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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교 강영중 회장의 성과와 한계

이규연 기자 nuevacarta@businesspost.co.kr 2014-03-21 19:3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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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교 강영중 회장의 성과와 한계  
▲ 지난해 12월12일 서울 관악구 대교타워 아이레벨홀에서 '21회 눈높이 아동문학대전 시상식'이 열린 가운데 강영중 대교 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

강영중 대교 회장이 지난 18일 자사주를 사들였다. 이달에 벌써 다섯 번째다. 대교 주식이 내리 하한가를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교 관계자는 “대교가 성장할 것이란 강 회장의 확신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갈수록 아이들은 줄어들고 교육시장의 성장이 한계에 도달했다는 평가가 주가로 나타난 것으로 분석된다.

국내 학습지 시장은 약 3조원 정도로 추산된다. 이 시장에 대교 교원 웅진이 버티고 있다. 이 3곳이 70%를 점유하고 있다. 그래서 말 좋아하는 사람들은 강영중 회장, 장평순 회장 윤석금 회장을 ‘교육시장 3웅(雄)’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장평순 회장의 교원그룹과 윤석금 회장의 웅진그룹은 사업 다각화를 통해 이미 학습지 기업이라고 부르기 어렵게 됐지만 강영중 회장의 대교는 학습지 외에 별다른 사업은 재미를 보지 못해 여전히 학습지 회사로 남아있다. 교원그룹과 웅진그룹은 이미 매출 1조원 규모를 넘어섰다. 그러나 대교는 지난해 매출 7742억원과 영업이익 494억원 수준에 그치고 있다.

강 회장은 장 회장이나 윤 회장과 살아온 내력이 다르다. 장 회장과 윤 회장이 모두 영업 출신으로 영업의 달인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방문판매로 교육기업을 일궈냈다면 강 회장은 ‘눈높이 교육’과 ‘눈높이 선생님’이라는 브랜드를 만들어 ‘교육’으로 기업을 성장시켜 냈다.

대교의 시작은 과외형 수학학원 ‘한국공문수학연구회’다. 강 회장이 1976년 직접 일본 학습지인 구몬수학을 들여와 세웠다. 1980년대 들어 ‘과외 금지령’이 내리면서 암초를 만났다. 강 회장은 언론과 인터뷰에서 “전전긍긍하다가 학생들이 과외방에 오지 못한다면 내가 찾아가면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렇게 해서 나온 것이 방문 학습지다. 눈높이 선생이 집에 찾아가 학습지를 배달하며 학습을 점검하는 이른바 ‘방문형 과외’를 만들어낸 것이다.

눈높이 학습지는 지금의 대교를 키운 원동력이다. 눈높이 50만명 남짓한 회원으로 시작했지만 외환위기가 터지면서 급성장했다. 경제가 어려워지자 학부모들이 학원보다 저가형 방문 학습지를 찾은 것이다. 1999년 200만명을 넘긴 회원 수는 2004년 240만명으로 정점을 찍었다. 지난해 기준으로 눈높이 학습지는 여전히 대교 매출의 80%가량을 차지하며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강 회장에게 ‘교육의 대교’라는 자부심이 있다. 강 회장이 외환위기 때 경영을 잠시 송자 전 연세대 총장에게 맡긴 것도 이런 자부심과 무관하지 않다. 교육회사이기 때문에 대학 총장 출신을 영입한 것이다.

하지만 이런 자부심 뒤편에 장 회장과 윤 회장에 대한 라이벌 의식이 숨어있다. 두 회장이 사업 다각화를 통해 그룹으로 회사를 키워가는 것을 그냥 지켜만 보지 못한다. 교육사업을 중심으로 여러 사업에 손을 댔고 뜻밖에도 해양심층수 개발에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별다른 성과를 만들어 내지 못했다. 어쩌면 강 회장이 '장사꾼'이 아니라 '교육자'라고 스스로를 보기 때문에 성과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장 회장도 대교의 규모를 키우는 데 이리저리 나섰다. 처음 시도한 것은 교육의 해외진출이었다. 지난 1991년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 현지 법인인 대교아메리카를 설립했다. 2003년엔 뉴저지를 중심으로 대교USA를 만들었다. 이외에도 해외 브랜드 ‘아이레벨’을 앞세워 중국과 홍콩 등 중화권 시장과 캐나다·뉴질랜드·영국·호주 등 다양한 지역에서 사업을 전개했다. 하지만 그 성과는 여전히 미미하다.

또 온라인 교육에도 진출을 시도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했다. 페르마로 유명한 수학 학원 프랜차이즈를 인수했지만, 그 또한 사실상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요즘은 자기주도학습 시스템을 걸고 만든 ‘눈높이러닝센터’에 집중하고 있다. 러닝센터에 학생이 찾아와 학습지를 풀고 교사의 지도를 받는 서비스다. 2012년 말을 기준으로 보면 국내외를 통털어 대교 자회사 가운데 이익을 낸 곳은 단 하나도 없는 실정이다.

강 회장의 사업은 정체상태다. 240만명까지 올라갔던 눈높이 학습지 회원 수는 176만명 수준으로 떨어졌다. 2004년 8393억원을 찍으며 1조원을 곧 바라볼 것 같던 매출도 7000억~8000억원에서 맴돌고 있다. 2006년 창사 30주년을 맞아 “2010년까지 매출 3조원을 거두겠다”고 다짐했지만 그 꿈은 온데간데 없다.

강 회장은 사회 활동도 열심히 하고 있다. 강 회장은 “교육기업으로서 사회공헌 활동은 매우 중요하다”는 소신을 품고 있다. 대교 임직원들이 세계청소년문화재단과 합작해 기초교육 시설를 만들어 저개발 국가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하는 활동이 대표적이다. 이밖에도 자폐아 및 조손가정·다문화가정·보육원 아이들에게도 한글 무료학습을 진행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친다.

강 회장에게 아킬레스건은 학습지 교사들의 낮은 처우다. 대교는 대졸 여성들을 학습지 교사로 채용해 저임금을 주고 이들에게 많은 학생을 관리하도록 해 성장했다는 비난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

강 회장은 세계배드민턴연맹 총재직을 지난해 내려놓았다 2005년부터 맡아온 총재직이다. 강 회장은 당시 한 인터뷰에서 “미국의 카터 전 대통령처럼 원래 자리였던 교육자이자 기업인으로 열심히 살아가겠다”고 밝혔다.

강 회장은 스스로의 정체성을 교육자로 정의한 셈이다. 그가 만든 대교도 그 틀 안에서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그게 한계일 수도 있지만 오히려 강점일 수도 있다. 대교는 여전히 튼튼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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