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7일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에서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에 서명 후 교환하고 있다. <뉴시스> |
6.15 공동선언과 10.4 공동선언 때 남한과 북한은 경제협력을 약속하고 실제로 많은 사업이 추진됐으나 정권이 바뀐 뒤 모두 중단됐다.
판문점 선언에는 동해선과 경의선 철도와 도로를 연결하고 현대화하는 경제협력방안이 명시됐다. 만약 판문점 선언이 국회 비준을 받으면 흔들림 없는 경제협력 추진이 가능해진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자유한국당의 반대를 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30일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남북관계 발전법이 정한 남북합의 체결 비준 절차를 조속히 밟아달라”고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남북합의서의 국회 비준이 정치적 절차가 아니라 법률적 절차임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21일 준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내용을 제도화해야 한다”며 국회 비준을 준비하도록 지시했다.
더불어민주당도 판문점 선언의 비준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정치적 협의를 넘어 제도화되기 위해서는 국회 비준이 필요하다”며 “평화에는 여야가 없고 진보와 보수도 없다”고 야당의 협력을 요청했다.
정세균 국회의장도 여야4당 원내대표와 정례회동에서 “남북 정상회담 합의사항을 구체화하고 제도화하기 위해 국회의 역할이 필수적”이라며 비준이 필요하다는 데 힘을 실었다.
하지만 야당의 반응은 극명하게 갈렸다. 특히 자유한국당은 국회 비준 요구에 강하게 반발했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정상국가가 아닌 국가와 이뤄진 회담의 결과를 국회와 사전 논의없이 국회 비준 동의 운운하는 것은 국회를 무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도 기자회견에서 “남북 정상회담으로 본질적 문제를 하나도 해결되지 않고 북핵 폐기 문제는 과거 합의보다 후퇴했다”고 비판했다.
반면
조배숙 민주평화당 대표는 “두 정상이 합의한 내용은 국민의 기대를 충족시키기에 충분했다”며 “판문점 선언의 국회 비준과 전면적 남북 협력에 대비한 법과 제도 정비를 서둘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병완 민주평화당 원내대표도 “5월 임시국회에서 판문점 선언의 실질적 이행을 위한 국회 비준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판문점 선언의 국회 비준 동의는 평화협치의 첫번째 과제”라며 “자유한국당이 비준 동의를 거부하면 결국 역사의 낙오자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바른미래당의 다소 유보적 태도를 나타냈다.
김동철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법률에 따라 비준 대상이면 동의를 받으면 된다”면서도 “대통령 비준이 끝나고 국회 비준을 받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일”이라고 절차상 문제를 지적했다.
2005년 제정된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정부와 북한 당국 사이에 문서 형식으로 체결된 합의는 남북합의서로 규정되며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거나 입법이 필요한 합의사항은 국회 비준 동의가 필요하다.
국회 비준 동의를 얻으려면 과반 의석이 필요하다. 이른바 범여권 성향의 의원들이 모두 찬성표를 던지면 자유한국당의 동의가 없어도 판문점 선언의 비준이 가능하다.
더불어민주당(121석)에 국회 비준에 긍정적 반응을 나타낸 민주평화당(14석), 정의당(6석), 민주평화당과 행동을 함께하는 바른미래당 비례대표(3석), 민중당(1석),
정세균 국회의장, 손금주·이용호 전 국민의당 의원 등을 모두 합하면 148석으로 재적의원 293석의 과반인 147석을 넘긴다.
여기에 바른미래당 의원 가운데 판문점 선언에 동의하는 의원들의 찬성표도 기대할 수 있다. 정부여당이 비준을 강행하려 하면 불가능하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여야를 불문하고 남북관계 개선에 초당적 협력을 당부하고 있는 만큼 판문점 선언 비준에서 자유한국당을 ‘패싱’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것이 중론이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판문점 선언의 반쪽 비준이 이뤄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만약 북미 정상회담까지 성공적으로 진행되면 여론에서 자연스레 판문점 선언 비준 압력도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 대통령 역시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국회 동의 여부가 또다시 새로운 정쟁거리가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북미회담 일정을 감안하면서 국회의 초당적 지지를 받도록 협의해 달라”고 당부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