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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센트와 알리바바, 인터넷전문은행 세운 이유

이규연 기자 nuevacarta@businesspost.co.kr 2015-01-07 12:3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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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텐센트와 알리바바, 인터넷전문은행 세운 이유  
▲ 마화텅 텐센트 회장

“위뱅크에 작은 걸음이나 금융개혁에 거대한 발자취가 남을 것이다.” 리커창 중국 총리가 중국 IT기업 텐센트의 인터넷전문은행 ‘위뱅크’ 출범 기념식에서 한 말이다.

텐센트와 같은 글로벌 IT기업이 인터넷전문은행을 만들면서 금융시장에 엄청난 영향을 줄 것이라는 뜻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은 금산분리 규제가 약한 미국과 일본시장에서 이미 보편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중국도 텐센트에 이어 알리바바까지 인터넷전문은행을 만들면서 경쟁이 시작됐다.

◆ 텐센트와 알리바바가 견인하는 중국 인터넷전문은행

중국은 인터넷전문은행의 미래가 가장 밝은 곳으로 평가받는다. 막대한 자기자본과 고객수를 자랑하는 텐센트와 알리바바가 모두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에 나선 것도 이런 전망과 맥을 함께 한다.

텐센트는 5일 중국 최초의 인터넷전문은행 위뱅크를 출범했다. 텐센트는 위뱅크를 통해 소매금융부터 기업금융과 신용카드 서비스까지 다양한 은행 업무를 수행한다. 가입자 8억 명의 온라인메신저 QQ와 6억 명이 사용하는 모바일메신저 위챗을 위뱅크와 연계한다.

구민 위뱅크 이사장은 “위뱅크는 순수한 인터넷전문은행으로 별도의 지점없이 IT기술을 통해 대부분의 업무를 수행한다”고 말했다. 구 이사장은 중국에서 가장 활발하게 인터넷뱅킹 서비스를 제공한 금융지주사 핑안그룹 출신이다.

알리바바도 이르면 올해 3월 인터넷전문은행 왕샹은행을 출범한다. 알리바바는 중국 최대 민영투자회사 포선인터내셔널과 합작해 인터넷전문은행에 진출한다.

  텐센트와 알리바바, 인터넷전문은행 세운 이유  
▲ 마윈 알리바바 회장
알리바바는 전자상거래 자회사 알리페이의 이용자 3억 명을 인터넷전문은행에 끌어들이기로 했다. 모바일투자서비스 위어바오를 통해 모은 100조 원 규모의 펀드와 연계해 시너지를 극대화하려고 한다.

중국 금융당국은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50%를 차지하는 중소기업 대출을 활성화하기 위해 인터넷전문은행을 정책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중국 인터넷전문은행은 대출 1건 당 약 1억7800만 원 미만의 대출을 주력사업으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 은행감독위원회는 지난해 민영은행을 만들기 위해 모두 5개 회사의 시범은행사업을 승인했는데 이 가운데 2곳이 텐센트와 알리바바가 신청한 인터넷전문은행이다.

중국 금융권 관계자는 “중국은 그동안 대형 국영은행이 대기업 대출에만 힘을 쏟아 중소기업은 상대적으로 소외됐다”며 “인터넷전문은행이 중소기업의 자금조달에 도움을 주면서 사업영역을 더욱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인터넷전문은행의 원조 미국

미국은 1995년 10월 최초의 인터넷전문은행인 SFNB가 설립된 나라다. 그뒤 20년 동안 흥망성쇠를 거쳐 지난해 9월 기준으로 약 20곳의 인터넷전문은행이 운영되고 있다. 이 은행들은 영업점을 두지 않고 온라인을 통해서만 고객을 상대한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의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인터넷전문은행은 지난해 9월 기준으로 총자산 664조 원에 전체예금 481조 원을 보유하고 있다. 미국 전체 은행의 총자산 가운데 3.9%, 전체예금 가운데 4.3%를 차지하는 수준이다.

