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서울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을 한국경제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주요 요인으로 꼽았다.
이 총재는 12일 서울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 방향 기자간담회에서 “주요국 사이의 무역분쟁이 처음에는 크게 확산되지 않을 것으로 봤는데 날로 확대되고 있다”며 “무역분쟁이 본격화되면 국내 수출에 끼칠 영향은 적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9%로 하향조정한 배경으로도 글로벌 무역분쟁을 꼽았다.
이 총재는 “성장과 물가의 흐름이 4월에 봤던 경로와 크게 다르지 않다”며 “그러나 경로상의 불확실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졌고 가장 대표적 요인이 바로 글로벌 무역분쟁”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금리가 한국의 금리보다 높은 금리 역전에 이어 그 격차가 점차 벌어지더라도 국내에서 외국인의 대규모 자본 유출은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봤다.
이 총재는 “한국과 미국의 금리가 역전되고 그 폭이 확대됐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채권자금 중심으로 외국인 증권자금은 순유입되고 있다”며 “이는 한국의 기초경제여건이 건실한 점을 외국인 투자자들이 인식하고 있기 때문으로 아직은 대규모로 자금 유출이 일어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물론 최근 국제금융시장이 대단히 불확실한 만큼 자금 유출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며 "금리 역전폭이 확대되는 상황은 눈여겨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이 총재와 일문일답 내용이다.
- 하반기 경기가 저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물가상승률도 예상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이는데 통화정책 방향을 어떻게 잡을 것인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9%로 소폭 낮췄지만 여전히 잠재성장률 수준의 성장세는 이어갈 것으로 본다. 물가도 지금은 낮은 수준이지만 4분기쯤 되면 목표 수준에 근접할 것으로 예상한다.
성장과 물가의 흐름이 4월에 본 경로와 크게 다르지는 않다. 그렇지만 그 경로상의 불확실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진게 사실이고 가장 대표적 요인이 바로 글로벌 무역분쟁이다. 이런 불확실성 요인이 어떻게 전개되는지를 살피면서 통화정책을 운용해 나가겠다.“
-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이 국내 경제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보는가.
“주요국 사이의 무역분쟁이 처음에는 그렇게까지 확산되지 않을 것으로 봤지만 날로 확대되고 있고 방향성도 가늠하기가 대단히 어렵다.
일각에서는 무역분쟁의 배경에 정치적 이유도 깔려있기 때문에 결국 전면전으로 가지 않고 적정선에서 타협할 것이라는 희망적 낙관론도 있지만 이를 가늠하기 어렵기 때문에 우리 경제에 과연 어느 정도 영향을 줄 것인지를 말하기는 어렵다.
만약에 무역분쟁과 관련된 조치들이 실제 시행에 옮겨진다면 우리 경제와 수출에 미칠 영향은 적지 않다는 경계감은 지니고 있다.“
- 신규 취업자 수가 몇 만 명 이상이면 고용 부진에서 벗어났다고 보는가.
“과거 수년 동안 취업자 수 증가폭을 보면 한해 30만 명 내외였다. 올해 상반기에는 취업자 수 증가폭이 10만명 대에 그쳤다.
인구구조의 변화, 자본집약적 산업 중심의 경제성장 주도, 서비스산업의 생산성 향상 속도 등을 감안해 보면 기존과 같은 30만 명 내외의 취업자 수 증가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이런 구조 변화를 같이 봐야하기 때문에 몇 만 명이라는 하나의 수치로 판단하긴 어렵고 자연실업률이나 고용의 질, 여러가지 지표를 놓고 같이 판단해야 한다.“
- 원/달러 환율이 장중에 1130원을 넘는 등 원화가치가 약세를 보이고 있다. 주식시장에서도 외국인의 자금유출 가능성도 제기되는데 어떻게 판단하고 있나.
“최근 외국인 주식투자자금이 유출되고 있는데 그 원인은 국내 요인보다 미-중 무역분쟁 확대 우려에 따른 글로벌 위험회피심리가 높아졌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금은 환율뿐 아니라 경제 펀더멘털과 기업의 실적 전망을 중요한 잣대로 삼고 있다. 한국경제의 대외건전성이 양호하고 국내 기업의 실적 전망도 양호하다고 보고 있기 때문에 주식자금이 대규모로 유출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본다.
다만 미-중 무역분쟁이 앞으로 글로벌 무역분쟁으로 확산되느냐의 여부가 중요하기 때문에 앞으로 추이를 면밀히 지켜보겠다.“
- 금통위에서 금리 인상 소수의견이 나왔다. 하반기 경제전망이 여전히 낙관적이라고 본 것인지 통화정책 차원에서 금리 인상 신호를 준 것인지?
