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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대기업 자녀들 경영권 승계 어디까지 왔나

김디모데 기자 Timothy@businesspost.co.kr 2018-04-29 06: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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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대기업에서 경영권 승계자의 자격 검증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하루 이틀 나온 것이 아니다. 그러나 아직까지 이들이 엄정한 평가의 시험대에 오른 일은 사실상 전무하다.

하지만 한진그룹 오너일가의 갑횡포와 비리 의혹으로 파문이 확산되면서 주요 그룹 경영권 승계자들도 기업의 정점에 오르기 전에 대기업을 끌고 갈 자격과 능력을 갖췄는지 평가받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기회 아쉬운 이재용, 경영 확대하는 정의선

삼성그룹은 이재용 부회장이 승계를 사실상 마쳤지만 경영능력을 본격적으로 점검하기 전부터 삼성그룹 오너 일가 최초로 구속 수감되는 등 시련을 겪었다.
 
10대 대기업 자녀들 경영권 승계 어디까지 왔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과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이 부회장의 경영능력을 검증할 수 있는 기회는 많지 않았다.

그는 2001년부터 삼성전자 임원으로 재직해 왔지만 e삼성사업을 1년 정도 주도하다 성과 없이 정리한 것 외에는 경영전면에 부각된 일이 없다. 

이재용 부회장은 이건희 회장의 공백이 발생한 뒤인 2016년에야 비로소 등기임원에 올랐다.

하지만 곧바로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되면서 재판을 받게 됐고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났지만 여전히 경영에 복귀하지 않고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말 재판에서 “삼성그룹에 앞으로 회장은 없다”며 “이건희 회장이 마지막”이라고 말했다. 또 삼성전자에서 이사회 중심 경영체제를 구축하는 등 이 부회장이 본격적으로 경영에 복귀하더라도 역할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현대차그룹 후계자인 정의선 부회장은 비교적 장기간 경영능력을 검증받은 경영권 승계자로 꼽힌다. 개인 신변이 구설수에 오르내리는 일도 없었다.

정 부회장은 2005년부터 2009년까지 기아자동차 대표이사를 맡아 디자인 경영으로 기아차 브랜드 이미지를 높인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후 현대자동차에서 기획과 영업 등의 업무를 맡아 제네시스 브랜드 독립과 고성능 브랜드 N 출범 등을 이끌었다.

또 현대자동차의 미래차 전략을 이끌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CES2018, 베이징 모터쇼 등 신차 발표 행사에 참석하는 등 현대차의 얼굴로도 활약한다.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현대모비스 현대제철 등 4곳에서 등기임원으로 올라 있기도 하다.

하지만 정 부회장도 경영 실패의 쓴맛을 겪은 일이 있다. 2011년 젊은 세대를 겨냥해 PYL 브랜드로 벨로스터, i30, i40를 내놓았지만 국내에서 큰 성공을 이끌지 못했다.

◆ 경영 조종대 잡은 박정원 정용진 허세홍

두산그룹의 박정원 회장은 경영능력 검증을 받고 이미 그룹 회장까지 올랐다. 박 회장은 2001년부터 두산, 두산건설 대표이사 등을 맡았다.
 
10대 대기업 자녀들 경영권 승계 어디까지 왔나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왼쪽)과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박 회장은 두산그룹 재무상황이 어려운 상황에서 회장에 올랐으나 적극적으로 재무구조 개선 노력을 펼쳤다.

그 결과 2017년 두산그룹 지주회사격인 두산이 영업이익 1조1799억 원을 거두면서 2013년 이후 4년만에 영업이익 1조 원대를 회복했다.

두산그룹은 정부 에너지 전환정책으로 홍역을 겪고 있는데 박 회장은 연료전지 등 신사업으로 돌파구를 마련하려고 한다.

두산그룹에서는 박정원 회장 외에도 박지원 두산중공업 회장, 박진원 네오플럭스 부회장, 박태원 두산건설 부회장 등 오너 4세들이 전문경영인 못지 않은 오너경영인으로 활발히 경영활동을 하고 있다.

신세계그룹에서 정용진 부회장과 정유경 사장이 나란히 경영을 진두 지휘하고 있다.

