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이 즉시연금 소송전을 앞두고 국내 최대 로펌과 함께 법리 싸움을 준비하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즉시연금 소송을 대비해 국내 최대 로펌인 법무법인 김앤장을 변호인단으로 선임했다.
 

김앤장 변호인단은 우선 삼성생명이 13일 즉시연금 민원인 가운데 1명에게 제기한 채무부존재 소송을 맡는다.

삼성생명의 변호인단은 서우정 변호사를 비롯해 모두 5명으로 구성됐다.

서 변호사는 삼성그룹에서 최고법률책임자(CLO)를 맡아 삼성그룹의 법무실을 이끌었던 경험이 있는 거물급 변호사로 꼽힌다.

서 변호사는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 특수1부 부장검사를 맡았고 서울고검 검사 등을 거친 뒤 2004년 삼성그룹이 그룹 내 법무인력을 대폭 충원할 때 삼성그룹 법무실에 합류한 검사 출신 영입 변호사다.

서 변호사는 삼성그룹 기업구조조정본부 법무실 부사장으로 영입된 뒤 삼성생명에서 윤리경영실, 법무실, 준법경영실 실장을 맡았고 2017년부터 김앤장에서 일하고 있다.

삼성생명의 즉시연금 소송 변호인단 선임을 놓고 업계에서는 삼성생명이 금융감독원과 즉시연금을 놓고 치열한 법리 논쟁을 벌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현재 삼성생명이 제기한 즉시연금 관련 소송이 형식적으로는 민원인 1명이 피고지만 금감원에서 이미 소송 지원 방침을 정한데다 이번 소송 결과가 다른 즉시연금 사례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삼성생명이 금감원의 권고에 따르게 되면 즉시연금 가입자에게 지급해야 할 추가 금액은 4300억 원 정도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즉시연금 지급을 놓고 법리 검토 과정에서 법적으로 이견이 있을 수 있는 부분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며 "이 부분을 놓고 법원의 판단을 구하고자 소송을 제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생명도 즉시연금과 관련된 소송이 구체화되면 삼성생명처럼 국내 대형로펌에 사건을 맡긴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한화그룹은 총수 일가 및 계열사 관련 주요 소송에서 법무법인 김앤장과 법무법인 태평양 등 국내 대형 로펌에 사건을 맡겨왔다.

한화생명은 금감원의 즉시연금 분쟁조정안을 '거부'하는 과정부터 국내 대형 로펌에 법률자문을 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한화생명은 여러 로펌으로부터 금감원의 분쟁 조정안을 그대로 수용하기 전에 법률적으로 짚고 넘어가야 할 쟁점이 있다는 자문을 받고 분쟁 조정안을 우선 거부한 것”이라며 “아직 즉시연금과 관련된 소송이 구체화되지 않은 만큼 소송과 관련해 결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즉시연금 관련 소송에서는 즉시연금 지급액의 기준이 되는 '산출 계산서'가 보험회사와 가입자 사이의 계약 내용에 포함되는지가 쟁점으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보험회사는 모든 보험상품에는 산출 계산서가 있기 때문에 당연히 계약 내용에 포함된다는 주장을 펼치는 반면 금감원은 산출 계산서는 보험회사 내부자료에 불과해 가입자가 알 수 없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보험회사가 약관 규제법의 설명의무를 다했는지를 놓고 해석과 적용 범주도 법적 다툼의 대상이 될 전망이다. 

보험회사마다 즉시연금의 약관 내용이 조금씩 차이가 나기 때문에 법리적 판단에서 다른 결론이 나올 수도 있다.

즉시연금을 놓고 벌어질 소송이 형식적으로는 '보험사와 민원인의 소송'이지만 소송을 지원하는 금감원의 대리전 성격을 띠면서 법정 공방은 한치의 물러섬이 없이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으로서는 즉시연금 소송에 기관의 자존심이 걸려 있기도 하다.

윤석헌 금감원장이 "즉시연금관련 모든 가입자를 일괄 구제하라"는 강력한 카드를 꺼내들었다가 이례적으로 생명보험사에게 분쟁 조정안 자체부터 거부 당하고 소송까지 맞았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보험회사들이 국내 대형 로펌들을 변호인단으로 꾸려 즉시연금 관련 소송에 강력 대응에 나선 만큼 결론까지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며 "윤석헌 금감원장도 보험사 검사에 나서겠다고 강한 압박을 준비하고 있어 금감원과 보험사의 갈등이 쉽게 해결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