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에 금융위에서 소비자 보호 관련 업무는 10명 미만의 금융소비자과가 맡아왔지만 20~30명가량으로 꾸려진 소비자보호국으로 확대개편하는 것이다.
소비자보호국은 국회에 올라온 금융 소비자 보호법안과 발맞춰 소비자 보호정책을 마련하고 사전정보 제공부터 상품 판매·이용, 사후구제까지 금융상품 이용단계별로 종합적 소비자 보호방안을 마련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 소비자 보호 실태평가 제도도 주요 업무로 맡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회사의 금융 소비자 보호 평가결과에 따라 소비자 보호에 미흡한 금융회사에 자회사 편입 등 인가심사 과정에서 불이익을 주거나 판매제한 및 일부 영업정지 등 제재를 내리는 제도다.
최 위원장이 문재인 정부가 줄곧 강조하고 있는 소비자 보호 강화를 주도하려는 채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 위원장은 5월9일 문재인 정부 출범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그동안 업권별 조직체계를 유지하는 과정에서 소비자 보호 업무를 적극적으로 추진하지 못한 면이 있다”며 “금융시장 건전성과 관리 위주가 아닌 소비자 보호부문을 적극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금융감독원 아래 있는 금융소비자보호처와 업무가 중복되거나 금감원의 독립성이 제한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금감원은 전체 민원의 63.7%를 차지하는 보험부문 감독·검사 부서를 금융소비자보호처에 배치하고 민원 처리·분쟁 조정 업무를 통합해 금융소비자보호처 안에 있는 ‘분쟁조정국’으로 일원화했다. 서민·중소기업지원실과 불법금융대응단, 보험사기대응단도 금융소비자보호처 아래 뒀다.
시민단체인 금융소비자원은 11일 “정책기관인 금융위가 소비자보호국을 만들면 금감원 업무와 중복돼 소비자 보호 강화 효과는 크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며 “또 금융위는 소비자 보호 제도의 기본방향만 세우고 집행은 금감원이 맡을 가능성이 높아 소비자보호국 신설은 금융위 조직만 확충하는 결과가 될 수도 있다”고 비판했다.
문재인 정부는 6월 지방선거가 지난 뒤 큰 폭의 조직개편을 할 것으로 점쳐지는 가운데 금융감독체계 개편도 함께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문재인 정부는 금융정책과 감독, 소비자 보호 등 세 기능을 각각 분리해 서로 견제하도록 하는 대선 공약을 국정과제로 삼았다.
국회에 발의된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금융위원회의 설치 등에 관한 법률 전부 개정안'을 살펴보면 금융위를 해체한 뒤 금융정책 기능은 기획재정부 등 정부부처로 넘기고 금융 감독 기능은 금융감독위원회를 신설해 금감원 안에 두는 내용이 담겼다.
소비자 보호를 다루는 금융소비자 보호기구는 신설해 독립조직으로 분리한다.
논의 결과에 따라 구체적 윤곽은 달라지겠지만 사실상 금융위의 권한이 크게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금융위의 권한 축소와 금감원의 독립성 강화를 주장해온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등장하면서 금융감독체계 개편 논의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윤 원장은 5월8일 취임사에서 “금감원은 외부의 여러 요구에 흔들리고 내부의 정체성 혼란도 더해져 역할을 독립적으로 수행하는 데에 미흡한 모습을 보였다”며 “금융 감독을 제대로 수행하려면 독립성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가 금감원장 선임과정에서 금융권 개혁을 위해서는 금융관료 출신이 아닌 민간 출신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내보였던 만큼 이를 의식해 최 위원장이 금융개혁의 주체로 부족하지 않다는 점을 적극 보이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최 위원장이 지난해 7월 취임한 뒤 지금까지 대체로 무난했지만 눈에 띄는 큰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평가가 일부에서 나오고 있는 점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금융소비자원은 “금융위의 논리대로라면 모든 중앙부처가 소비자 보호를 위한 조직을 만들어야하는 셈”이라며 “이번 금융위의 조직확대 시도는 외부에서 꾸준히 제기된 금융위 해체 논의에 대비해 살아남기 위한 선제적 대책이라는 의구심이 생긴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