정 부회장은 2000년 경영지원실 부사장을 거쳐 2006년 부회장에 올랐다. 2010년부터 2013년까지 신세계와 이마트 등기이사를 맡기도 했다.

정 부회장은 스타벅스를 들여오고 스타필드 개장, 피코크·노브랜드 출시, 이마트24 확장 등 이마트의 여러 사업을 전면에 나서 이끌고 있다. 

정 사장은 2009년 신세계 부사장을 맡으면서 정 부회장보다 다소 늦게 경영 참여를 본격화했다. 하지만 공개적 행보에 좀처럼 나서지 않아 은둔의 경영자로 분류돼 왔다.

그러나 2015년 신세계 백화점부문 총괄사장에 올랐고 2016년 12월 신세계 대구점 개점행사로 첫 공식행사에 참석했다. 이후 백화점과 면세점·패션사업에서 역할을 늘리고 있다. 최근에는 신세계인터내셔널 주식을 증여받아 최대주주에 올랐다.

물론 이들을 향해 책임경영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다. 둘 다 경영에 참여하면서도 현재 등기이사에는 올라 있지 않기 때문이다. 10대 그룹에서 오너일가가 등기이사에 포함돼 있지 않은 곳은 신세계그룹이 유일하다.

허세홍 GS글로벌 대표이사는 10년 동안 경영수업을 끝내고 2017년부터 계열사 경영을 지휘하기 시작했다. 

그는 2007년부터 싱가포르 법인에서 근무하면서 원유 거래 업무를 하다가 2011년 돌아와 여수공장 공장장, 석유화학·윤활유사업본부장을 지냈다.

2017년부터 GS글로벌 대표이사를 맡아 회사를 이끌고 있다. GS글로벌은 2017년 480억 원으로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올렸다. 하지만 GS글로벌의 최대 현안인 GS엔텍 상장에 실패하면서 오점도 남겼다.

허 대표이사는 GS칼텍스 기타비상무이사에도 이름을 올리고 있어 이후 GS칼텍스 경영을 맡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 이제부터 검증 시작, 구광모 김동관 정기선

이들과 달리 30대로 아직 회사를 이끌어 갈 만한 위치에 오르지 않은 젊은 경영권 승계 후보자들도 있다. 이제 경영수업을 받고 있는 단계로 이렇다 할 경영적 성과로 꼽을 만한 것들이 아직은 부족하다.
 
10대 대기업 자녀들 경영권 승계 어디까지 왔나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왼쪽)과 정기선 현대중공업 부사장.

사실상 이들의 경영권 승계는 확정적이다. 그러나 이들은 높은 위치까지 올라갈 때까지 더욱 강도 높은 검증 과정을 거칠 것으로 보인다.

LG그룹 경영권 승계계자인 구광모 LG전자 정보디스플레이 사업부장 상무는 기업간거래(B2B)사업을 담당한다. 올해 2월에 상업용디스플레이 전시회인 ISE 2018에서 처음으로 신제품 소개 등 공개행사에 나섰다.

한화그룹은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가 태양광사업에, 김동원 한화생명 상무가 핀테크 사업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다보스포럼과 보아오포럼 등 글로벌 무대에서 활동하며 네트워크를 형성하는데 힘을 쏟는다.

정기선 현대중공업 부사장은 그룹 경영지원실장, 현대중공업 선박해양영업부문장, 현대글로벌서비스 대표를 겸직하고 있다. 정 부사장은 선박 개조와 유지보수 사업과 사우디아라비아와 합작 조선소사업 등으로 보폭을 넓혀가는 중이다.

10대 그룹 가운데 SK그룹과 롯데그룹은 아직 오너 2세들의 경영활동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자연히 경영권 승계 후보자들이 주목받는 일은 많지 않았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장녀 최윤정씨가 SK바이오팜 전략팀에 근무하고 있다. 차녀 최민정씨와 아들 최인근씨는 SK그룹에 근무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자녀 신유열 신규미 신승은씨 모두 롯데그룹이 아닌 일본기업에서 일하거나 유학 중이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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