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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회사, 빅데이터 매력에 깊이 빠지다

이규연 기자 nuevacarta@businesspost.co.kr 2015-02-11 14:2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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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업계가 빅데이터에 빠졌다.

카드업계 시장점유율 1위와 2위인 신한카드와 삼성카드를 비롯해 중견 카드회사들까지 빅데이터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카드회사, 빅데이터 매력에 깊이 빠지다  
▲ 위성호 신한카드 사장
빅데이터는 일반적 방법으로 모으거나 분석하기 힘들 정도로 방대한 양과 빠른 생성주기를 지닌 데이터를 뜻한다.

카드회사들은 고객들이 카드로 물건을 산 뒤 결제한 정보라는 빅데이터를 이미 보유하고 있다. 카드회사들은 이를 최대한 활용해 실적 견인차로 삼으려고 한다.

가령 카드회사들은 30대 이상의 남성 직장인들이 특정 지역에서 카드로 물건을 산 결제정보를 분석해 그곳의 가맹점에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 등 IT기기를 판매할 마케팅 전략을 마련하라고 조언할 수 있다. 가맹점은 손쉽게 ‘타깃 마케팅’을 할 수 있고 고객도 원하는 물품을 구매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카드회사들은 IT기술과 금융산업의 융합인 핀테크가 활성화한 지난해부터 빅데이터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카드회사들은 다음카카오가 ‘카카오페이’를 출시하는 등 IT기업이 속속 전자결제사업을 시작하자 핀테크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 빅데이터를 선택했다.

◆ 중견 카드회사들, 빅데이터 바다에 뛰어들다

중견 카드회사들은 2015년을 ‘빅데이터 원년’으로 삼고 관련 사업을 키우고 있다.

비씨카드의 회사 내부 연구소인 비씨카드연구소는 2011년부터 2014년까지 비씨카드가 사용된 전체 매출 빅데이터를 업종별로 분석한 결과 1인 가구와 관련된 편의점, 애완동물, 동물병원 업종의 성장률이 다른 산업보다 최소 4%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비씨카드는 1인 가구 산업에 속한 가맹점과 협업해 실적을 높이려 한다. 비씨카드는 최근 비씨카드연구소에 빅데이터 업무를 전담시키고 관련 사업을 찾고 있다. 은행계 카드회사 데이터 처리를 총괄하는 장점을 살려 빅데이터 분석에 속도를 내겠다는 것이다.

KB국민카드는 빅데이터사업을 담당하는 데이터전략부를 올해 신설했다. KB국민은행과 협업해 두 기업 고객의 결제정보를 바탕으로 이벤트 기반 마케팅(EBM)을 활성화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고객의 상품구매습관을 파악해 실시간으로 마케팅 정보를 전달하겠다는 것이다.

  카드회사, 빅데이터 매력에 깊이 빠지다  
▲ 김덕수 KB국민카드 사장
김덕수 KB국민카드 사장은 “빅데이터를 마케팅 외에 KB국민카드 내부조직의 효율성 관리에 활용하는 등 사업모델로 만들려 한다”고 말했다.

하나카드는 지난달 외환카드와 통합법인을 출범하면서 빅데이터사업을 전담하는 태스크포스를 꾸렸다. 하나카드는 이를 통해 250만 개의 가맹점이 하나카드 고객의 생활습관에 맞게 상품을 판매할 수 있는 ‘타깃 마케팅’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로 했다.

롯데카드도 최근 빅데이터를 연구할 전담부서를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NH농협카드는 빅데이터 업무 경력자를 마케팅 관련 인사로 영입했으며 우리카드도 관련 조직을 준비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전자결제시장이 커지고 정부의 핀테크 지원정책이 활성화하면서 카드회사가 IT기업과 본격적으로 경쟁해야 하는 시대가 왔다”며 “시장에서 밀려나지 않으려면 빅데이터 등 카드회사가 지닌 장점을 통해 차별화 요소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 빅데이터로 맞붙은 신한카드와 삼성카드

신한카드는 현재 카드회사들 가운데 빅데이터사업에서 가장 앞서고 있다.

위성호 신한카드 사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빅데이터에 적극적으로 투자해 상품개발부터 고객상담에 이르기까지 사업 전반에 활용해야 한다”며 “민간과 공공영역 선도사업자와 빅데이터 사업제휴를 더 많이 맺겠다”고 말했다.

