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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서준 노리(Knowre) 부대표 |
수학은 어렵다. 대한민국 수험생의 절반은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수학을 포기하는 이른바 ‘수포자’가 된다.
학생들은 대개 수학수업을 따라가는데 어려움을 겪는다. 학교에서 수학을 스스로 학습하기보다 ‘듣기만’ 한다. 대신 과외를 비롯한 사교육에 의존한다. 그래서 수학 사교육시장은 날로 번창한다.
이런 수학교육 문제를 근본적으로 바꾸고자 출발한 스타트업이 있다.
노리(Knowre)는 온라인으로 맞춤형 수학교육 서비스를 제공한다. 컴퓨터로 이 서비스를 이용하면 학생은 수준에 맞게 게임을 하듯 단계별로 수학을 공부할 수 있다.
노리는 디지털로 수학교육 분야에 혁신을 이루겠다는 목표로 설립됐다. 노리는 설립 3년이 좀 넘은 지금 국내 유명 스타트업이 됐다. 노리가 만든 수학교육 프로그램은 국내보다 미국에서 먼저 인정받았다.
노리는 지난해 73억 원의 투자를 받았다. 노리는 이제 본격적으로 성장을 모색하고 있다.
◆ 맞춤형 수학교육 솔루션, 노리
노리는 과외선생 같은 온라인 수학공부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다. 현재 컴퓨터 기반 수업이 보편화한 미국학교에 수학교육 프로그램을 공급하고 있다.
노리는 학생들이 수학을 효과적으로 공부할 수 있도록 수학에 IT기술을 접목했다. 노리는 클라우드 서버를 이용해 웹 기반으로 서비스하고 있다. 앞으로 안드로이드와 iOS용 앱을 추가하려고 한다.
노리의 서비스는 학교단위로 라이선스를 구매해 이용할 수 있다. 학교에서 라이선스를 구매하면 해당 학교의 학생과 교사는 ID로 노리 서비스에 접속한다.
이 서비스의 교육은 모바일 게임처럼 스테이지를 단계별로 해결해 나가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문제를 해결할 때마다 별이나 코인을 얻을 수 있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려면 모은 코인을 사용해 잠금을 해제해야 한다.
선생님은 학생들이 어느 단계까지 문제를 풀었는지, 어떤 학습이 부족한지를 대시보드에서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또 부족한 부분에 대해서 필요한 학습단계를 원클릭으로 학생에게 전달할 수 있다.
노리는 이런 방식으로 학생들에게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예를 들어 한 학생이 10개의 수학문제를 풀었는데 그 가운데 5개의 문제를 틀렸다면 노리의 서비스는 틀린 5개 문제를 통해 해당 학생에게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 파악한다. 만약 이 학생이 2차 방정식을 몰라 그와 관련된 문제들을 틀린 것이라면 2차 방정식에 대해 좀 더 공부할 수 있도록 가이드를 제공한다.
◆ 대치동 수학학원에서 디지털 맞춤교육을 꿈꾸다
노리를 만든 창업자들은 노리를 설립하기 전 서울 강남 대치동에서 수학학원을 차렸다. 이들은 수학학원 경영을 통해서 수학교육 분야의 개선방법에 대해 고민했고 노리를 설립할 자금을 모았다.
노리의 공동창업자인 김서준 부대표는 2007년 대학 창업 스터디에서 김용재 대표를 알게 됐다. 김 부대표는 “사업은 원래 하고 싶었다”며 “이때 주말마다 스터디하며 창업 아이디어를 나누다가 김 대표와 변하지 않는 수학교육 환경을 디지털로 혁신해보자고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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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리는 글로벌 K 스타트업 프로그램에 선발되어 2012년 대상을 수여했다. |
이들은 노리를 설립할 자금을 모으기 먼저 대치동에 수학컨설팅회사 ‘에듀아이즈’를 만들었다. 학생의 수학 수준을 진단하는 문제지를 만들어 테스트하고 상담해 줬다. 1시간 테스트하고 1시간 상담해 주는데 10만 원을 받았다.
