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상 위메프 사장이 경쟁업체를 깎아내리고 과장된 가격 정보를 전달했다는 이유로 공정거래위원회의 주의를 받았다. 소셜커머스 시장이 커지면서 더 많은 소비자의 눈길을 끌려는 치열한 전쟁 속에서 비방과 허위 광고가 판을 치고 있다. 스스로 제살을 파먹는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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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은상 위메프 사장 |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3일 소셜커머스 업체 위메프의 유튜브 광고가 표시·광고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시정 명령을 내렸다. 이번 사례는 쿠팡이 위메프를 신고하면서 내려진 소셜커머스 업계 첫 비방광고 제재다. 공정위는 “(위메프의 광고는) 업계의 과열 경쟁으로 인해 생겨난 부당 광고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위메프는 지난해 6월13일부터 12월11일까지 경쟁업체인 쿠팡을 소재로 쓴 유튜브 동영상 광고를 게재했다. 광고에 쿠팡의 로고가 노출되면서 ‘구팔(쿠팡) 무료배송 미끼’, ‘결제금액 > 바가지’ 등의 비방성 문구가 쓰였다.
또 ‘구빵(쿠팡) 비싸’, ‘위메프가 제일 싸다’ 등의 표현을 통해 위메프가 가장 싼 가격으로 물품을 판매하는 것으로 보이게 만들었다. 쿠팡의 무료배송 제도를 빗대 ‘무료배송 받아봤자 최저가가 더 싸단다’는 글을 내세워 위메프가 시행 중인 ‘최저가격 보상제’를 홍보하기도 했다. 이 제도에 따라 위메프는 경쟁업체가 물품을 더 싸게 판매할 경우 차액을 포인트로 보상하고 있다. 그러나 공정위의 조사 결과 71개 품목 중 의류와 운동화 등 24개 품목에서 쿠팡의 판매가가 위메프보다 더 저렴한 경우도 있었다.
공정위 제재를 받으면서 박 사장의 공격적 행보에도 제동이 걸렸다. 같은 해 7월 단독 대표이사로 취임한 박 대표는 100억 원을 투입하며 공격적 마케팅에 나섰다. 이서진·이승기라는 톱스타를 모델로 기용했고 TV 외에도 지하철 전광판과 유튜브 동영상 등 다양한 매체를 광고 수단으로 쓰기도 했다.
이를 통해 위메프는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연속으로 소셜커머스 업계 매출 1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유튜브 동영상 광고가 공정위의 시정 명령을 받으면서 박 사장은 암초를 만났다.
이번 일은 비단 박 사장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 2010년 처음 국내에 도입된 소셜커머스는 4년 동안 급격히 성장했다. 처음 500억 원 규모였던 시장은 지난해 3조4000억 원까지 몸집을 불렸다. 그러나 시장이 커지면서 격화된 경쟁은 소셜커머스의 그림자가 됐다. 업체 간에 소송까지 불사하며 다툼을 시작했다.
지난 2012년 티켓몬스터(티몬)는 악성 파일을 유포해 티몬의 영업을 방해했다는 이유로 쿠팡을 고소했다. 소비자의 컴퓨터에 악성 파일을 깔아 포털사이트에 ‘티켓몬스터’나 ‘티몬’을 검색하면 쿠팡 홈페이지로 연결되도록 설정했다는 것이다. 쿠팡 측은 “부적절한 의도는 없었으며 마케팅 실무진의 광고 채널 테스트 과정에서 일어난 실수였다”고 해명했다.
지난해 2월 위메프가 사이버 명예훼손 혐의로 티몬을 고소하는 일도 벌어졌다. 온라인 백과사전으로 누구나 자유롭게 편집 가능한 ‘위키피디아’에 창업주인 허민 전 위메프 사장을 비방하는 글을 티몬 측이 올렸다는 이유였다. 이 사건은 허 전 사장과 신현성 티몬 사장이 전화로 합의를 보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그러나 그만큼 업체 간 경쟁이 극심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로 남았다.
이러한 업체 간 분쟁은 이제 막 자리를 잡은 소셜커머스 시장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우려가 나온다. 경쟁에만 매달려 소비자에게 신뢰를 사는 것은 뒷전이 되기 때문이다. 공정위의 발표에 따르면 소셜커머스 관련 소비자 상담은 2010년 52건으로 시작해 2011년 7030건, 2012년 7138건으로 급증했다. 이중 80% 이상이 허위·과장 광고로 피해를 봤다는 내용이었다.
더 나아가 소비자에게 제품을 속이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지난 2012년 7월 그루폰코리아가 가짜 모로칸 오일을 판매한 뒤 소비자에게 책임을 떠넘겨 문제가 됐다. 지난해 11월 쿠팡이 중국산 인조가죽 서류 가방을 천연 소가죽 제품으로 판매해 공정위에게 시정명령을 받았다. 지난달 26일 티몬이 호주 신발 브랜드인 어그의 위조제품을 판매한 혐의로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았다.
전문가들은 소셜커머스 업체의 과당 경쟁이 소비자 인식을 악화시킨다고 우려하고 있다. 시장조사전문기관 엠브레인트렌드모니터는 지난 1월 조사 결과 소비자들이 소셜커머스에 관해 ‘가격은 싸지만 정직하지 않다’라 평가했다고 밝혔다. 소셜커머스를 정직한 사이트라고 바라보는 의견은 전체 1천 명의 응답자 중 19.8%에 그쳤다. 소셜커머스 업체가 제공하는 상품 정보가 진실하다고 믿는 소비자도 22.1%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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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정위 시정 명령을 받은 위메프 광고 중 일부. 쿠팡의 무료배송 제도를 빗대 위메프가 더 싸게 상품을 판다고 홍보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