신한카드는 ‘코드나인’ 카드 브랜드 고객 120만 명의 결제정보를 바탕으로 마케팅을 진행했다. 신한카드는 그 결과 지난해 12월 카드업계 최초로 개인고객 카드이용액 100조 원을 돌파했다.

신한카드는 지난해 초에 빅데이터분석 자동화시스템을 구축한 데에 이어 전문인력을 보강하면서 고객별로 심층적 분석을 하는 작업에 돌입했다. 고객이 해외 항공권을 구매했다면 미리 면세점 할인정보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앞날을 내다보는 방식으로 마케팅을 하려는 것이다.

신한카드는 지난 3일 2015 범금융권 대토론회에서 빅데이터를 활용한 사업을 올해부터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신한카드 고객들의 결제정보를 바탕으로 공공기관이나 민간기업의 마케팅작업을 컨설팅하겠다는 것이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공공기관은 물론이고 홈플러스와 SK텔레콤 등 민간기업과 협력해 지역 내 소비자들의 소비성향이나 개발 뒤 파급효과 등을 분석한 정보를 제공하겠다”며 “앱카드 등 핀테크와 빅데이터를 결합한 마케팅 플랫폼도 만들려 한다”고 말했다.

삼성카드도 시장점유율을 늘리기 위한 주요 수단으로 빅데이터사업을 강조하고 있다. 지난해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시작한 CLO(Card Linked Offer)서비스를 올해 플랫폼사업으로 확대하겠다는 전략도 제시했다.

삼성카드는 지난해 4월부터 5개월 동안 CLO서비스 가운데 하나인 ‘링크 서비스’를 이용한 고객의 결제정보를 분석한 결과 고객들의 반응이 좋았고 가맹점도 신규고객을 상당수 유치했다고 밝혔다. 이 서비스는 빅데이터에 기반해 고객 개개인의 생활습관에 맞는 할인과 적립혜택을 제공한다.

삼성카드 관계자는 “링크 서비스를 통해 고객을 유인한 가맹점 가운데 신규고객이 전체의 80% 이상을 차지한 곳도 있었다”며 “회원 개개인의 소비성향에 따라 마케팅하면서 고객들이 반응할 확률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 규제완화와 보안강화의 갈림길에 놓인 빅데이터

금융권 관계자들은 카드회사가 빅데이터를 더 잘 활용하려면 법적 규제가 완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강대명 KB국민은행 본부장은 지난 10일 금융위원회가 연 현장간담회에서 “카드회사를 포함한 금융회사들은 오래 전부터 빅데이터를 확보했으나 지난해 카드회사 고객정보 대량유출사태 이후 계열사 간 정보공유가 금지돼 분석이 제약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행법은 금융회사들이 고객에게 상품이나 서비스를 소개하고 구매를 권유하기 위해 다른 금융회사에 고객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같은 금융지주회사 안에서 이뤄지는 고객정보 제공도 내부 경영관리가 목적일 때만 가능하다.

  카드회사, 빅데이터 매력에 깊이 빠지다  
▲ 이두석 삼성카드 전무
강 본부장은 “사전규제를 완화하고 사후책임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보안이 확실하게 보장된다면 금융회사가 보유한 빅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도록 고객 거래정보 금융규제를 완화했으면 한다”고 금융위에 요청했다.

이두석 삼성카드 빅데이터 담당 전무도 지난 5일 열린 컨퍼런스에서 카드업계의 빅데이터사업이 활성화하려면 개인정보보호 규제가 어느 정도 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전무는 미국의 예를 들며 개인정보보호법과 빅데이터 판매가 서로 균형을 이뤄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보안업계 전문가들은 카드업계가 빅데이터사업을 활성화할수록 개인정보가 유출될 가능성도 커진다고 우려한다. 카드 번호나 이름 등을 익명화한 뒤 구매내역만 분석한다고 해도 각 개인이 누구인지 알아채기 쉽다는 것이다.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 연구팀은 지난달 말 학술저널 사이언스에 개인정보를 지운 신용카드 구매기록으로도 그 사람이 누구인지 알아낼 수 있는 부가정보가 충분히 많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MIT 연구팀은 1100만 개의 익명화한 신용카드 구매내역을 분석한 결과 전체 연구대상 중 94%의 경우 4개 이상의 구매내역만 있어도 신용카드 주인이 누구인지 알아낼 수 있었다고 밝혔다.

보안업계 관계자는 “신용카드 사용내역도 일반적 개인정보처럼 보호받아야 할 필요가 있다”며 “카드회사가 빅데이터사업을 진행할수록 더욱 강한 보안체계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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