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이 미국에서 바이오시밀러 램시마 판매를 꾸준히 늘리고 있지만 오리지널 의약품 수요를 대체해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데는 고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사보험 체계와 경쟁사의 로비 때문으로 분석되는데 최근 미국 트럼프 정부의 바이오시밀러 우대정책이 변화의 계기가 될 수도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셀트리온의 바이오시밀러 램시마의 매 분기별 미국 매출이 급증함에도 미국시장 점유율이 소폭 오르는 데 그치면서 미국 오리지널 의약품을 잠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램시마는 존슨앤존슨의 자회사인 얀센이 개발한 항체 바이오의약품 ‘레미케이드’의 바이오시밀러다.
셀트리온은 2016년 4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램시마 판매 허가를 받았고 2016년 말부터 화이자를 통해 ‘인플렉트라’라는 이름으로 현지 판매에 들어갔다.
램시마의 미국 판매량은 꾸준히 늘고 있다.
2016년 4분기 400만 달러를 시작으로 2017년 1분기에 1700만 달러, 2분기에 2300만 달러, 3분기에 3400만 달러, 4분기에 4400만 달러, 올해 1분기에 5500만 달러를 보였고 올해 2분기에는 6300만 달러로 늘어났다.
셀트리온 램시마의 미국시장 점유율은 매출 기준으로 2016년 4분기 0.3%, 2017년 1분기 1.4%, 2분기 2.1%, 3분기 2.7%, 4분기 3.9%, 올해 1분기 5.7%를 나타냈고 올해 2분기에는 6.7%까지 상승했다.
그러나 이 수치를 놓고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셀트리온은 램시마가 오리지널 의약품시장을 효과적으로 잠식하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다.
유럽과 비교하면 미국시장에서 램시마의 판매 성장 속도가 기대치를 밑돌기 때문이다.
유럽에서 셀트리온 램시마는 2013년 출시 이후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늘렸고 지난해 4분기에는 시장 점유율 52%를 보이며 오리지널 의약품인 레미케이드의 매출을 넘어섰다.
셀트리온의 두 번째 바이오시밀러인 트룩시마도 지난해 4월 유럽에서 출시됐는데 올해 1분기에 유럽시장 점유율이 20%를 넘어섰다. 영국에서는 시장 점유율 80%, 독일에서는 45%를 달성하기도 했다.
존슨앤존슨 레미케이드는 미국시장에서 유럽보다 상대적으로 공고한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존슨앤존슨은 7월 중순 2분기 실적 발표에서 “2분기 미국 레미케이드 매출은 가격 하락으로 14% 줄었지만 레미케이드는 미국에서 약 94%의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존슨앤존슨은 올해 하반기와 내년 전망과 관련해서도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레미케이드의 미국시장 점유율이 크게 떨어지지 않고 존슨앤존슨도 낙관적 전망을 내놓았던 배경에는 사보험 위주인 미국 의료체계가 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미국은 공공의료보험이 아닌 민간의료보험이 70%를 차지하고 있어 가격 경쟁보다는 보험사들과 병의원에 지급하는 리베이트나 영업력이 의약품 판매에 큰 영향을 끼친다.
레미케이드 매출이 급감한 이유도 판매량 감소보다는 바이오시밀러를 견제하기 위해 존슨앤존슨이 할인과 리베이트를 늘렸기 때문이다.
존슨앤존슨은 미국 보험사들에게 바이오시밀러를 처방에서 배제하겠다는 계약을 하면 레미케이드 가격을 할인해 주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리베이트를 중단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이 때문에 화이자가 지난해 존슨앤존슨을 미국 법원에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고소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미국 최대 드럭스토어인 월그린과 종합유통업체 크로거도 미국 펜실베니아 동부지방법원에 존슨앤존슨과 얀센을 상대로 레미케이드 관련 독점 금지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도 존슨앤존슨과 얀센이 레미케이드와 다른 의약품들을 묶어서 할인해주는 대신 보험목록에 바이오시밀러가 등록되지 못하도록 보험사와 계약해 소비자 선택권을 방해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셀트리온 램시마가 미국에서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려면 존슨앤존슨과 얀센 등의 이런 방해를 반드시 넘어야 할 것으로 업계는 바라본다.
특히 최근 미국 트럼프 정부가 바이오시밀러 우대정책을 내놓으면서 램시마의 오리지널 시장 침투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스캇 고트리브 미국 식품의약국 국장은 7월19일 바이오시밀러 강화정책(BAP)을 발표하면서 공정한 시장 경쟁 장려를 주요 사안으로 꼽았다.
고트리브 국장은 “제약사들이 소송이나 리베이트를 동원해 바이오시밀러 침투를 막고 있다”며 “연방거래위원회(FTC)와 함께 보험사들과 오리지널 제약사 사이의 불법적 거래 등 시장의 질서를 거스르는 것을 막을 것”이라고 말했다.
크레디트스위스는 미국 식품의약국의 바이오시밀러 강화정책 발표를 놓고 “레미케이드 관련 계약에 대한 조사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램시마의 미국 판매대행사인 화이자 역시 2분기 실적발표에서 “미국 정부가 약값 인하에 집중하면서 리베이트가 없는 환경으로 변화할 것”이라며 “바이오시밀러에 우호적 환경이 조성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셀트리온이 미국 법원에서 얀센과 벌였던 바이오시밀러 램시마 관련 마지막 특허 소송인 ‘배지 소송’에서 이긴 것도 호재다.
셀트리온은 “이번 판결로 미국에서 램시마와 관련해 남아있던 모든 특허 소송 문제가 해소됐다”며 “램시마의 판매가 본격 확대될 것”이라고 밝혔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승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