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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공을 다시 넘겨받았다

김현정 기자 hyunjung@businesspost.co.kr 2018-07-12 19: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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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 처리와 관련해 금융감독원의 조치안 수정을 재차 요구함에 따라 공은 다시 금감원으로 넘어왔다.

금융당국 사이의 미묘한 갈등기류가 계속되면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판단은 현재진행형으로 남게 됐다.   
금감원,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공을 다시 넘겨받았다
▲ 김용범 증권선물위원장 겸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 관련 증권선물위원회 긴급 브리핑을 열고 의결 내용을 밝히고 있다.<연합뉴스>


증권선물위원장인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12일 삼성바이오로직스 의결 내용을 발표한 뒤 기자들과 만나 "금감원이 조치안 수정을 놓고 난색을 표명하는 상태"라며 "금감원 뜻에 변화가 없는 상태로는 조치를 내릴 수 없으며 교착 상태가 지속되는 것이 오히려 시장 혼란을 커지게 한다고 봤다"고 말했다.

증권선물위는 우선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공시 누락에 '고의성'을 인정했다. 담당임원 해임 권고와 감사인 지정, 검찰 고발 등 강력한 제재도 의결했다.

이 부분은 금감원도 '고의적' 공시 누락을 입증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기 때문에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증권선물위는 가장 핵심적 사안인 2015년 회계 처리 변경을 두고는 판단을 유보했다. 

증권선물위는 "핵심적 혐의에 관해 금감원의 조치안은 행정처분의 명확성과 구체성 측면에서 미흡했다"며 "증권선물위에서 행정처분을 내리기 위해서는 대상이 되는 위법행위의 내용이 명확하게 특정돼야 하며 그렇지 않은 행정처분은 위법한 것"이라고 밝혀 판단 유보의 근거를 제시했다. 

최근 증권선물위와 금감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안을 놓고 의견 충돌을 보였다. 

증권선물위는 6월21일 금감원에 2012년부터 2014년까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 처리 적정성을 판단해 조치안에 추가해줄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금감원은 조치안을 수정하는 것이 결국 중요한 논지를 흐릴 수 있다며 수정을 거부한 채 7월4일 회의에 들어갔다. 

윤석헌 금감원장까지 공식석상에서 “금감원이 집중하고 있는 2015년 이슈가 흔들릴 가능성이 있어 일단 원안에 집중해 심의해달라고 부탁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하면서 뜻을 분명히 했다. 

여기에 증권선물위가 재차 조치안의 수정을 요구함에 따라 갈등이 깊어지는 양상으로 흐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증권선물위는 “회계처리 변경에 대한 최종 조치는 금감원의 감리 결과가 증권선물위에 보고된 뒤 결정될 것”이라며 “위법행위의 동기를 판단할 때에는 조치 원안을 심의할 때와 마찬가지로 2015년 전후 사실관계가 중요하게 고려될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선물위는 회계감리에 관한 결정 권한을 쥔 의결기구다. 금감원은 증권선물위로부터 감리 진행과 조치안 작성 등 권한을 위탁받은 기구다. 

김 부위원장이 "재감리 지시는 증권선물위의 엄중한 명령"이라고 강조한 것도 이러한 조직관계를 명확히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증권선물위가 금감원에 2012년부터 2014년까지 회계처리에 대한 판단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는 만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징계 수위가 낮아질 가능성이 다시 떠오를 수도 있다는 말도 나온다. 

증권선물위가 처음 금감원에 조치안을 보완해달라는 뜻을 전했을 때 증권선물위가 각 연도별로 행정처분을 내릴 수 있도록 금감원에 타당한 근거를 주문한 것으로 풀이됐다. 

금감원이 조치안을 수정하면 증권선물위가 2012년부터 2014년까지 회계 처리의 시시비비를 놓고 결론을 낼 수 있게 되면서 금감원이 주장하는 ‘2015년도 회계 처리의 고의성’은 묻히게 될 여지가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증권선물위가 짊어질 최종 의결기구로서의 부담을 감안했을 때 분식회계의 판단을 유보한 것은 최소한의 방어 조치라는 말이 나온다. 

지금까지 증권선물위에서 진행된 회의 흐름을 살펴봤을 때 금감원이 조치안을 수정하지 않는다면 삼성바이오로직스가 크게 반발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처리 변경에 ‘고의적 분식회계’가 인정된다면 그 뒤에 따를 파장은 엄청나다. 

이날 삼성바이오로직스에 ‘공시 누락의 고의성’이 인정되면서 강력한 제재가 뒤따르며 한 차례 폭풍우가 몰아쳤는데 ‘회계 처리 변경의 고의성’마저 인정된다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상장 폐지 위기로 몰릴 수 있다.

회계 처리기준 위반 대상이 재무제표상 숫자가 아닌 주석이라면 상장 실질심사 대상에 해당하지 않아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상장 실질심사를 당장은 피하게 됐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분식회계를 했다는 결론이 났다면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과정으로 검찰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이 높았지만 일단 큰 불은 피한 셈이다. [비즈니스포스트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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