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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창규의 KT 1년, 삼성DNA 잘 작동하나

오대석 기자 ods@businesspost.co.kr 2015-01-30 16:3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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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창규의 KT 1년, 삼성DNA 잘 작동하나  
▲ 황창규 KT 회장이 2014년 5월 취임 뒤 첫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황창규 KT 회장은 취임 1년 동안 공기업 같은 KT의 조직을 얼마나 바꿔놓았을까?

황 회장은 지난 1월 취임 후 KT의 기업문화를 강하게 비판하며 혁신에 나설 것을 예고했다.

황 회장은 지난 3월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우리의 태도와 일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어야 한다”며 “문제를 알면서도 관행이라며 내버려 두는 태도, 보여주기식 업무추진, 임시방편과 부서 이기주의로 인해 고객은 뒷전으로 밀려났다”고 지적했다.

이는 KT에 남아 있는 공기업 시절의 보신주의를 바꾸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황 회장은 대신 KT에 1등 DNA를 심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전에 몸담았던 삼성전자의 조직문화를 KT에 이식해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려 했다.

황 회장은 삼성 스타일로 싱크탱크조직과 비서실을 정비했다. 임원부터 일반 사원까지 성과주의를 도입해 신상필벌도 강화했다.

황 회장은 또 직원들과 소통을 강화해 하나의 목표를 놓고 일사불란한 KT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그러나 이런 과정에서 직원들과 충분한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 삼성 방식의 조직 신설

황 회장은 지난 1월 취임 직후 싱크탱크 조직으로 미래융합전략실을 신설했다.

황 회장은 삼성그룹의 미래전략실을 본떠 이 조직을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미래융합전략실은 지난해 5월 황 회장이 제시한 회사의 비전 ‘기가토피아’의 개념을 구체화해 내놓았다. 기가토피아는 현재보다 10배 빠른 속도로 연결된 세상을 의미한다.

황 회장은 지난해 12월에 이 부서를 미래전략사업추진실로 확대하며 이 조직에 더욱 힘을 실었다.

황 회장은 지난해 12월 회장 직속 비서실을 1, 2, 3팀으로 개편했다. 이 또한 삼성그룹의 미래전략실 조직형태와 유사하다.

황 회장은 1팀에 KT, 2팀에 KT의 자회사를 맡겼다. 3팀은 삼성전자 미래전략실 커뮤니케이션팀과 같이 홍보를 맡는다.

이는 삼성 미래전략실 1팀이 그룹 핵심인 전자계열사를 맡고 2팀이 이외 계열사를 담당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황 회장은 비서실 팀장 3명 가운데 2명을 삼성그룹 출신 인사로 앉혔다.

2팀장이 된 김인회 전무는 삼성전자와 삼성코닝, 삼성중공업 등을 두루 거친 ‘삼성맨’이다. 3팀장인 윤종진 KT렌탈 전무도 삼성전자와 SK텔레콤을 거쳤다.

  황창규의 KT 1년, 삼성DNA 잘 작동하나  
▲ 황창규 KT 회장이 2014년 4월 '2014년 계열사 1등 전략회의'에서 모두발언 하고 있다.

◆ 성과주의 강화

황 회장은 지난해 6월 직급제를 부활했다. 직급제는 사원 대리 과장 차장 부장 등으로 직급과 임금을 나눈 제도다.

이에 앞서 이석채 전 KT 회장은 2009년 직급제를 없앴다. 일반 직원들의 호칭은 팀장을 제외하면 모두 매니저로 통일됐다.

그러나 황창규 회장은 취임 뒤 “위아래 없이 매니저가 뭐냐”라며 반감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들은 황 회장이 직급제로 되돌려 삼성전자와 같이 신상필벌에 기반한 성과주의 원칙을 세우려는 것으로 봤다.

성과에 따라 직급과 급여를 높여 사기를 진작하고 경쟁을 도입하기 위해 직급제를 실시했다는 것이다.

이런 성과주의 원칙은 임원 인사정책에서도 나타났다.

황 회장은 지난해 2월 전체 상무보급 이상 임원회의를 열어 성과위주의 경영을 강조하며 6개월마다 재평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또 모든 계열사 사장들의 임기를 1년으로 줄였다. 이는 1년 동안 성과를 보고 재신임을 결정하겠다는 뜻이었다.

통신업계의 한 관계자는 “황 회장이 성과에 대해 확실히 보상하고 대신 강한 책임을 묻는 삼성그룹의 인사스타일을 KT에 적용해 왔다”고 말했다.

◆ 소통강화로 비전공유, 일사불란한 KT

황 회장은 취임 이후 지속적으로 소통을 강화해 회사의 비전을 전파하는 데 주력했다. 황 회장은 이를 통해 삼성전자와 같이 일사불란한 KT를 만들려고 한다.

황 회장은 취임 이후 사내방송 KBN에 대한 지원을 늘리기로 약속했다. 황 회장은 직접 방송내용까지 챙길 정도로 사내방송에 열의를 보이고 있다. 최근 방송인력도 5명에서 7명으로 늘렸다.

황 회장은 아침방송 의무시청 대상 부서를 영업 관련 특정부서에서 모든 부서로 확대했다. 의무시청 횟수도 주 2회에서 3회로 늘렸다.

KT의 사내방송은 주로 CEO의 경영방침, 회사의 비전과 관련된 내용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도 황 회장은 수차례 전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소통을 강화하고 있다. 황 회장의 이메일에 경영방침과 관련한 설명, 칭찬과 질책 등이 담겨 있다.

◆ 공감대 부족은 옥의 티

그러나 황 회장이 조직문화를 바꾸는 과정에서 직원들과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다.

KT는 지난 1년 동안 주말근무가 부활하고 인사고과도 4단계에서 5단계로 세분화했다.

사내방송 시청이 확대되면서 아침 출근시간도 사실상 기존 9시에서 8시20분으로 앞당겨졌다. 그러나 KT는 업무 시작시간을 9시로 간주하고 있다.

일부 직원들은 “한 시간 일찍 출근하게 됐는데 추가수당을 지급하지 않으려고 업무시간을 9시로 간주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의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

또 직급제 부활로 수평적 기업문화를 지향해 온 KT가 다시 수직적 조직으로 변하면 창의성이 오히려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삼성그룹의 경우 최근 일사불란한 군대식 문화에서 창의성을 강조하는 쪽으로 바꾸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런 점을 놓고 황 회장이 ‘어제의 삼성그룹’ 경험에 너무 빠져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공기업 시절부터 내려온 안일한 기업문화를 혁신하는 것은 긍정적”이라며 “그러나 직원복지나 보상 등 이와 관련한 대책이 부족하고 창의성보다 상명하복 형태의 조직문화를 만들고 있다는 불만도 직원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오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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