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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혜, 만성적자 코레일 어떻게 흑자냈나

김디모데 기자 Timothy@businesspost.co.kr 2015-02-13 18: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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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연혜, 만성적자 코레일 어떻게 흑자냈나  
▲ 최연혜 코레일 사장

출범 9년 만에 흑자전환.

최연혜 코레일 사장이 취임 1년 만에 달성한 성과다. 당초 흑자전환 목표를 2년으로 잡았던 것을 1년이나 단축했다.

최 사장은 취임 당시 박근혜 정부의 ‘낙하산’으로 여겨졌다. 취임 초기부터 철도민영화 논란과 파업사태로 곤욕을 치렀다. 그러나 최 사장은 지난해 방만경영 개선과제 이행을 완료하는 등 부채과다 중점관리 대상이었던 코레일을 흑자로 전환하는 데 성공했다.

최 사장은 코레일 창사10주년을 맞아 올해를 제2의 창사, 재도약의 해로 삼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올해 영업이익 1천억 원의 흑자를 달성하고 부채비율을 200%로 낮추는 등 새로운 10년의 기틀을 놓겠다는 것이다.

최 사장은 실크로드익스프레스(SRX)사업으로 유라시아 경제문화교류의 새로운 비전을 세우고 있다. 올해 국제철도협력기구 물류분야 회의를 유치했고 2019년 사장단정례회의를 서울에서 열기로 하는 등 국제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했다.

최 사장의 1년 임기가 성공적이었다는 평가가 많지만 남은 과제도 산적해 있다. 부채에 대한 우려가 여전한 데다 자회사들의 부진한 실적도 고민이다. 최 사장이 정계진출의 꿈도 완전히 포기한 게 아니다.

◆ 여자 수장이 이끈 코레일 최초 흑자경영

최연혜 사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공사 창립 10주년이 되는 2015년을 제2창사의 원년이자 재도약의 해로 삼자”고 주장했다. 지나온 10년의 성과를 발판으로 다가올 10년의 미래를 준비하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코레일은 영업이익 780억 원으로 창립 이후 최초의 흑자를 기록했다. 공사 출범 당시 5천억 원에 이르는 적자가 흑자로 바뀐 것이다.

빅데이터 분석으로 운임체계 효율성을 높이는 수익관리시스템이 주효했다. 공실률을 최소화해 지난해 수요가 1.5% 늘었는데 수익은 3.8%가 증가했다.

이밖에도 125개 화물역 76개로 거점화, DMZ트레인 등의 관광상품 개발, 부품과 시설 재고 전수조사를 통한 효율적 관리 등으로 지난해에만 3천억 원의 경영개선을 이뤘다.

덕분에 지난달 S&P는 코레일의 장기신용등급과 채권등급을 A에서 A+로 한단계 상향조정했다.


한국기업평가도 13일 코레일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AAA로 평가하고 “수익성이 상대적으로 좋은 고속철도의 비중이 높아졌고 경영효율 향상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 최연혜, 부채비율 200%대 가능할까


최 사장은 올해 흑자를 1천억 원으로 늘리는 목표를 세웠다.

최 사장은 임직원들에게 수익관리시스템을 고도화해 영업수익을 극대화하고 호남고속철도 등 신규노선 수요 창출과 수익증대에 집중할 것을 주문했다. 이를 위해 책임경영체제를 시행해 사업부별, 지역본부별로 손익관리에 전력을 다할 것을 당부했다.

최 사장은 또 400%대의 부채비율을 정부의 공기업 부채비율 목표치인 200%까지 낮추는 계획도 내놓았다.

코레일은 올해 부채감축의 첫발을 내딛었다.

코레일은 지난달 22일 대전세무서를 상대로 한 용산역세권 개발사업에 대한 법인세 환급소송에서 승소했다. 1심 법원은 역세권 개발사업이 무산됐으니 선납한 세금을 돌려달라는 코레일의 주장을 수용했다.

코레일이 최종 승소할 경우 1조 원 가량의 법인세를 돌려받게 돼 부채축소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부채감축의 핵심은 코레일 자회사인 인천공항철도 매각이다.