예상외로 반응은 뜨거웠다. 학부모들은 “진단만 하지 말고 책임지고 가르쳐달라”고 요구했다. 그래서 한 달 만에 김 부대표와 3명의 노리 창업자는 수학 선생님을 채용해 수학학원을 운영하게 됐다.
“당시 오전 10시부터 테스트와 상담을 시작했다. 강의는 4시쯤 시작 되서 10시에 끝났는데, 그때부터 다음날 쓸 교재를 만들었다. 1년 반 동안 거의 집에 가지 못하고 매일 학원에서 지냈다.” 김 부대표의 말이다.
이들은 당시 국내 중고등학교 수학교재를 섭렵했다. 그리고 노리를 설립할 자본도 모았다.이들은 2012년 본격적으로 디지털 수학교육사업을 시작하고자 학원을 매각했다.
그해 3월에 엔젤투자자로부터 3억을 투자받았고 본격적으로 맞춤형 수학교육 솔루션 개발에 들어갔다.
◆ 미국에서 먼저 인정받다
김 부대표는 “학원경영을 하면서 우리가 하려는 디지털 수학교육사업이 한국에서 현실화하려면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판단했다”며 “미국은 디지털교육이 발달했고 시장도 커서 미국에서 사업을 시작하기로 했다”라고 말했다.
김 부대표는 2012년 데모 버전을 만들어 미국 수학교사 연합회(NCTM) 컨퍼런스에 들고 갔다. 이 행사는 미국 수학교사 6만여 명이 참여하는 큰 행사다. 노리의 부스는 그날 미국 수학교사들로 북적였다.
이 때 김 부대표는 현재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재미교포 데이비드 주와 함께 컨퍼런스에 참여했다. 투자은행에 있던 데이비드 주는 그 전시 뒤 노리에 합류했고 공동창업자는 5명으로 늘어났다.
데이비드 주는 현재 미국에서 마케팅과 세일즈를 총괄하고 있다. 노리는 2013년 미국법인을 만들었다. 미국법인이 본사고 한국법인은 자회사다. 미국에서 마케팅과 세일즈, 한국에서 제품을 개발하는 구조다.
노리는 컨퍼런스에서 자신감을 얻고 공격적으로 실제 버전 개발에 나섰다. 노리는 2014년 2월 서비스를 미국에 론칭해 현재 50개 중고교에 프로그램을 공급하고 있다.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학교로부터 매년 학생 수에 따라 일정한 금액을 사용료로 받는다.
노리는 2013년 뉴욕시 교육청의 갭앱챌린지에서 1등을 했다. 갭앤챌린지는 학업성취도 격차를 메우는데 기여한 소프트웨어를 선정하는 것이다.
노리는 지난해 9월 모두 73억 원의 투자를 받았다고 밝혔다.
노리의 수학교육 소프트웨어는 뉴욕타임스에도 소개됐고 올해 미국 기술잡지인 패스트컴퍼니가 선정한 세계의 혁신적 교육회사 톱5에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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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리는 서비스에 게임 요소를 넣어 학생들이 친숙하게 학습할 수 있도록 했다. |
◆ 노리의 올해 목표는 “성장”
노리는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매출을 올릴 것으로 전망한다. 노리 측은 2016년에 손익분기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한다.
김 부대표는 “도약기에 할 것은 미국진출을 시작으로 다 한 셈”이라며 “올해의 노리의 목표는 성장”이라고 말했다. 노리는 올해 미국에서 중고등학교 커리큘럼과 태블릿 버전까지 출시해 더욱 빨리 시장을 넓힐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노리는 국내에서도 서비스 보급을 확대하기로 했다. 노리는 지난해부터 대교와 함께 태블릿PC를 이용한 커리큘럼을 울산지역에서 시험하고 있다. 올해 봄 수도권 중학교에도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을 잡아놓고 있다.
김 부대표는 “수학교육 방식은 같기 때문에 앞으로 중국, 일본, 유럽까지 진출할 생각이 있다”며 “분야는 과학도 생각하고 있지만 당분간 수학에만 집중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 수익이 조금 나고 있긴 하지만 끊임없이 서비스를 수정하고 개발해야하기 때문에 콘텐츠 개발에 시간과 돈이 많이 든다”며 “올해 투자유치도 적극적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