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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연 이재현이 따라하는 이재용 최태원의 SI회사

김디모데 기자 Timothy@businesspost.co.kr 2014-12-19 17:4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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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승연 이재현이 따라하는 이재용 최태원의 SI회사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SDS 상장을 통해 경영승계를 위한 자금줄을 확보했다.

이에 따라 경영권 승계를 앞둔 주요 그룹들이 삼성그룹의 방식을 본받아 그룹 내 전산업무를 담당하는 시스템통합(SI) 계열사를 경영권 승계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

시스템통합 계열사는 그룹 내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몸집을 불리기가 쉽다. 이 때문에 오너의 자녀들이 시스템통합 계열사의 지분을 확보한다. 그런 다음 그룹의 전폭적 지원을 통해 기업을 키운 뒤 상장해서 상속세를 낼 재원을 마련하거나 지주회사와 합병해 그룹의 지배력을 확보할 수 있게 한다.

이재용 부회장은 이미 성공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SKC&C의 몸집을 키웠고 언제든지 지주회사인 SK와 합병을 통해 그룹의 지배력을 높일 수 있게 만들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도 세 아들의 승계를 위해 한화S&C의 덩치를 키우는 작업에 뛰어들었. 이재현 CJ그룹도 CJ올리브네트웍스를 통해 경영승계를 위한 발판 마련에 들어갔다.

◆ 이재현,  CJ올리브네트웍스로 경영승계 착수

CJ그룹은 최근 CJ시스템즈와 CJ올리브영을 합병해 CJ올리브네트웍스를 출범했다. CJ시스템즈는 CJ그룹의 전산업무를 총괄하는 시스템통합(SI) 계열사이고 CJ올리브영은 헬스와 뷰티사업을 하는 드러그스토어를 운영하고 있다.

두 회사를 합병한 이유를 놓고 재무구조 개선과 일감 몰아주기 규제회피 등 여러 관측이 나왔다.

CJ그룹은 CJ올리브네트웍스에 CJ그룹 경영총괄을 맡고있던 허민회 부사장을 대표이사로 보내 힘을 실어줬다. 허 부사장은 그룹 미래전략을 수립하고 성장동력을 발굴하는 미래경영연구원장을 겸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CJ그룹의 행보에 대해 CJ올리브네트웍스를 통해 이재현 회장의 아들인 이선호씨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작업이라고 해석한다.

  김승연 이재현이 따라하는 이재용 최태원의 SI회사  
▲ 이재현 CJ그룹 회장
이선호씨는 합병기일 전날인 1일 이 회장으로부터 CJ시스템즈 주식 14만9천 주를 증여받았다. 지분으로 따지면 15.91%다. 지분가치는 약 280억 원에 이른다.

CJ시스템즈가 CJ올리브영과 합병하면서 이선호씨 지분율은 11.30%로 다소 떨어졌다. 하지만 이선호씨는 지주회사 CJ와 이재현 회장의 뒤를 이어 CJ올리브네트웍스 3대 주주에 올랐다.

이는 이재현 회장이 재판을 받으며 건강이 악화되자 CJ그룹이 경영권 승계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선호씨는 20대 중반으로 현재 CJ제일제당 사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하지만 이 회장도 30대 초반 임원으로 경영에 참여한 만큼 이선호씨도 곧 경영전면에 나설 가능성이 점쳐진다.

◆ 이재용, SI기업 활용한 기업승계의 정석 선보여

CJ그룹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 자금을 마련한 방식을 따르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은 삼성SDS와 삼성SNS를 이용해서 기업승계을 위한 자금확보의 기반을 다졌다. 삼성SDS는 삼성그룹 전산업무를 담당하는 SI회사이고 삼성SNS는 삼성전자 네트워크 부문을 분리한 회사다.

이 부회장은 1996년 시세보다 낮은 가격으로 삼성SNS 전환사채를 매입해 주식으로 전환하고 지분 50%를 확보했다. 당시 삼성SNS 주가는 1만5천 원이었는데 이 부회장은 전환사채를 5천 원에 샀다.

이 부회장은 1999년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 역시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사들여 삼성SDS 지분을 획득했다.

삼성SDS와 삼성SNS는 내부거래를 통해 몸집을 불렸다. 이 부회장이 삼성SDS 지분을 획득한 1999년 삼성SDS의 매출은 1조 원이었는데 2012년 매출 6조 원 이상으로 성장했다. 이 가운데 계열사의 내부거래 비중이 72.5%였다.

삼성SNS도 이 부회장이 지분을 취득한 뒤 1997년 내부거래 비중 92%, 1998년 내부거래 비중이 94%를 기록하는 등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로 성장했다.

삼성SDS는 지난주 삼성SNS를 합병했다. 이 부회장은 11.25%의 지분으로 삼성SDS의 개인 최대주주가 됐다.

삼성그룹은 올해 삼성SDS를 상장했다. 이 부회장이 100억 원 남짓한 돈을 들여 확보한 지분 11.25%의 가치가 한때 3조7천억 원이 넘을 정도로 크게 올랐다.