코레일은 인천공항철도 부채 2조6천억 원을 떠안고 있다. 지난해 코레일은 보유하고 있는 인천공항철도 지분 88.89% 전량을 매각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그러나 매각가격에 대한 코레일과 국토부의 이견으로 매각이 지지부진했다.

그러나 지난달 KB국민은행과 IBK기업은행 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면서 인천공항철도 매각이 가시화했다. 코레일은 인천공항철도 매각으로 연결채무와 지분가치를 합해 4조 원 이상의 부채감축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코레일 부채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 용산부지 소유권 반환 문제가 걸림돌이다.

코레일은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을 추진한 드림허브프로젝트를 대상으로 부지 61%의 소유권 반환 소송을 추진하고 있다. 코레일이 승소해 부지 소유권을 인정받으면 자산재평가를 통해 약 3조7천억 원의 자산 차익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소송결과를 낙관하기 어렵다. 한국기업평가는 “용산부지 회수는 이해관계자들의 의견대립과 법리공방으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고 평가했다.

자칫 소송이 장기화할 경우 현재 17조 원에 이르는 부채가 더 늘어날 수도 있다. 코레일의 부채는 2013년 14조 원에서 2년 동안 17조 원으로 늘어났다. 이에 따라 코레일의 부채비율이 2017년 800% 이상으로 치솟을 것이라는 부정적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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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연혜 코레일 사장

◆ 낙하산 사장 위기 극복하고 재평가


최 사장은 첫 여성 공기업 사장으로 취임 때부터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한편으로 정치권의 낙하산 인사라는 따가운 눈총을 피할 수 없었다.

최 사장은 코레일 부사장과 철도대학 총장 등을 지낸 철도 전문가였지만 2012년 총선에서 대전 서구을 새누리당 후보로 출마하며 정치 진출을 시도했기 때문이다.

최 사장은 낙선한 뒤에도 새누리당 대전 서구을 지역위원장을 지내며 박 대통령의 든든한 지지를 받았다.

그는 지난 대선 때 박근혜 캠프 선거대책위원을 지내기도 했다. 이 때문에 최 사장은 친박인사로 분류됐다. 최 사장이 취임하자 철도 민영화를 위해 박근혜 정부가 보낸 낙하산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최 사장은 지난해 말 22일간의 역대 최장기 철도노조 파업사태를 맞이했다. 정치권의 개입으로 파업사태는 간신히 봉합됐지만 코레일 노사관계는 최악으로 치달았다. 이 과정에서 최 사장은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며 ‘바지사장’이라는 오명을 쓰기도 했다.

여기에 코레일은 지난해 6월 공공기관 평가에서 최하등급인 E등급을 받는 등 위기를 맞이했다.

이때만 해도 최 사장의 입지는 불안했다. 하지만 1년이 지나면서 최 사장에 대한 평가가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경영실적과 함께 노사관계도 차츰 나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 사장은 70차례가 넘는 노사 대화 끝에 지난해 10월 평균임금 산정방식 개선 등 방만경영 개선과제 이행을 완료하고 노사관계 회복의 기틀을 놓았다. 최 사장은 올해 신년사에서도 “신뢰와 협력의 노사간 소통으로 국민을 먼저 생각하는 노사문화를 정립할 것”을 강조했다.

◆ 코레일의 꿈, 실크로드 익스프레스

최 사장은 코레일의 미래 비전으로 실크로드익스프레스(SRX) 사업을 구상하고 있다.

실크로드익스프레스 사업은 부산에서 KTX를 통해 중국과 러시아를 거쳐 유럽까지 이어지는 철도노선을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주장하는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정책과 궤를 같이 한다.

최 사장은 이를 위해 지난해 평양에서 열린 국제철도협력기구(OSJD) 사장단회의에 참석해 유라시아 대륙철도에 대한 논의를 했다. 최 사장은 분단 뒤 처음으로 기차를 통해 평양을 방문한 인사로 기록됐다.

최 사장은 올해 5월 국제철도협력기구 사장단회의를 서울에서 개최하기로 했다. 우리나라가 국제철도협력기구 정회원이 아님에도 사장단회의를 유치한 것은 이례이다. 이로써 앞으로 국제 철도 네트워크에서 우리나라의 역할이 커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다.

