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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전기밥솥, 세계인 입맛 사로잡는 비결

이민재 기자 betterfree@businesspost.co.kr 2015-02-15 07:3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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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전기밥솥, 세계인 입맛 사로잡는 비결  
▲ 리홈쿠첸 모델들이 지난달 28일 서울 롯데백화점 본점에서 국내최초 스마트터치 LCD 밥솥인 '탑(TOP)'을 선보이고 있다. 이 제품은 별도의 조작키 없이 스크린을 직접 터치하는 방식으로 다양한 음식을 조리할 수 있다. <뉴시스>

한국 드라마나 음악 등 문화 콘텐츠가 해외에서도 인기를 끌면서 국내 생활가전제품에 대한 외국인들의 관심도도 높아지고 있다. 이른바 ‘가전한류 열풍’이 불고 있는 것이다.

한국 전기밥솥은 가전한류 열풍의 중심에 서 있는 대표적인 제품이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쌀을 주식으로 삼는 동아시아지역에서 한국산 밥솥에 대한 인기가 높다. 중국인들에게 한국밥솥은 ‘한국방문 때 반드시 사와야 할 제품’이 된지 오래다.

한국 전기밥솥의 역사는 약 50여 년 정도로 그리 길지 않다. 국내 전기밥솥시장은 20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일본업체들이 장악하고 있었다.

현재는 쿠쿠전자와 리홈쿠첸 등 국내업체들이 국내를 넘어 세계 전기밥솥시장의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한 상태다.

한국 전기밥솥이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밥솥시장을 장악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 전기밥솥 열풍 일으킨 ‘코끼리 밥솥’의 추억

전기밥솥시장을 처음 개척한 나라는 일본이었다.

1937년 중일전쟁을 벌이고 있던 일본군은 식사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사각형의 나무통에 열선을 두르고 쌀과 물을 넣어 밥을 지었다. 밥솥 업계는 이를 최초의 전기밥솥으로 보고 있다.

현대적 형태의 전기밥솥도 일본에서 최초로 개발됐다. 일본 전자기기 제조회사인 도시바는 1955년 열판을 이용해 내솥을 직접 가열하는 형태의 전기밥솥을 선보였다. 일본 조지루시는 1965년 밥을 오랫동안 따뜻하게 유지해주는 보온기술을 탑재한 제품을 개발했다.

국내에서 전기밥솥이 생활필수품으로 자리잡게 된 때는 1980년대다.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여성의 사회진출이 활발해지자 전통적 방식으로 밥을 짓는 것이 어려워졌다. 직장에 다니는 여성이 증가하면서 밥 지을 시간이 부족해진 것이다.

전기밥솥 수요가 증가하면서 국내업체들도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금성사(현 LG전자)는 1965년 처음으로 국내에 전기밥솥을 선보였고 이어 한일전기 등 후발주자들도 제품을 출시했다.

하지만 국내 소비자들로부터 인기를 끈 전기밥솥은 일본제품이었다. 일본 전기밥솥은 국내제품보다 밥맛이 좋고 오랫동안 밥을 보관할 수 있었다.

특히 조지루시가 만든 ‘코끼리 밥솥’에 대한 수요는 엄청났다. 코끼리 밥솥을 사기 위해 일본으로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등장할 정도였다. 1980년대 당시 양 손에 코끼리 밥솥을 드는 것도 모자라 발로 밥솥을 밀며 김포공항을 통해 입국하는 사람들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었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1983년 1월 코끼리 밥솥을 사들고 돌아가는 한국인 관광객들의 사진과 함께 “한국인 관광객 덕분에 매상이 늘고 있다”는 기사를 내보냈다.

국내 언론사들은 국내 소비자들이 애국소비를 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비판적 기사를 내보내며 한때 ‘코끼리 밥솥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다.

  한국 전기밥솥, 세계인 입맛 사로잡는 비결  
▲ 1980년대 국내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일본 조지루시사의 '코끼리 밥솥'

◆ ‘압력밥솥’으로 일본 앞지른 한국업체들


국내 전기밥솥시장은 1990년대 후반 ‘전기압력밥솥’이 등장하면서 국내업체가 주도권을 일본업체로부터 뺏았다.

당시 변화의 선봉에 섰던 업체는 성광전자(현 쿠쿠전자)였다.

