 있는 곳이다. 2012년 수주할 때부터 김 회장은 전폭적 지지를 아끼지 않았고 비스마야 프로젝트를 글로벌 건설사로 도약하는 계기로 삼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김 회장은 지난해 경영복귀 이후 가장 먼저 이라크를 방문해 비스마야 현장을 챙겼다. 또 김 회장의 삼남 김동선 한화건설 매니저도 지난해 입사 이후 중동으로 보내 첫 경영수업을 현지에서 받도록 했다.
김 회장의 의지는 지난해 IS 사태 때 극적으로 드러났다. IS 세력이 바그다드 북쪽 지역까지 점령해 바그다드의 외국기업들은 대부분 철수했다. 하지만 한화건설은 바그다드에서 남동쪽 12km 떨어진 비스마야 현장에서 공사를 계속했다.
이 덕분에 이라크 정부와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얻었다. 이라크 정부는 군인과 경찰 500여 명을 동원해 비스마야 현장을 24시간 보호하고 있다. 한화건설 관계자는 “비스마야 프로젝트는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화건설은 비스마야 프로젝트를 통해 쌓은 신뢰를 바탕으로 이라크 내 사회간접자본 개발사업 추가수주를 노리고 있다. 한화건설은 이라크 정부와 15억 달러 규모의 추가공사를 협의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라크는 이라크 전쟁피해를 복구하기 위해 300조 원 규모의 재건사업을 예고했다. 지난해 IS 세력 확장으로 재건사업 열기는 주춤했으나 IS를 몰아내면 재건사업 규모도 더 커질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다.
한화건설은 이 밖에도 2013년 알제리에서 450MW규모의 가스터빈 발전소를 수주했고 지난해 요르단에서 12MW규모의 태양광발전소를 수주했다. 지속적으로 중동 수주를 이어가며 중동시장 공략에 불을 밝히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