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4년 동안 81조 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데 대해 시장은 대체로 긍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현대차 주가는 7일 전날보다 3.34% 오른 17만 원에 장을 마감하며 7거래일 만에 반등에 성공했다. 올해 들어 처음으로 17만 원대를 회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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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
이날 기아차는 1.17%, 현대모비스는 0.66%, 현대위아는 5.14% 오르며 현대차그룹 주가가 동반상승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지난달 9일부터 전날까지 18거래일 동안 현대차를 매도했지만 이날 127억 원을 순매수하며 매수세로 전환했다.
전문가들은 현대차그룹의 대규모 투자계획에 대해 긍정적 평가를 내리고 있다. 특히 연구개발 분야에 대한 투자를 크게 늘려 친환경차나 스마트카 등 미래성장동력을 발굴하기로 한 점을 높이 평가한다.
김형민 KTB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글로벌 판매량 800만 대를 넘어서며 규모에서 글로벌 빅5로 자리잡은 현대차그룹이 미래형 자동차분야에 과감한 투자를 하기로 한 것은 올바른 선택”이라고 평가했다.
최중혁 신한금융투자 수석연구원도 “글로벌 자동차업체들 대부분이 본국에서 핵심기술과 관련된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관세 등 비용절감을 위해 생산은 해외공장 위주로 진행하고 있다”며 “현대차가 국내에서 진행하는 친환경차, 자율주행차 등 미래형 자동차분야에 집중투자를 하겠다는 계획도 같은 맥락”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이번 대규모 투자계획이 주가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이날 현대차 주가가 오른 것은 전일 유가급락 문제로 전체시장이 큰 폭으로 하락한 데 따른 반등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미래에셋증권이 현대차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에 대해 긍정적 전망을 내놓았는데 이날 주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이달 말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발표한다.
박인우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현대차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2조200억 원을 기록하면서 2조 원대로 복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 연구원은 “경쟁심화에 따른 우려와 통상임금 관련 리스크가 남아있어 적어도 1분기까지 현대차 주가는 탄력적이지 못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엔저현상과 환율변동, 러시아 경제위기 등 대외적 악재가 많은 상황에서 이번 투자계획이 주가를 끌어올리기에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2018년까지 4년 동안 생산능력 확대 등 시설투자에 49조1천억 원, 연구개발에 31조6천억 원 등 총 80조7천억 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6일 밝혔다. 역대 최대 규모의 투자계획이다.
이번 대규모 투자가 다른 대기업에게 압박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현대차그룹이 국내 투자액을 크게 늘리면서 다른 기업들도 경제 활성화와 고용창출을 위해 대규모 투자에 나서야 한다는 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다는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이번에 밝힌 투자금액의 75% 이상인 61조2천억 원을 국내에 투입한다. 국내 고용규모도 최소 1만 명 이상일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 정몽구 회장의 통큰 투자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의사결정 과정의 불투명성과 지배구조 문제는 손대지 않은 채 배당확대와 투자확대 등 물량공세로 주주들을 달래려 한다는 것이다.
경제개혁연대는 “최근 현대차그룹 계열사의 주가하락은 단지 시작일 뿐이며, 그룹에 내재한 근본적 지배구조 위험에 대해 현대차그룹 스스로 해결하려는 의지가 없다면 더 큰 위험에 직면할 수 있음을 경고한다”고 논평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