성광전자는 1978년 설립된 업체로 OEM(주문자상표부착) 방식으로 LG전자 등에 밥솥을 납품하며 성장했다. 이후 1998년 ‘쿠쿠’라는 이름의 전기압력밥솥을 출시하며 독자사업을 시작했다.

전기압력밥솥은 국내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으며 빠르게 일반 전기밥솥을 대체했다. 전기압력밥솥 높은 압력으로 짧은 시간 안에 밥을 지어 꼬들꼬들하면서 찰기있는 가마솥 밥맛을 재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쿠쿠의 성공으로 성광전자는 단숨에 국내 밥솥시장의 강자에 등극했다. 성광전자는 회사이름보다 제품이름이 더 유명해지자 2002년 사명을 쿠쿠전자로 바꿨다.

성광전자가 만든 전기압력밥솥은 국내 밥솥업계의 표준이 됐다. 쿠쿠 전기압력밥솥은 돌솥 형태의 내솥과 압력조절장치, 증기배출구 등을 장착했는데 리홈쿠첸과 풍년 등 후발업체들이 만든 제품도 모두 이런 형태를 갖추고 있다.

IH(Induction Hearting, 전자기 유도 가열) 기술도 국내 업체들이 밥솥시장을 정복할 수 있었던 비결로 꼽힌다.

초기 전기압력밥솥은 열판을 통해 내솥을 가열하는 열판가열 방식 제품이 주를 이뤘다. 열판가열 방식은 아래부터 가열되기 때문에 많은 양의 밥을 지을 경우 아래는 타고 위는 물기가 많은 현상이 나타나곤 했다.

IH전기압력밥솥은 전자기 유도현상을 활용해 내솥 전체를 직접 가열하는 제품이다. 쌀을 고르게 익힐 수 있어 층층밥이 생기지 않고 밥맛이 차지고 좋다는 장점이 있다.

  한국 전기밥솥, 세계인 입맛 사로잡는 비결  
▲ 쿠쿠전자의 전기밥솥이 러시아의 한 가전제품 매장에 진열돼있다. 쿠쿠전자는 밥뿐 아니라 스튜와 찜 요리 등 러시아인들의 입맛에 맞는 음식을 만들 수 있는 '멀티 쿠커' 기능을 지원하는 밥솥으로 러시아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뉴시스>

◆ 밥솥의 진화는 어디까지인가


전기밥솥은 단순히 밥 짓는 도구에서 머무르지 않고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다.

최근 출시된 전기밥솥들은 죽이나 탕, 찜 요리, 제빵 기능까지 지원한다. 전기밥솥이 다양한 음식을 만들 수 있는 ‘멀티 쿠커(Multi Cooker)’로 바뀌면서 밥을 주식으로 삼지 않는 미국과 영국, 러시아 등 유럽지역에도 국내 전기밥솥이 수출되고 있다.

밥맛을 결정하는 내솥도 다양한 소재가 활용되고 있다.

IH전기압력밥솥의 경우 초기 돌내솥이 주류를 이루다가 이후 참숯과 은나노, 황금 코팅 등을 적용한 제품들이 출시됐다. 최근 내구성을 높인 다이아몬드 코팅 제품도 판매되고 있다.

소비자들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한 기술도 점점 늘고 있다. 취사상태를 확인할 수 있게 해주는 조작패널은 현재 대부분의 제품에 탑재되고 있다. 스마트폰처럼 간편한 조작이 가능한 LCD 터치스크린 적용 모델도 출시된 상태다.

밥솥 사용이 익숙지 않은 사용자들을 위한 음성안내 기능도 대중화됐다. 한국산 전기밥솥이 해외에서도 인기를 끌면서 영어와 중국어 등 외국어 음성을 추가한 모델도 시장에 나왔다.

‘분리형커버기술’의 경우 전기밥솥을 청결하게 유지할 수 있는 핵심기술로 꼽힌다. 국내 밥솥업계를 양분하고 있는 쿠쿠전자와 리홈쿠첸은 이 기술을 두고 2013년 특허소송을 벌이기도 했다.

올해 사물인터넷(IoT)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릴 것으로 기대되면서 무선통신 기능을 적용한 ‘스마트 밥솥’도 속속 선보여지고 있다. 스마트 밥솥은 와이파이나 근거리무선통신(NFC) 기술이 탑재돼 스마트폰 등으로 원거리에서 조작할 수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민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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