재계 관계자들은 이 부회장이 삼성SDS 지분을 활용해 이건희 회장이 보유한 삼성전자와 삼성생명 지분을 상속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 SKC&C, 지주사를 지배하는 SI회사

SK그룹도 SI기업을 경영권 승계와 지배구조 확보의 도구로 활용하는 정석을 보여준다.

SK그룹의 SI회사인 SKC&C는 최태원 회장의 SK그룹 지배력 확보의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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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태원 SK그룹 회장
최 회장은 지주사인 SK 지분은 0.02%밖에 갖고 있지 않다. 그만큼 SK그룹 전체에 대한 지배력이 취약하다.

그러나 최 회장은 SKC&C 지분을 32.9% 보유한 최대주주다. SKC&C는 SK 지분 31.8%를 보유하고 있어 사실상 SK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다.

최 회장은 SKC&C의 전신인 대한텔레콤 주식을 주당 400원에 사들였는데 그뒤 대한텔레콤이 SK그룹의 전산자산을 모두 인수해 SI회사인 SKC&C로 변신했다.

SKC&C는 일감 몰아주기로 성장하면서 SK와 SKE&S 등 주요 계열사 주식을 취득했다.

SKC&C는 2009년 상장 이후 사업다각화에 나서면서 몸집을 더욱 키웠다. 올해 SKC&C 시가총액은 10조 원으로 SK 시총 7조 원을 앞질렀다.

이대로 합병할 경우 최 회장 일가는 합병회사 지분을 30% 가량 확보할 수 있게 된다. 그렇게 되면 안정적으로 SK그룹을 지배할 수 있게 된다.

◆ 한화S&C, 삼성SDS와 SKC&C에서 배운다

한화그룹은 한화S&C를 키우고 있다. 이것은 자식들에게 경영권 승계를 원활히 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화S&C는 지난달 미래전략본부를 신설하고 2020년까지 추가로 매출 3천억 원과 영업이익 300억 원을 올릴 수 있는 새로운 사업을 발굴하려고 했다.

SI사업만으로 성장이 제한된다고 보고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려 했다. 한화S&C는 2012년 한화에너지를 흡수합병하는 등 이미 사업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SKC&C가 사업다각화로 몸집을 불린 것과 비슷한 전략이다.

  김승연 이재현이 따라하는 이재용 최태원의 SI회사  
▲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김승연 회장의 세 아들인 김동관 한화솔라원 영업담당실장, 김동원 한화그룹 디지털팀장, 김동선 한화건설 매니저는 한화S&C 지분을 각각 50%, 25%, 25% 씩 나눠갖고 있다. 한화S&C가 앞으로 한화그룹 승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

한화S&C는 아직 규모가 크지 않지만 충분히 규모가 커진 뒤 삼성SDS나 SKC&C의 뒤를 따를 것으로 보인다. 삼성SDS처럼 상장으로 김승연 회장의 주식을 물려받고 상속세를 내는 자금을 마련하는 데 활용될 수도 있고 SKC&C가 하려는 것처럼 지주사와 합병하는 방법도 선택할 수 있다.

이밖에도 현대오토에버(현대차그룹), GSITM(GS그룹), 신세계I&C(신세계그룹), 롯데정보통신(롯데그룹), 대림아이엔에스(대림그룹), 엠프론티어(한국타이어그룹) 등 주요 SI회사들은 오너 일가가 대주주나 주요주주로 올라있다.

올해 초 공정위가 이들 기업이 매출의 상당부분을 내부거래를 통해 올리고 있다는 사실을 적발하기도 했다.

◆ SI회사는 왜 기업승계 도구로 쓰일까

재벌들이 SI회사를 기업승계의 발판으로 삼는 이유는 간단하다. 내부거래를 통한 일감 몰아주기가 쉽기 때문이다.

SI기업은 그룹 내부거래만으로 쉽게 성장이 가능하다. 그룹이 성장할수록 SI회사도 따라서 성장한다. 갈수록 전산시스템과 보안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 그룹 내 업무협력의 편의성을 고려할 때 IT서비스는 여러 업체에 거래를 분산하는 것보다 한 곳에 맡기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다. 기업 보안 등을 고려하면 외부회사에 시스템통합 업무를 맡기기도 어렵다.

일감 몰아주기 논란이 나오면서도 SI기업의 경우 그룹 내 전산업무를 총괄하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지는 이유다. SI기업이 그룹 계열사의 모든 정보를 취급하는 만큼 그룹 후계자가 이를 경영하면서 그룹 동향을 파악하고 경영수업을 받기도 좋다.

SI사업을 분리하거나 법인을 신설할 때 초기 지분 취득 비용이 크지 않은 것도 승계도구로 활용하기에 유리한 점이다. 제조업이나 유통업, 금융업 등과 비교할 때 IT업종은 초기 투자비용이 많지 않다. 오너 일가가 적은 돈으로 지분을 확보하면 기업규모가 커졌을 때 막대한 차익을 얻을 수 있다.

한화S&C는 2001년 30억 원의 자본금으로 설립됐으며, GSITM은 2006년 아이티멕스와 코스모아이넷을 총액 29억5천만 원에 인수해 설립됐다. 지난해 기준으로 한화S&C와 GS ITM 자본 총계는 각각 4653억 원과 307억 원이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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