“금통위의 결정은 현 수준(연 1.50%) 유지다. 금통위원 한 분이 소수의견을 냈는데 이것이 금통위의 공식적 금리 인상 신호로 받아들이는건 무리라고 생각한다. 의사록에서 나중에 확인해달라.”
- 최근 우리 원화가 중국 위안화와 연동 정도가 너무 심해졌다. 절하폭이 상당부분 위안화와 똑같은 방향을 보이는데 무역분쟁 당사국과 통화가치 절하폭이 같다는 것은 문제라고 보인다.
“4월부터 미국 달러화 강세에 따라 신흥국 통화가 약세를 보였지만 원화는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 등으로 한동안 상대적 강세를 보였다. 그러다가 북미회담이 끝나고 무역분쟁이 확대되면서 단기간에 원화가 빠르게 약세를 보였다.
4월 이후의 원화 흐름을 본다면 위안화 약세에 비춰볼 때 과도하다고 볼 수는 없다.“
- 원화 가치가 한국 경제의 기초체력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고 보나.
“외국인의 주식자금은 나가지만 채권자금은 들어오면서 전체적으로는 외국인 증권자금은 유입되고 있다. 또 양호한 외화 유동성을 고려한다면 최근의 원화 약세가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을 반영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만 최근 워낙 국제금융시장의 변동성 높고 금융외환시장에 미칠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앞으로도 환율도 가격 변수의 변동성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그럴 때 쏠림현상이 발생하는지 등도 유의해서 시장상황을 면밀히 살피겠다.“
- 일자리정책에 통화정책 방향도 영향을 미친다고 본다. 완화적 통화정책으로 일자리를 늘릴 수 있다고 생각하나.
“이론적으로 보면 통화정책을 완화적으로 유지하면 성장을 촉진해서 고용을 늘리는 효과가 있다. 그래서 수년 동안 통화정책을 완화적으로 유지해왔고 지금 기조도 성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완화적 수준이라고 판단한다.
그러나 최근 고용상황을 보면 부진의 원인이 일부 업종의 경기 부진이라든가 서비스업종의 고용 부진도 있지만 그에 못지않게 구조적 요인이 자리잡고 있다. 고용상황의 개선은 이런 구조적 요인의 개선 노력이 반드시 뒤따라야 도모할 수 있다.“
- 미국이 정책금리를 올해 추가로 두 번 더 올리면 한국과 금리차가 1%포인트까지 커진다. 내외 금리 차이가 자본 유출에서 그리 큰 요인은 아니라고 하지만 걱정거리다.
“한국과 미국의 금리가 역전되고 그 폭이 확대됐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채권자금 중심으로 외국인 증권자금은 순유입되고 있다. 이는 한국의 기초 경제여건이 건실한 점을 외국인 투자자들이 인식하고 있는 걸로 해석해도 무방하다 본다. 아직은 대규모로 자금 유출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물론 최근 국제금융시장이 대단히 불확실한 만큼 자금 유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변동성이 큰 상황에서 금리 역전폭이 확대되는 상황은 눈여겨 보고 있다.“
- 최근 가계부채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지만 전세자금대출과 개인사업자대출 등은 늘어나고 있고 연체율도 높다. 가계부채 전반을 어떻게 평가하나.
“최근 통계를 보면 신용대출 증가세도 조금 둔화됐고 앞으로도 DSR(총체적상환능력비율) 등 규제조치가 본격적으로 시행되고 앞으로 대출금리가 오름세를 보일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가계대출의 증가세는 점차 둔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가계대출은 최근 2~3년 동안 두 자리수로 늘어났다. 올해 증가세가 꺾이긴 했지만 7% 내외 증가율을 보이며 소득 증가율을 웃도는 증가세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에 가계부채 문제는 계속 시간을 두고 옥죄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본다.“
- 물가가 4분기에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런데 최근의 유가 상승과 현재 물가 수준을 감안한다면 수요측의 물가 상승 압력이 있을 수 있나.
“물가 목표제는 전체 소비자물가를 목표로 삼고 있지만 통화정책을 운용할 때는 여러가지 물가지표를 본다. 수요 측면에서의 물가압력을 보려면 근원물가상승률을 봐야한다.
물가를 분해해서 보면 지금 유가도 오르고 환율도 오르고 있지만 물가수준이 1%대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는 주요 요인은 공공서비스 요금 인상억제다. 이 규제물가 요인을 빼고 보면 전혀 다른 물가 움직임이 나온다.
여러가지를 분석해보면 지금은 수요측 물가 상승 압력 크지 않은 건 사실이지만 앞으로는 그쪽에서의 물가 상승 압력도 점차 높아질 것으로 본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