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용 기자 romancer@businesspost.co.kr2018-10-11 15: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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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트리온의 혈액암 치료 바이오시밀러 ‘트룩시마’가 미국 식품의약국 자문위원회로부터 ‘승인 권고’ 결정을 받으면서 트룩시마의 미국시장 선점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셀트리온이 공공의료보험 체계를 갖추고 있는 유럽과 달리 사보험 위주의 미국에서는 기대에 못 미치는 결과를 내왔기에 시장 공략이 만만치 않을 것이란 시선도 있다.
▲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11일 업계에 따르면 셀트리온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트룩시마 판매 허가를 조만간 받을 것이 유력해지면서 사보험 위주의 미국 의료 시스템이라는 ‘방패’를 어떻게 공략할 것인지를 놓고 시선이 쏠리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의 항암제 자문위원회는 이날 트룩시마를 놓고 ‘승인 권고’ 결정을 내렸다.
미국 식품의약국은 심사 중인 의약품의 판매 허가를 앞두고 전문가들로 구성된 자문위원회를 구성해 의견을 제공받는다. 자문위원회는 독립적으로 의견을 결정하며 자문위원회의 의견은 미국 식품의약국의 최종 판매 허가 결정에 큰 영향을 끼친다.
2001년부터 2010년까지 자문위원회로부터 승인 권고 의견을 받은 항암제 가운데 88%가 미국 식품의약국으로부터 최종 판매허가를 받았다. 자문위원회의 이번 승인 권고로 트룩시마의 미국 판매 허가는 매우 유력해졌다.
트룩시마는 로슈의 혈액암 치료제 ‘리툭산(성분명 리툭시맙)’의 바이오시밀러다. 리툭산의 물질특허는 유럽과 미국에서 이미 만료됐고 일부 제형특허가 미국에서 2019년 1월 끝난다.
리툭산의 글로벌시장 규모는 8조 원에 이른다. 미국 리툭산시장은 약 4조 6천억 원으로 글로벌 리툭산시장의 60%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5조 원에 육박하는 시장이 셀트리온에게 곧 열리는 것이다.
바이오시밀러는 시장 선점이 중요하다고 알려져 있다.
셀트리온은 리툭산 바이오시밀러 미국 최초 출시를 놓고 산도스와 경쟁을 펼쳤다. 산도스는 올해 5월 미국식품의약국으로부터 최종 보완 요구 공문(CRL)을 받으며 허가 절차가 일시 중지됐고 답보 상태에 놓여있다.
셀트리온이 이번에 자문위원회로부터 트룩시마 승인 권고를 받으면서 미국에서 리툭산 바이오시밀러로서 최초 출시는 물론 단독 출시도 매우 유력해졌다.
신지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날 “자문위원회가 만장일치로 승인 권고를 결정한만큼 트룩시마의 미국 판매 승인은 유력하다고 판단한다”며 “최종 승인 시기는 11월 말에서 12월 초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셀트리온이 트룩시마로 미국 리툭산시장을 빼앗아온다면 막대한 이득이 예상된다.
셀트리온은 지난해 2월 유럽의약품청(EMA)로부터 최초의 리툭산 바이오시밀러로서 트룩시마 출시 허가를 받았다.
트룩시마는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유럽 전체 리툭산시장에서 약 27%를 차지하고 있다. 셀트리온의 2분기 트룩시마 매출은 840억 원에 이른다.
▲ 셀트리온의 혈액암 치료 바이오시밀러 '트룩시마'.
다만 셀트리온의 미국 트룩시마 출시를 놓고 장밋빛 전망을 내놓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반론도 존재한다.
미국은 사보험 위주의 의료보험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공공의료보험체계인 유럽시장과 시장 특성이 다르기 때문이다.
셀트리온은 유럽과 미국에서 성과가 다르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셀트리온은 유럽 공공입찰을 통해 바이오시밀러 ‘램시마’와 ‘트룩시마’, ‘허쥬마’ 등의 판매를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셀트리온의 무기는 가격 경쟁력이다.
반면 미국은 70%가 사보험 시스템이고 의약품 제조사와 도매상, 보험사들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다.
셀트리온은 앞서 2016년 2월 미국에서 바이오시밀러 램시마를 출시했다. 현재 램시마시장 점유율은 6%가량으로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단순하게 가격 경쟁력만으로는 미국시장 침투가 쉽지 않은 것이다.
트룩시마가 램시마와 다르게 미국에 출시되면 빠르게 확산될 수 있다는 시선도 존재한다.
셀트리온은 램시마 미국 판매 대행사로 화이자와 계약했지만 트룩시마는 화이자가 아닌 테바와 계약했다.
테바는 미국 항암제시장에서 병의원들을 상대로 뛰어난 영업력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트룩시마는 항암 치료제이기에 리베이트의 영향력이 적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바이오시밀러 우대정책(BAP)도 기대를 높이고 있다.
미국 트럼프 정부는 바이오시밀러시장 확대에 적극 나서고 있는데 이런 분위기 속에서 출시되는 트룩시마가 미국시장 안착에 도움을 받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미국 식품의약국은 트룩시마에 이어 셀트리온의 유방암 치료 바이오시밀러인 ‘허쥬마의 판매 허가도 조만간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며 “트룩시마가 미국 항암제시장에서 성과를 낸다면 허쥬마 또한 성공 확률이 크게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승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