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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구 정의선, 현대글로비스 지분 다시 팔까

조은아 기자 euna@businesspost.co.kr 2015-01-13 18:3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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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몽구 정의선, 현대글로비스 지분 다시 팔까  
▲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현대차그룹 승계의 핵심인 현대글로비스와 현대모비스 주가가 그동안 방향과 전혀 다르게 움직이고 있다. 현대글로비스 주가는 주저앉고 현대모비스 주가는 뛰었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이 보유한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매각하려는 계획이 무산된 탓이다.

두 회사의 이런 주가 움직임은  그동안 유력하게 꼽혔던 경영권 승계 시나리오의 힘을 잃게 만드는 상황으로 내몰고 있다. 경영권 승계와 관련된 패를 모두 공개한 꼴이 됐기 때문이다.

매각이 무산된 근본적 원인으로 현대차그룹의 불통이 지목되면서 매각을 추진한 실무진은 책임론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 경영권 승계 시나리오 모두 어려워져

13일 현대글로비스는 전일보다 4만5천 원 하락하면서 하한가인 25만5천 원에 거래를 마쳤다. 현대글로비스의 시가총액은 하루 만에 1조7천억 원이 날아갔다. 반면 현대모비스는 11.55% 오른 26만5500원에 장을 마감했다.

현대글로비스와 현대모비스 주가의 희비가 크게 엇갈리면서 그동안 시장에서 거론돼 온 유력한 경영권 승계 방안이 모두 어려워졌다.

현대글로비스의 최대주주는 지분 31.9%를 보유한 정의선 부회장이다. 정 부회장이 현대차그룹을 물려받기 위해 어떻게든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활용할 것이란 얘기가 나오면서 다양한 활용방안이 나왔다.

특히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의 합병 가능성과 함께 정의선 부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다른 계열사가 소유하는 현대모비스 지분과 교환할 가능성이 가장 높게 점쳐졌다.

이 두 가지 시나리오에 공통된 전제조건이 있다. 바로 현대글로비스 주가가 오르고 현대모비스 주가가 떨어질수록 유리하다는 것이다.

그동안 현대글로비스와 현대모비스 주가는 모두 정의선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에 유리하게 움직여 왔다.

현대글로비스 주가는 지난해 초 21만 원대에서 전날 30만 원까지 오른 반면 현대모비스는 지난해 32만 원대에서 전날 23만 원대까지 하락했다.

하지만 현대글로비스 지분매각이 불발되면서 현대글로비스와 현대모비스 주가 희비가 크게 엇갈렸다. 앞으로도 당분간 지금과 같은 흐름을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따라서 두 시나리오 모두 추진력을 잃고 말았다.

두 회사의 시가총액 차이가 이전보다 더 벌어지면서 합병도 더욱 어려워졌다. 지주사 역할을 하게 될 합병법인에서 정의선 부회장의 지분율을 높이려면 두 회사의 시가총액이 비슷한 수준이 되는 게 최선이다.

현대글로비스의 지분 가치는 크게 떨어지고 현대모비스 지분 가치는 크게 오르면서 정 부회장이 지분을 매입할 여력도 더욱 낮아졌다.

  정몽구 정의선, 현대글로비스 지분 다시 팔까  
▲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 승계 전략 노출된 현대차그룹, 책임론 일까


현대차그룹은 현대글로비스 주가가 하한선까지 떨어지는 등 주식시장이 크게 요동치자 사태수습에 나섰다.

현대차그룹은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이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일부 매각하더라도 최대주주 자격을 그대로 유지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12일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북미 국제오토쇼에서 기자들과 만나 “(현대글로비스 지분 매각 문제는) 승계보다는 지배구조를 개편하기 위한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고 말했다.

현대차의 한 고위 관계자는 “이번 매각은 공정거래법 취지를 이행하기 위한 조치였을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경영권 승계 시점에 대해서도 "지금은 아니다"라며 선을 긋고 나섰다. 언젠가 해야 될 일이긴 하지만 지금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미 시장의 신뢰를 잃었다는 분위기다.

특히 매각이 무산된 근본원인으로 현대차그룹의 소통 부재가 지목되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주식을 매각하려는 이유를 충분히 설명하지 않은 데다 주식매각 결정이 갑자기 이뤄졌다는 것이다. 실제 매각도 의도를 알지 못해 참여하지 않은 투자자들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매각을 추진한 실무진도 책임론을 피해가기 어려워 보인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1조 원대 이상의 블록딜을 추진하면서 국내 장기 기관투자가나 해외 기관투자가 섭외도 없이 거래를 시도한 것이 실패원인 중 하나”라며 “국내시장 투자가들에 대한 배려없이 해외 단기투자가에 집착하고 이를 외국계 증권사 한 곳에 맡긴 것은 실무진의 실책이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대규모 물량을 매각하면서 별다른 설명없이 기관투자자들에게 넘기려고 했기 때문에 매각이 성사되지 않은 것”이라며 “지난해 한전부지를 10조5천억 원에 낙찰받았을 때와 비슷하다”고 말했다.

이번 매각 무산으로 현대차는 공정거래법상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에서 벗어나기도 어려워졌다.

지난해 시행된 개정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계열사 간 거래물량이 일정 수준을 넘고 오너 일가의 지분이 30% 이상이면 초과분에 대해 과징금이 부과된다.

현대글로비스는 현재 제재 대상이지만 올해 2월 말까지 법안 적용을 유예받은 상태다. 유예기간 만료시한이 다음달로 다가옴에 따라 이달 말까지 지분을 팔거나 몰아주기 물량을 줄여야 한다.

이 때문에 앞으로 정 회장 부자가 할인율을 더 낮추거나, 매각규모를 줄여 현대글로비스 지분 매각을 재개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하지만 지금의 차가운 시장 분위기로 봤을 때 이른 시일 내 매각을 재개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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