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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비킴 사건으로 본 대한항공 마일리지의 불편한 진실

김수정 기자 hallow21@businesspost.co.kr 2015-01-16 18:4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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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비킴 사건으로 본 대한항공 마일리지의 불편한 진실  
▲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과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스웨덴 아웃도어 브랜드 피엘라벤은 지난해 말 독일의 한 동물복지 운동단체 포포스가 선정한 ‘윤리적 다운 브랜드 1위’로 선정됐다.

이 단체는 동물을 학대하지 않고 윤리적 다운 제품을 생산하는 업체를 가리는 캠페인을 전개해 왔다. 제품 이면에 기업이 추구하는 가치에 대해서 평가하고 합리적 소비를 유도하는 ‘윤리적’ 소비자의 확산을 위한 것이다.

포털사이트 다음의 청원게시판에 지난 12일 ‘대한항공에 원하는 6가지 요구사항-대한항공 불매운동’이란 글이 게재됐다.

이 글은 대한항공의 갑 횡포가 도가 넘었다며 진실된 사과와 회사이름 변경, 박창진 사무장에 대한 해명, 현장 승무원 재수사, 조현민 전무의 임원직 퇴진, 대한항공의 자정 등 6가지를 청원했다. 이 청원은 16일까지 수백 명이 서명하며 불매를 동의한다는 의견을 표시했다.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 사건을 계기로 윤리적 소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대한항공은 전횡을 일삼는 오너 일가의 민낯이 온 세상에 공개되면서 질타를 받았다.

대한항공 관련 기사 댓글에 대한항공을 타지 말자는 네티즌들의 의견도 다수 포함돼 있다. 하지만 과연 양대 국적기 가운데 하나인 대한항공을 이용하지 않을 수 있을까?

대한항공이 국적기로서 독점적 지위를 누리는 점도 대한항공 불매운동으로 이어지지 않는 이유 가운데 하나다. 이와 함께 또다른 이유로 항공사들이 대부분 운영하고 있는 마일리지 제도가 꼽힌다.

대한항공의 마일리지 제도는 최근 가수 바비킴의 기내난동 사건으로 새삼 도마 위에 올랐다.

이 사건과 관련해 바비킴에게 탑승권을 잘못 발권한 서비스도 논란의 대상이 됐지만 마일리지를 이용한 승급문제도 지적됐다. 바비킴은 마일리지를 이용해 이코노미 좌석에서 비즈니스 좌석으로 승급을 요구했으나 이를 두 번이나 거절당한 것으로 밝혀졌다.

항공사들은 대부분 마일리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서비스는 소비자가 특정 항공사를 이용한 실적에 따라 항공사가 무료 항공권을 제공하는 제도다. 항공권 구매 외에도 좌석 승급과 공항 라운지 등 편의시설 이용 서비스도 제공한다.

대한항공을 비롯한 항공사들은 은행이나 카드사들과 제휴해 금융거래 실적에 따라 항공 마일리지를 제공하기도 한다. 많은 소비자들이 마일리지를 쌓기 위해 제휴 카드를 이용하고 있다.

하지만 바비킴의 사례에서 드러났듯 마일리지를 쓰는 데 제한이 많다. 대한항공의 경우 마일리지 유효기간은 10년으로 장거리 노선의 경우 보너스 항공권을 구입하려면 약 7만 마일에서 10만 마일 정도가 필요하다.

항공기 전체 좌석 가운데 소비자가 마일리지를 사용해 예약할 수 있는 좌석 수는 5~15% 수준에 그친다. 성수기에 마일리지로 구매할 수 있는 좌석은 아예 없다.

마일리지를 이용한 좌석 승급도 ‘하늘의 별따기’다. 항공사 관계자에 따르면 비즈니스 전체 좌석 가운데 이코노미 승객이 마일리지를 이용해 승급할 수 있는 좌석은 1~2석에 불과하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9월 국정감사에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강동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요구한 마일리지 자료 요청을 거부해 논란을 빚었다.

강 의원은 국감에 앞서 두 항공사에 '2008년 이후 연도별, 항공사별 마일리지 누적현황, 미사용 잔여포인트 현황' 등 '마일리지 적립 및 사용현황' 자료를 요청했다.

그러나 항공사들은 “영업기밀 사항이어서 외부 알려질 경우 영업활동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제출이 어렵다”며 강 의원의 자료 요청을 거부했다.

항공사를 관리감독하는 국토교통부 항공정책과도 이런 이유로 마일리지 제도와 관련한 정확한 실태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강 의원은 당시 “항공정책이나 불공정약관 개선, 소비자 보호정책, 관련 법개정 등에 필요한 자료제출 요청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누적자료조차 공개를 거부하는 것은 항공사의 마일리지제도 자체에 문제가 있거나 약점이 있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대한항공은 경쟁사인 아시아나항공에 비해 적립율도 낮고 이용에 제한도 더 많다.

제휴카드 적립 마일리지만 해도 현대카드의 경우 대한항공은 1500원에 1마일인 반면 아시아나항공은 1천 원에 1마일이다. 삼성카드의 '삼성카드1' 마일리지형의 기본 마일리지 적립에서도 대한항공은 1500원당 1마일, 아시아나항공은 1천 원당 1마일로 차이가 난다.

카드사마다 적립율을 다르게 책정하고 있으나 대한항공의 적립율이 아시아나항공의 적립율보다 높은 카드는 없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보너스항공권 교환과 좌석승급을 위한 마일리지 공제액 기준도 상향조정했다.

마일리지제도에 대한 불만이 제기될 때마다 대한항공 등 항공업계는 “마일리지는 무상의 보너스 프로그램이어서 제한을 둘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시민단체들은 마일리지 제도가 마케팅을 위한 ‘생색내기’일 뿐이라며 여러 차례 개선을 요구해 왔다.

소비자단체의 한 관계자는 “마일리지가 무상 서비스라는 것은 사실이 아니며 법적으로 인정되는 정당한 소비자의 권리”라고 지적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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