미국 인터넷전문은행은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순이익 약 8조8800억 원을 냈다. 미국 은행 전체가 같은 기간에 올린 누적 순이익의 6.9%를 차지한다. 전체 자산비중을 고려하면 수익성이 상당히 높은 셈이다.

미국은 은행자본과 산업자본의 분리가 법적으로 규정됐으나 제2금융권 회사는 인터넷전문은행을 운영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인터넷 전문은행은 비은행 금융회사의 자회사 형태로 운영된다. 미국 인터넷전문은행 1위 기업인 찰스슈왑도 증권기업의 자회사다.

BMW나 제너럴일렉트릭(GE) 등 대기업도 금융계열사를 통해 인터넷전문은행을 설립했다. 이들 인터넷전문은행은 모기업의 주력사업과 은행 상품을 연계한 서비스를 주로 제공한다. 제너럴모터스(GM) 산하의 인터넷전문은행이 오토론과 자동차 리스를 특화하는 방식이다.

IT기업이 운영하는 인터넷전문은행도 최근 두각을 나타나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 온덱은 지난해 12월 나스닥에 상장해 시가총액 1조6천억 원을 기록했다. 온덱은 IT기업이 설립한 인터넷전문은행으로 소규모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영업을 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미국의 인터넷전문은행은 대부분 모기업이 보유한 장점을 극대화해 수익을 올리고 있다”며 “국내에서도 인터넷 전문은행의 강점을 살리려면 미국 수준의 금산분리 완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 금산분리 완화에 힘입어 성장한 일본

일본은 금산분리를 완화하면서 은행과 합작한 대규모 산업자본이 인터넷전문은행 시장을 빠르게 확대했다. 현재 모두 8개의 인터넷전문은행이 일본시장에서 영업하고 있다. 일본의 인터넷전문은행은 지난해 3월 말 기준으로 총자산이 약 78조6599억 원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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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시카타 키타오 SBI그룹 총괄 회장
일본 금융당국은 2000년 비금융기관이 은행 지분을 20%까지 소유할 수 있도록 은행법을 개정했다. 산업자본이 인터넷전문은행 시장에 진출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목표였다. 그뒤 일본 인터넷전문은행 시장은 연평균 32%의 증가세를 보였다.

SBI스미신넷뱅크는 2007년 설립된 지 5년 만에 총자산 31조1213억 원으로 일본 인터넷전문은행 가운데 1위에 올라 있다. 일본 종합금융지주사 SBI홀딩스가 미쓰이스미토모신탁은행과 공동으로 설립했으며 모회사와 연계한 주택담보대출을 통해 몸집을 불렸다.

다른 인터넷전문은행도 모두 설립된 지 5년 만에 흑자로 전환했다. 대기업 계열사인 소니뱅크의 경우 소니파이낸셜홀딩스가 미쓰이스미토모신탁은행과 JP모건의 손을 잡고 2001년 설립했다. 2013년 말 기준으로 총자산이 약 19조5858억 원에 이른다.

정희수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일본의 사례를 활용해 국내에 인터넷전문은행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일본 금융당국이 2000년 금산분리 규제를 완화하면서 지분제한 상승 외에도 모회사와 인터넷 전문은행이 영업기반을 공유할 수 있도록 정한 부분을 본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일본 금융당국은 인터넷전문은행을 인가할 때 모기업의 대주주가 변경되면 반드시 금융당국에 보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모기업의 경영상태가 악화할 경우 인터넷전문은행이 신용을 공여하거나 대출하는 행위도 제한했다.

정 연구위원은 “일본의 경우 금산분리 규제를 완화하는 대신 모기업에 대한 은행의 독립성을 지키고 대주주의 리스크가 확산되는 것을 막았다”며 “국내에 인터넷전문은행을 도입할 때도 이런 위험을 막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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