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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과 존 첸 블랙베리 최고경영자(오른쪽) |
삼성전자가 블랙베리를 인수한다는 보도가 또 나왔다. 두 업체 모두 ‘사실무근’이라고 밝혀 이번에도 ‘소문’으로 끝났다.
삼성전자가 경영난을 겪는 블랙베리의 인수 대상자로 계속 거론되는 까닭은 기업간거래(B2B) 시장을 노리고 있기 때문이다. 블랙베리가 보유한 보안 관련 특허를 확보해 기업용 모바일시장으로 진출을 노린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삼성전자가 최근 보안솔루션을 비롯한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빠르게 끌어올리고 있어 블랙베리 인수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 외신 “삼성전자가 블랙베리에 8조 베팅”
14일 로이터통신은 삼성전자가 블랙베리와 인수협상중이라는 내용을 단독으로 보도했다.
로이터는 “삼성전자가 기업용 모바일시장을 두고 애플과 벌이는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블랙베리가 보유한 특허를 노리고 있다”며 “양사 경영진이 이미 지난주 만나 인수를 논의했다”고 전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블랙베리에 제시한 인수 금액은 주당 13.35~15.49 달러다. 블랙베리의 최근 주가보다 38~60% 높은 금액이다. 전체 인수금액은 60억 달러에서 최대 75억 달러에 이른다.
블랙베리는 캐나다의 휴대전화 제조업체로 1984년 설립된 리서치인모션(RIM)을 전신으로 한다.
블랙베리는 쿼티(QWERTY) 자판을 탑재한 스마트폰을 앞세워 기업용시장에서 초기 열풍을 불러 일으켰다. 보안이 뛰어나다는 점 때문에 백악관 등 미국 주요 정부기관에서 사용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사용하는 스마트폰으로 유명세를 탔다.
그러나 애플이 아이폰을 출시하며 스마트폰시장에 뛰어들고 삼성전자를 비롯한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제조사들까지 합세하면서 블랙베리의 위상은 급격히 떨어졌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블랙베리의 점유율은 0.5%에 불과하다.
◆ 삼성-블랙베리 “논의한 적 없다”
하지만 삼성전자와 블랙베리는 즉각적으로 인수설이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삼성전자는 “일부 언론에서 제기된 블랙베리 인수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삼성전자의 한 고위 관계자는 “논의한 적도 없는데 어떻게 금액까지 나왔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시장에서 장난을 치려는 것인지 아직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블랙베리도 보도자료를 통해 “삼성전자와 인수에 대해 논의한 적이 없다”며 “소문이나 추측성 보도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며 추가 입장표명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와 블랙베리가 모두 부인하면서 인수 논의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삼성전자가 블랙베리를 인수한다는 설이 제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2년 1월 한 IT전문 블로그는 블랙베리가 경영난을 벗어나기 위해 삼성전자 등 블랙베리에 관심을 보이는 회사들과 접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은 사안”이라며 “소문은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2013년 10월에도 블랙베리가 회사 매각을 위해 삼성전자와 구글 등에 인수 의사를 물어보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그러나 블랙베리가 매각을 전격 취소하고 독자생존으로 선회하면서 인수설은 ‘해프닝’으로 끝났다.
이번 인수설로 뉴욕 증권시장에서 블랙베리 주가는 급격한 롤러코스터 행보를 보였다.
인수설이 전해지자 블랙베리 주가는 전날보다 29.71% 폭등한 12.60달러에 마감했다. 그러나 삼성전자와 블랙베리가 인수설을 모두 부인하자 블랙베리 주가는 시간외 거래에서 종가 대비 14.41% 하락하며 10.78달러까지 떨어졌다.
◆ 블랙베리는 정말 매력적인 매물일까
삼성전자의 블랙베리 인수설이 계속해서 나오는 까닭은 블랙베리가 보유한 우수한 보안기술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기업간거래(B2B) 시장에서 신성장동력을 찾으려고 하는데 블랙베리를 인수할 경우 보다 쉽게 보안성을 강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글로벌 중개업체 BGC 파트너스의 콜린 길리스 애널리스트는 “당신의 회사에서 삼성전자 스마트폰을 얼마나 찾아볼 수 있는가”라며 “블랙베리 인수는 기업용 모바일시장으로 뛰어들려는 삼성전자에 좋은 기회일 것”이라고 말했다.
유의형 동부증권 연구원도“블랙베리의 보안 플랫폼 솔루션은 삼성전자의 보안 플랫폼사업과 시너지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시장의 평가와 달리 블랙베리가 삼성전자에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인수설 때와 달리 지금은 삼성전자의 소프트웨어 경쟁력이 많이 강화돼 블랙베리의 매력도가 떨어진 게 사실”이라며 “최근 독자 운영체제(OS)인 타이젠을 적극적으로 밀고있어 블랙베리까지 떠안을 여력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안 플랫폼사업 부문의 시너지도 크지 않을 것이란 지적도 있다. 삼성전자는 자체 보안 플랫폼 ‘녹스(KNOX)’를 앞세워 기업용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녹스는 미국 국방부로부터 보안 승인을 받는 등 조금씩 성과를 내고 있다.
삼성전자와 블랙베리는 이미 지난해 11월 기업용 모바일 보안 솔루션분야에서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한 상태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가 블랙베리를 인수할 필요가 없다는 말도 나온다.
IT전문매체 리코드는 “삼성전자의 가장 큰 고민은 중국과 인도 등 빠르게 성장하는 신흥시장에서 샤오미 등과 경쟁하는 것”이라며 “블랙베리는 이런 점에서 삼성전자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민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