최 사장은 “실크로드익스프레스 사업은 과거 유라시아 무역 중심이었던 실크로드처럼 앞으로 유라시아 경제문화 교류의 구심점이 될 것”이라며 “현재 정체상태인 대륙철도에 우리나라가 연결되면 일본까지 이어져 폭발적 성장을 일으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연혜, 만성적자 코레일 어떻게 흑자냈나  
▲ 2012년 제19대 총선에서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최연혜 새누리당 대전 서구을 후보 유세를 지원하고 있다.

◆ 코레일 실적개선, 순수한 경영성과 맞나


하지만 일부에서 코레일 실적개선을 순수한 경영성과로 평가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 사장이 잘한 부분도 있지만 그 공을 전부 최 사장에게 돌릴 수 없다는 것이다. 흑자 배경에 인력구조조정과 파업 근로자들의 징계에 따른 인건비 감축, 정부의 세종시 이전에 따른 철도수요 증가 등의 외부적 요인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코레일은 2009년부터 강한 인력구조조정을 실시했다. 특히 정비인력이 줄면서 코레일 열차 1량당 정비인력은 0.33명으로 서울메트로(0.9명)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

코레일은 지난해 기관사 한 명이 열차를 운행하는 1인 승무원제를 중앙선에 적용해 안전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코레일은 또 지난해 장기간 파업에 참여한 근로자들을 대거 징계했다. 25명을 파면하고 77명을 해임하는 등 100여 명을 내보냈다. 또 343명을 정직처분하고 156명을 감봉하는 등 600명 이상에게 중징계를 내렸다. 이는 인건비 축소의 한 요인이 된 것으로 분석된다.

또 2013년 말부터 정부부처가 세종시로 이전하면서 철도수요가 크게 늘어난 부분도 실적개선에 영향을 줬다. 코레일은 정부부처의 세종시 이전으로 KTX 이용객 수가 3% 가량 늘어난 것으로 추산했다.

지난해 국무총리실에서 실시한 전수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사인원의 20%가 넘는 1800여 명이 수도권에서 출퇴근을 한다고 대답했다. 또 서울~세종시간 출장수요도 많아져 KTX 이용 빈도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올해 정부는 세종시 조기정착을 위해 실시해 온 통근버스 운행을 중단할 예정이라 KTX 수요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요금체계 개편이 코레일 실적에 큰 힘을 보탤 것으로 보인다. 올해부터 코레일은 KTX 요금 할인체계를 변경해 승차권 예약시 높은 할인율을 적용하는 대신 주중할인과 역방향할인을 폐지하기로 했다.

사실상 편법 요금인상이어서 코레일이 경영실적 개선에만 신경을 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 공기업 사장 최연혜, 본질은 정치인일까

최 사장은 과거 정치 참여 전력 때문에 결국 정치권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의견이 강하다.

최 사장은 취임 당시 3년의 임기를 모두 채울 것이라며 2016년 총선 출마설을 부인했다. 하지만 지금도 최 사장의 행보를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시각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최 사장은 지난해 1월 국회를 찾아 당시 새누리당 대표였던 황우여 사회부총리를 만나 대전 서구을 당협위원장 임명과 관련한 논의를 했다. 그러자 정치권에서 최 사장이 후임 인선을 청탁하려 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최 사장은 “어려울 때 도와준 사람에 대한 최소한의 도의적 책임”이라며 “특정인을 밀어주기보다 포괄적으로 부탁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최근 논란이 된 호남선KTX 서대전역 통과도 최 사장의 정치적 목적이 있는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호남선KTX가 서대전역을 통과하면 고속철도로서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데도 최 사장이 대전지역의 환심을 사기 위해 호남선KTX가 서대전역을 통과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새정치민주연합 호남지역 국회의원들은 지난달 21일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을 찾아가 “최 사장이 정치적 이유로 지역갈등을 부추기고 있다”며 최 사장의 해임을 요구하기도 했다.

정치권과 코레일 관계자들은 최 사장이 다시 대전지역에서 국회의원 선거에 나설 것으로 예상한다. 또 최 사장이 박근혜 정부에서 국토교통부 장관 자리를 노리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한 철도 관계자는 최 사장에 대해 “오래 전부터 정치에 뜻이 있었다”며 “코레일 사장은 정치권 입문의 징검다리일 뿐”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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